가족 구성원들과의 경험을 통한 정신분열증 치료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김충렬 박사의 ‘정신분열증’ [25] 경험-가족치료

▲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제25장 정신분열증과 경험-가족치료

경험-가족치료는 가족에게 문제를 설명하거나 통찰력을 제공하기보다는 가족구성원들이 가족의 특유한 갈등과 행동양식에 맞는 경험을 하게 함으로써 문제해결을 도모한다. 여기서 경험이란 가족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 표현의 자유, 개인의 성장 등을 의미하는데 과거의 경험보다는 현재의 경험을 중요시한다. 이런 시각을 갖고 치료에서는 가족과 치료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한 경험이 모두에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진행한다.

1. 경험-가족치료의 기초이해

경험-가족치료는 가족의 경험을 중요시한다. 가족의 경험은 어떤 형태로든 가족에게 일정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다. 이때 가족의 경험은 부정적인 것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중요시함을 원칙으로 한다. 경험-가족치료에 대해 다음 몇 가지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1) 경험-가족치료의 정의

경험-가족치료(Experiential Family Therapy)는 가족에게 유익한 경험의 제공에 중점을 둔다. 유익한 경험은 가족의 정신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여 문제해결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다. 경험은 모든 면에서 가장 좋은 스승이라는 말이 여기에 해당한다. 경험은 어떤 경우 많은 설명이나 해석이 필요하지 않는데, 경험은 힘이 있고, 실제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험-가족치료는 가족의 문제에 대해 다양한 설명이나 해석을 시도하기보다는 가족의 특유한 갈등과 행동양식에 적합한 경험을 제공하려 한다.

경험은 대개 유사한 가족의 경험으로서 거부감 없이 쉽게 수용되는 측면이 있어 치료에는 상당히 효과적이다. 물론 경험-가족치료에서는 가족의 긍정적인 경험에 초점을 둔다. 때로 치료에서 중요시하는 가족의 경험이란 인간관계의 경험이나 성장의 경험, 성숙의 체험과 관련돼 성장모델이 제공되거나 제시된다. 치료는 가족의 성숙한 성장을 도와야 하기 때문이다. 경험-가족치료는 현재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 특이한데, 과거를 들추기보다는 현재 여기서 일어나는 상황을 중요시한다.

2) 경험-가족치료의 특징

경험-가족치료는 1960년대 실존적이고 인본주의적인 지향에 뿌리를 둔다. 이 시기는 경험 집단, 감수성 훈련, 인간잠재력의 성취에 대한 강조의 시기였다. 초점은 여기-지금 경험하는 것에 있었고, 목표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느낌에 접촉하는 것이었다. 이 시각은 심리학자들과 가족치료자들로 하여금 개인 및 가족의 성장과 발달을 촉진시키고자 하는 욕망을 반영하게 만들었다.

이로 미뤄볼 때 인본적이고 현상학적인 사고의 영향을 받은 경험-가족치료는 개입의 90%는 기술이고, 나머지 10%만이 학문이라고 주장한다. 그것은 경험-가족치료가 치료를 가족의 긍정적인 경험에 두는 바탕에서 이해된다.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기법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는 치료자의 개인적 관여이기에, 구성원들이 각자 자신의 감정과 욕구에 민감하고 이를 가족과 함께 나누며 기쁨과 실망, 두려움, 분노에 대해 대화하고 수용하도록 돕는데 초점을 둔다. 여기서 가족의 결속과 바람직한 의사소통을 강조한다는 특징이 있다. 가족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증가시켜 치료에 적용하려는 경험-가족치료는 치료이론으로는 비교적 단순하지만, 실제로 치료적인 효과가 상당히 인정되면서 하나의 치료기법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2. 경험-가족치료의 주요인물과 이론의 발전

