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불교는 함께 우는데, 기독교는 간식 제공에 바빠”

신태진 기자  tjshin@chtoday.co.kr   |  

송길원 목사, ‘영화 <밀양>통해 본 재난심리’에서 ‘공감’ 거듭 강조

▲송길원 목사가 강연하고 있다. ⓒ신태진 기자
▲송길원 목사가 강연하고 있다. ⓒ신태진 기자

행복발전소 하이패밀리 대표 송길원 목사가 10일 서초구 양재동 사옥에서 ‘영화 <밀양>을 통해 본 재난심리’라는 주제로 기독교인의 위로와 애도에 관한 강연을 했다. 슬퍼하는 이들의 감정과 심리를 깊이 이해하지 못하고 도리어 어설픈 위로로 상처를 주었던 신앙인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 시간이었다.

먼저 송 목사는 세월호 사건과 관련, “팽목항을 방문했는데, 기독교 측 봉사단은 초코파이와 바나나 등 간식을 제공하기에 바빴다. 반면 가톨릭이나 불교에서는 수녀와 비구니들이 와서 같이 울어줬다. 유가족들의 손을 잡고 화장실도 가 주고, 바닷가 산책도 함께했다. 미사와 예불에 초대해 마음을 어루만져 줬다”며 “우리의 수준이 얼마나 떨어지는가를 자각하게 됐다. 말로만은 안 된다. 함께 울지 않으면 어떻게 위로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송 목사는 ‘재난심리’의 차원에서 <밀양>을 분석했는데, 첫 번째로 “무조건 참게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며, 울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목사는 “슬픔 총량의 법칙이 있다. 눈물이 삶의 평형수가 되게 해야 한다. 못 울게 하면 넘어진 사람이 다시 일어설 수 없다. 조선시대 상가에서는 돈으로 슬픔을 사기도 했다. 곡비(哭婢)라고 불린 여인들에게 눈물 한 방울은 동전 한 닢이었다. 대신 우는 울음에도 치유가 머물렀다”고 했다.

이어 자식을 잃은 주인공 신애(전도연 분)가 하염없이 우는 장면을 보여 주면서, “재난이 찾아왔을 때 첫 번째 감정은 슬픔이다. 위로는 비를 맞는 사람에게 우산을 받쳐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으며 우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알고 계시니 그만 울라’고 해서는 안 된다”며 “예수님도 다윗 왕도 울었는데, 우리가 우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아야 한다.  통곡 없는 신학은 죽은 신학이다. 가슴 없는 신학은 다 가짜”라고 했다.

이어 “‘착한 사람 프레임’에 갇히게 해서는 안 되며, 분노를 허락해야 한다”며 “신문 속 세월호 선장 사진을 주먹으로 치던 어머니의 분노를 이해해야 한다. 분노를 쏟아내게 해야 한다. 욕을 하는 것도 윤리적 판단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욕조차 분노의 표출이며 감정의 비상탈출구로 여겨야 한다”며 “‘나 때문에’, ‘내가 죄인이다’는 자책, ‘지금 해 줄 수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죄책이 평생을 옥죈다. 비판 말고 공감, 또 공감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밀양>의 종찬(송강호 분)은 신애의 치유자로 나온다. 수사관들이 신애의 아들을 죽인 범인을 끌고 갈 때, 종찬은 무서워 떨고 있는 신애를 대신해 범인에게 분노를 표출한다. 하지만 약국집 장로의 아내는 신애에게 거듭하여 ‘불행한 영혼’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제2의 가해자와 마찬가지”라고 했다.

또 송 목사는 “혼자 있게 하지 말고, 후원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밤길을 걷는 사람에게 가장 힘이 되는 것은, 함께 걸어주는 친구의 발자국 소리’라