경험-가족치료의 주요 인물은 휘태커(Carl Whitaker)와 사티어(Virginia Satir)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경험을 통하여 개인이 성장하도록 하는데, 함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용한 사람들이라는 점에서다. 이는 개인이나 가족의 경험이 다른 유사한 상황에 있는 가족에게 적용되어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점에서 이해된다. 그러나 휘태커와 사티어의 치료이론은 치료 과정과 방법에서 서로 일치하고 있지는 않다. 치료 과정에서 환자의 체험을 중시하고, 치료받는 가족에 경험적으로 개입해 변화를 촉진하는 점에서는 일치점을 보인다. 그러나 방법에서 휘태커는 상징적 경험주의를, 사티어는 성장 과정의 체험 연습에 중점을 두는데서 다른 점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다음 특징으로 정리할 수 있다.

1) 휘태커의 상징적 경험주의론

휘태커는 상징적 경험주의를 주장한다. 상징적 경험주의란 좋은 경험이 가족에게 상징적으로 작용하여 결과적으로는 가족의 문제해결을 돕는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상징적인 경험에서는 개인적 만남이 강조된다. 그것은 치료자 자신의 경험이 가족구성원에게 유익하게 적용되는 점을 주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입장은 전통적 가족치료와는 대립되는데, 치료과정의 경험에서 경직된 가족이 일종의 가식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되는 점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휘태커를 상징적 경험주의자라고 볼 수 있다. 치료에서도 경험의 상징성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다. 이런 상징성에 대해 우리는 휘태커의 임상경험이 중요하게 작용하였으리라는 점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휘태커는 다른 치료자처럼 정신분석적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산부인과 훈련을 받은 정신건강의사였다. 특히 그는 2차대전 때 군에 소집되어 공동치료팀에서 일한 것이 계기가 되어 정신치료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전쟁 후 그는 에모리 대학에 의과대학에 정신건강과를 설치하여 과장으로 재직하며 학문 연구를 시작한한다. 1955년에는 에틀란타 정신진료소를 설립하여 임상의 경험을 통해 질병의 원인 중 가족이 중심역할을 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는 정신분열증 환자를 치료하면서 질병의 발생은 개인에게서만 발생되기보다는 가족과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경향을 알게 된 것이다.

휘태커에 의하면 개인의 정신은 혼자서 독자적으로 작용될 수 없는 특성을 가지며, 이는 가족과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질병의 유발이란 현상적으로 보면, 또 하나의 창조적 해결책이 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것은 성장과정에서 궁지에 몰린 사람이 회피적으로 만들어낸 것으로, 창조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치료에 참가하는 치료자와 환자가 모두가 각각의 입장에서 성장의 기회가 된다. 이렇게 상징적 경험주의를 정립한 휘태커는 1965년 이후에는 위스콘신 의과대학에서 일하며 메디슨(Madison)에서 개업한다.

휘태커에게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사고는 과감하면서도 창의적인 가족치료의 바탕이 되었다. 그는 치료사의 관점과 적극적이고 강한 개입이 가족이나 가족구성원 간의 변화와 유연성을 가져오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그의 주장은 이론 대신에 개인의 경험에 대한 신뢰, 그리고 치료과정을 통해 확실하고 순수한 반응태도를 보일 수 있는 능력을 사용하자는 것이었다. 그것은 이론이나 기법보다 개방성과 자발성을 요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결과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치료에서 치료자의 탈-이론(脫-理論)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치료자의 탈-이론은 가급적이면 빨리 이론을 포기하고, 치료자가 자기 자신이 되라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이론에 의해 억제되는 치료가 아니라 자발성에 의한 치료가 진정한 치료라는 점에서다.

2) 사티어의 성장모델론

사티어는 성장모델적 치료자라고 볼 수 있다. 그녀는 가족치료에서 무엇보다 가족의 성장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다. 이것은 가족이 성장할 때 문제가 해결된다는 시각이다. 이런 그녀의 접근방법은 실로 다양해 한마디로 부르기에 어려움이 있지만, 인본주의적 개념을 바탕으로 가족의 성장을 중요시하는 점이 두드러진다. 이런 관점은 그녀가 초등학교 교사로 6년간 재직한 것이나, 단기가족치료에 종사했고 인본주의 개념을 바탕으로 하는 에살렌연구소에서 일한 경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티어는 인간이란 하나의 생명체로서 잠재력과 생명력을 가지고 태어나기에 적절하게 양육되면, 건강한 성인으로 발달할 수 있다는 가정에 기초한다. 실제로 그녀는 이런 개념을 나무의 속성에 비유하여 종자모델적인 개념을 새롭게 발전시킨다. 가족의 건강한 교류를 촉진하여 성장을 자극하여 원만한 성장을 이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그녀의 치료모델은 전통적 의료모델이 아니고, 성장모델(Growth Model)이기 때문이다.

이 모델에서 병리는 성장을 위해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능력부족과 관련된다. 건강한 가족이란 개방적이고 상호적으로 따뜻한 느낌, 사랑을 나누는 가족이라고 생각한 결과였다. 그것은 그녀가 가족의 역할을 ‘구원자’ 혹은 ‘회유자’ 등 가족간 상호작용과 그것을 유지시키는 기능을 가족 역할로 묘사한다는 점에서 드러난다. 그래서 그녀는 가족체계 내에서 가족구성원들이 자신과 다른 구성원들에 대하여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반응하는가 하는 정서적 수준과 감정적 수준에 중점을 두었으며, 가족의 잠재능력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특히 그녀는 1948년에는 시카고 대학원에서 사회사업학을 전공하고 1951년에는 가족치료연구소를 설립하여 가족치료에 임하고, 1955년에는 일리노이 정신의학센터에서 가족의 역동성에 중점을 두어 치료한다. 여기에서 그녀는 가족치료에서 감정표현을 중요시하는 가족치료훈련-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업적을 세운다. 그녀가 최초로 개발한 가족치료훈련-프로그램은 가족치료 기간 중에 가족을 연습과 활동에 참여시키는 경험적인 것이었다.

경험-가족치료 주창자들은 휘태커와 사티어 외에도 켐플러(K. Kempler), 캔터(D. Kantor), 덜(B. Duhl)이 있다. 켐플러는 프릿치 펄스(F. Perls)의 게슈탈트치료를 가족치료에 접목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가족의 모양이나 형태의 게슈탈트(Gestalt)를 중요하게 생각하여 치료한다는 점에서다. 이로 인해 켐플러는 가족의 게슈탈트의 회복을 위하여 지금-여기를 강조하고 있으며, 가족구성원에게 참여와 자기개방을 중요시한다. 이때 치료자는 가족과 평등하게 치료의 참여자로서 그들의 세계를 경험하려 한다는 점에서 캔터는 가족을 치료하는 과정의 이론으로 경험-가족치료에 기여하게 되었다.

특히 켄터는 공간개념을 사용하여 가족관계를 이해하는 점을 부각시킨다. 이런 공간개념은 가족과의 거리적인 것과 관련되어 이해되는 것으로서 거리의 규제(distance regulation)가 가족체계의 중심적 문제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보스턴 가족연구소를 설립한 덜(B. Duhl)은 치료과정에서 그동안 경시되었던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중요시한다. 이런 과정에서 그는 비언어적 의사소통인 조각기법, 인형극 등을 치료에 적용하여 효과를 입증하는데 노력을 기울인 결과 가족의 경험을 중요시하는 경험-가족치료의 치료자가 되었다.

3. 경험-가족치료의 목표와 치료과정

경험-가족치료의 목표는 대체로 문제해결을 위해서 가족의 성장에 중점을 둔다. 가족이 성장의 원리에 따라 성장해 나가는 것이 문제해결에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가족의 문제해결을 통하여 안정된 상태에 머무르게 하는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성장시키는데 두는 적극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가족의 성장에는 개인의 감수성, 감정의 표현, 자발성과 창조성, 확실성 등이 포함된다는 점에서다. 이런 점에 대해서 우리는 다음의 몇 가지를 기술할 때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1) 경험의 제공과 확대

경험-가족치료는 치료에서 가족의 성장은 증상의 제거만이 아니라 내면적인 요소가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가정하고 있다. 이런 점은 치료란 증상의 감소나 사회적 적응도 중요하지만, 내면의 특성이 해결된 경험의 확대가 일차적으로 중요시된다는 점에 바탕을 두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다음의 3가지는 치료에서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첫째로 치료에 따라 가족은 자기인식, 자기신뢰, 인격적 성장 등이 나타나야 한다. 가족구성원은 가족이라는 체계와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는 존재로서 독립된 개인으로서의 성장이 가능할 수 있음을 역설하는 것이다. 이런 치료적 특성은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관계와 개인의 개별화 능력이 맞물려지게 되는 상황을 인식시킴으로서 가능해진다. 가족구성원이 개인적인 잠재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공동체에서 관계가 원만치 못하면, 그런 상태에서 개인은 적절히 힘을 발휘하지 못하여 성장이 저해된다는 생각이다.

둘째로 경험-가족치료는 잠재력, 자기표현, 공감과 따뜻한 지지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치료에서 환자의 잠재력이 개발되고 자기표현이 개선되며, 치료자의 공감과 따뜻한 지지가 있게 되는 치료적 태도의 지향이다. 이렇게 될 때 개인은 가족체계의 건강과 통합될 수 있고, 새로운 활력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활력이란 결국 궁극적으로 미래에 대하여 꿈과 희망을 갖고 생활하는 에너지이자 원동력임을 의미한다.

셋째로 자아존중감이 증가되어야 한다. 개인의 성장은 그런 특성과 더불어 자아존중감과 선택의 문제로 보는 관점인데, 자아존중감은 선택에 따른 책임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초적인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다. 이때 개인의 낮은 자존감은 개인의 의욕을 저하시키거나 감소시켜 활동을 효과적으로 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책임성을 약화시키게 된다는 점에서 이해된다. 경험-가족치료는 이런 치료과정을 통하여 가족이 변화되면 가족구성원과의 자유로운 의사소통, 견해의 차이를 표명할 수 있는 능력, 서로의 차이점을 인식하여 성장에 도움이 되게 활용할 수 있는 결과가 산출될 것이라는 점을 기대하는 것이다.

2) 치료과정의 특징

경험-가족치료는 경험적인 것을 중요시한다고 했다. 이로 인해 경험-가족치료는 치료에서 이론적인 것보다는 실제적으로 효과적인 결과를 산출하는 것에 우선을 두고자 한다. 이런 특성은 경험주의적 가족치료가 주로 사용하는 경험, 만남, 직면, 직관과정, 성장, 존재, 자발성, 행동, 지금-여기 등의 개념에서 잘 나타난다. 더 나아가 경험을 위주로 하는 개념은 경험적이면서 행동적인 특성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경험-가족치료가 이론에 치우칠 수 있는 인위적인 학문적 노력을 거부하면서 실제에 중점을 두고자 노력하는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경험주의적 치료이론을 우리는 다음의 몇 가지 특징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로 경험-가족치료는 인간능력을 강조한다. 경험-가족치료는 실존치료와 같은 실존철학적 경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존철학이 개인의 책임성과 선택을 강조하듯이 경험-가족치료 역시 선택, 자유의지, 자기결정과 자아실현 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다. 그것은 가족문제의 혼란스럽고 역기능적인 행동은 성장과정의 일시적인 현상으로서 개인의 능력과 가능성을 표현하지 못한 것에 기인한다고 본 결과이다. 이로 인해 경험-가족치료는 현상학적 기술, 심리극, 환자중심의 만남, 집단운동 등의 방법을 동원한다. 개인의 충동이 부정되고 감정을 억제하는 것에서 비롯된 역기능적인 요인이 개인의 성장을 방해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치료는 가족구성원의 능력을 위하여 잠재능력이 개발되는 것이며, 이로써 대인관계 개선이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본다.

둘째로 경험-가족치료는 경험의 우위성을 강조한다. 경험의 우위성이란 경험이 실제적으로 활용되는 것으로서 활동적이고 자기개방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환자가 경험하는 지금 여기에서의 감수성, 생활의 경험을 인식시켜 고무시키는 것이다. 이때 치료자는 가족의 직접적인 만남을 시도하고 환자를 진실한 사람이 되도록 하는 작업을 실시한다. 물론 이런 작업은 가족구성원의 내면적인 심리에서 가족으로, 가족에서 대인관계로, 또한 심리적인 면에서 가족체계로 발전하게 된다. 가족은 교육을 통해서 보다도 경험을 통해서, 즉 경험의 결과에 의해서 변화된다는 경험의 우수성을 인정하는 작업이다. 이런 경험의 우수성은 상징적인 치료요인이 그 중심이 됨을 의미한다. 개인의 경험이 인식이나 의식의 외부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언어보다는 비언어적 또는 상징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는 이른바 상징적인 경험주의이다.

셋째로 무의식적인 특성을 중요시한다. 사람에게 나타나는 행동은 의식보다는 무의식에 의해 지배된다는 생각이다. 정신의 구조는 의식과 무의식으로 구분된다고 할 때 무의식은 의식하지 못한다고 해도 개인의 추진력과 발전하는 상징의 흐름에 의해 지배되는 정신의 하부구조이기에 가족의 상징적인 내적 세계는 풍족한 삶을 위해 확장되어야 할 요소이다. 이런 상징성 때문에 경험-가족치료는 개인의 의식에 드러나지 않는 무의식의 세계를 탐구하면서 개인과 가족 사이에 일어나는 상징적 의미를 느끼게 하는 것이 치료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과정으로 생각한다.

이때 경험-가족치료는 주로 개인의 충동과 공상을 받아들여 표현하는 것을 가족에게 보여줌으로써 보다 편안하게 자신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돕는 것에 초점을 둔다. 그것은 이런 치료과정에서 관찰하고, 경험된 것이 가족에게 직접적으로 접촉되는 것이 있게 된다는 점에 근거를 두고 있다. 가족문제의 발생은 의식하지 못하는 무의식적인 요인에서 비롯된 것임을 인정하고, 무의식의 존재를 알고 조절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에서다. 이처럼 경험-가족치료가 상징을 중요시하는 것은 치료에서 의식적인 요소보다는 무의식적인 것에 중점을 두는 태도이다. 그것은 개인의 행동이 상당히 무의식적인 것에 기인한다고 보는 입장을 취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경험-가족치료가 상징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은 정신분석의 무의식적인 것보다는 분석심리학의 입장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은 무의식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무의식의 존재를 대개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융의 분석심리학은 무의식의 존재를 긍정적으로 보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경험-가족치료가 개인의 경험을 무의식과 관련시켜 상징적인 의미를 추구하고, 정신-병리적인 현상을 반드시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 것이 분석심리학의 무의식을 보는 시각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넷째로 경험-가족치료는 현상학적인 이론을 중요시한다. 경험-가족치료에서 가치체계, 자기 존중감, 가족규칙, 의사소통 유형이 중요시된다. 이는 합리적 동기, 마음과 신체의 체계, 자존감과 의사소통의 관련성 등이 모두 행동이론에만 근거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그것은 모든 행동에는 합리적 동기가 있고, 개인은 고유한 개성이 작용한다는 점에서다. 마음과 신체는 하나의 체계를 이루고 있으면서 상호의존적인 경향이 있기에 자존감과 효과적인 의사소통은 불가분리적이다. 개인이 행동을 선택하는 이유도 이 둘의 비례적인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자존감이 일상생활에서 대인관계와 환경에 적응하는데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배우자의 선택, 부부관계의 방법, 부모자녀관계의 요구, 스트레스의 반응,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나 유연성에 관련되고 있기에 자존감과 효과적인 의사소통은 경험-가족치료에서는 치료의 중요한 부분이 된다.

4. 정신분열증에 대한 경험-가족치료의 적용

경험-가족치료는 가족의 역기능적인 요소가 대부분이 무의식적인 것과 관련이 있음을 인정한다. 앞에서 기술한 것처럼 상징적인 것은 언어적인 것보다는 비언어적이며 무의식적인 요소이다. 게다가 현상학적인 이론을 수용하는 것은 분석심리학의 경향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경험-가족치료는 정신분열증의 치료와 관련하여 다양한 기법의 사용에서 그 특이성이 확인될 것이다.

1) 성장으로서의 상징적 기법의 활용

치료자는 환자에 대하여 상징적인 기법을 활용하여 치료할 수 있다. 상징적 기법은 현재에 나타난 행동보다는 개인의 숨겨진 특성을 중요시하여 치료한다는 점에서다. 환자가 느끼는 경험이 어떤 생각에서 연유되어 일어난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치료에서 치료자는 환자가 갖는 경험을 부각시켜 경험의 특성을 분석하고, 이를 가족구성원과 공유할 수 있다. 그것은 가족의 현실생활 중에서 행동에 영향을 주는 것은 보이지 않는 감정, 즉 무의식적인 요소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치료자는 상징적 기법을 활용하여 가족구성원이 감정을 열어서 환자와 기탄없이 경험을 공유하도록 돕는 작업을 시도할 수 있다. 이런 작업적 시도는 물론 환자 뿐 아니라 치료자의 감정을 교류하여 경험을 함께 나눔으로써 이를 달성하고자 하는 것과도 관련이 된다. 이때 치료자는 가족구성원 간의 강한 정서적 경험을 위하여 적극적 개입을 시도해야 한다. 이것은 치료자가 상징적 기법을 활용하여 환자 뿐 아니라 가족구성원의 성장을 지향하여 치료에 효과적이게 하는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2) 공동치료의 기법의 활용

치료자는 환자에 대하여 효과적인 치료를 위하여 공동치료를 수용하여 치료할 수 있다. 그것은 공동치료가 주관적인 치료보다는 객관적인 치료를 지향하는 것이지만, 정서적 개입을 할 경우에 일어날 전이나 역전이를 가정하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우리가 알듯이 전이나 역전이는 정신분석적 치료에서 사용하는 치료의 ‘1급요인’이다. 그러나 경험-가족치료가 경험을 인정한다는 것은 이미 이론적인 것보다는 현상적인 것, 나타나는 문제의 행동보다는 드러나지 않고 행동을 가능하게 만드는 무의식적인 요소를 가정하는 것이다.

이처럼 경험-가족치료가 공동치료를 시도하는 것은 환자에게만 아니라 가족의 구성원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시도하는 측면이라고 볼 수 있다. 그것은 문제되는 환자만 아니라 문제를 가진 것이 아니라 가족구성원 전체가 서로의 문제를 인정한다는 점에서다. 가족구성원이 문제의 원인을 환자에게만 돌릴 때 여기에는 투사(投射)가 작용하게 될 것을 상정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투사는 자신의 문제를 보지 못하고 가족의 다른 구성원, 즉 환자에게만 문제의 원인을 돌리게 된다는 점에서다. 그렇게 되면 환자의 문제만 아니라 가족구성원의 문제도 해결이 어렵다는 것을 중요시하는 시각이라고 볼 수 있다.

나아가 경험-가족치료에서 공동치료의 기법이 활용되는 측면에는 효과적인 치료를 위한 측면도 있다고 보아야 한다. 여기에는 치료의 일관성, 대인관계의 모델제시, 협력적 치료 등이 관계된다는 점에서다. 치료의 일관성이란 치료자가 가족에게 조정을 당하지 않으려는 보호적인 차원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험-가족치료는 공동으로 치료하는 것이 환자 혼자만을 치료하는 것보다 가족의 구성원을 치료함으로써 상당히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는 생각에 기초한다는 점에서다.

3) 의사소통 기법의 활용

치료자는 환자에 대하여 의사소통 기법을 활용하여 치료할 수 있다. 의사소통 기법은 환자의 정서의 순환을 원만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다. 사티어가 시도하는 의사소통적 기법은 성장을 중요시한다고 했다. 의사소통은 감정의 전달을 주로 하는 것이지만, 내면의 과정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는 점에서다. 이런 의사소통적인 특성에서도 경험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점이 드러난다. 의사소통에서 표현되는 언어적 및 비언어적 메시지의 일치성이나 불일치성이 정확한 의사표현이나 감정전달을 좌우한다는 점에서다. 이런 점에서 경험-가족치료에서는 치료자에게 환자의 의사소통의 유형을 일차적으로 구분하여 적절하게 치료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런 의사소통의 유형으로서는 회유형, 비난형, 초이성형, 산만형, 일치형이 있다. 이런 유형에 대해서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더 설명이 필요하다.

첫째로 회유형(placating)이란 자신보다는 상대방의 감정을 중요시한다. 자신이 갖는 감정의 우위성을 인정하기보다는 상대방의 감정을 존중하는 태도이다. 이 유형은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무시하고 타인의 비위를 맞추려는 것 때문에 타인의 이견에 동조하는 등 대체로 비굴한 자세를 취한다. 그러면서도 이 유형은 자신이 어려운 경우에는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다.

둘째로 비난형(blaming)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타인을 괴롭히거나 비난한다. 이 유형은 타인을 무시하는 태도를 갖고 있으며, 문제에 대해서 주로 환경을 탓하는 편이다. 특히 비난형은 회유형과 대립되는 것으로 자기보호를 위해 상대방의 가치나 감정을 저하시키는 태도이기에 타인보다는 자기존재의 가치성을 높이려고 한다.

셋째로 초이성형(super-reasonable)은 자신과 타인 모두를 무시하고 상황에만 초점을 둔다. 이 유형은 지나치게 객관적인 근거와 자료를 중요시하므로 비인간적이거나 객관적인 측면이 강하다. 그것은 자신과 타인에 대하여 가치를 저하시키는 태도를 갖고 의사소통하는 형태이다.

넷째로 산만형(irrelevant)은 자신, 타인, 상황 모두를 무시하므로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는 혼란된 상태이다. 그래서 접촉하기에 가장 어려운 유형이다. 말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으며, 정서적으로 매우 혼란되어 있기에 적절한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태이기도 하다.

다섯째로 일치형(conggruent)은 가장 바람직한 의사소통유형으로 자신이 주체적으로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 태도이다. 일치형은 자신과 타인과의 조화를 이루는 책임적인 태도를 취한다. 이 유형의 사람은 책임감, 정직성, 친근감, 능력, 창의성 등이 상황에 적절하게 적용된다.

경험-가족치료는 이런 의사소통의 유형을 정신분열증 환자의 치료에 적용할 때 상당한 효과가 있다. 물론 이런 유형은 가족을 대상으로 치료할 때 적용하는 편이지만, 이런 점을 정신분열증 환자의 치료에 적용할 때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이런 것은 정신분열증이 무엇보다도 의사소통에서 문제를 보인다고 할 때 의사소통의 방법을 치료에 적용하면, 기대하는 만큼의 효과는 아니라고 해도 일정한 정도의 효과가 있을 것을 상정하는 것이다. 경험-가족치료가 의사소통을 치료에 적용할 때 환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4) 가족조각 기법의 활용

치료자는 환자를 치료할 때 가족조각 기법을 활용하여 치료할 수 있다. 가족조각 기법은 자신의 생각대로 조각하는 특성을 사용하는 것으로 대개 가족과의 관계를 거리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가족과의 관계를 거리적으로 나타내는 것은 환자에게 이해하기 쉬운 방법이다. 그것은 복잡한 생각의 과정을 통해서 드러내기보다는 눈에 드러나게 한다는 점에서 쉽게 이해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캔터(David Kantor)는 이런 가족조각 기법을 개발하여 가족관계를 진단 및 치료하는 방법으로 적용했다. 현실의 공간에 가족구성원을 놓고 자세나 표정을 사용하여 관계를 조각하는 형태이다. 가족을 전체를 세우게 하여 정신분열증 환자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대로 모습을 취하게 하는 것이 조각이다. 만약 정신분열증 환자가 아버지를 근엄한 표정으로 우뚝 서게 조작하였다면, 자신과 아버지의 관계는 거리감을 느끼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가족 전체를 침몰해가는 배나 자동차로 조각한다면, 가족구성원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관계를 드러내는 것이 될 것이다. 때로 긍정적인 방법으로 조각하는 것이나 역할해제의 방법을 시도하여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기법은 행동치료의 행동시연에서와 같은 방법으로서 가족구성원과의 주고받는 개인의 인식이나 감정의 상태를 점검하는 수단이 된다.

조각기법에서는 가족 중 누구와는 거리가 있고, 누구와는 가까운지에 대한 시각적으로 드러내기에 이를 거리감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런 거리감은 개인이 가족구성원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것이지만, 개인의 신체적인 공간을 자신의 이미지에 따라 배열하는 것이다. 이런 배열은 대개 신체적 표현을 통하여 가족의 관계를 나타내는 무언의 동작표현이다. 가족의 체계를 공간을 통하여 상징적, 비유적으로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치료에서 치료자가 가족조각 기법을 사용하면, 환자에게는 자신의 심리적인 문제에서 유연성을 보여서 거리감을 좁힐 수도 있을 것이다. 하나의 선을 그어서 거리감을 나타내는 효과는 자신이 거리감이 없는 것, 또 환자가 어떤 가족구성원과의 거리를 더 가까운 것으로 표시하여 마음의 문을 여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다. 가족조각 기법이 경직된 가족이나 문제가 있는 가족의 경우에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효과가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5. 정리: 가족의 특유한 갈등과 행동양식에 맞는 경험으로 치료

지금까지 우리는 경험-가족치료에 대하여 기술했다. 경험-가족치료는 가족에게 문제를 설명하거나 통찰력을 제공하기보다는 가족구성원들이 가족의 특유한 갈등과 행동양식에 맞는 경험을 하게 함으로써 문제해결을 도모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경험이란 가족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 표현의 자유, 개인의 성장 등을 의미하는데 과거의 경험보다는 현재의 경험을 중요시한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치료에서는 가족과 치료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한 경험이 모두에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확실히 경험-가족치료의 기법은 치료에서 환자에 대한 긍정적인 신념과 가치를 전제로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경험-가족치료는 게슈탈트치료와 참 만남 집단에서 기법을 차용하였으며, 조각하기나 가족그림 같은 표현적인 기법들은 예술과 심리극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기법은 대개 예술에서 차용된 것으로 심리극, 역할극, 그리고 조각의 방법들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때 치료에서의 강조점은 치료 상황에서의 경험에 있기에 가정에서의 과제는 규칙이라기보다는 예외에 속하게 된다.

나아가 경험-가족치료는 가족구성원과의 정서적 경험, 민감성과 감정표현을 강조하기 때문에 체계와 행동을 다루는 접근으로서는 적합하지 못했다. 그 중에서도 경험-가족치료는 가족체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개인의 정서적 경험을 강조하는 것이 특이했다. 이런 경향은 실존주의 철학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치료자는 가족구성원 중에서도 특히 개인의 정서적 경험을 중요시하는 측면이었다.

확실히 경험-가족치료가 가족구성원의 경험을 중요시한다는 점은 치료가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다는 점에서는 치료적 활용에서도 장점이 있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경험-가족치료는 최근에 적게 사용되고 있으며, 펩(Peggy Papp)과 같은 초기 대표자들은 체계적 모델로 전환하고 있다고도 전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가족 내에서의 정직한 감정표현의 경험적 강조는 해결중심적인 접근이나 이야기치료의 환원적인 인지를 강조하는 점과 대치되는 가치 있는 모델이 아닐 수 없다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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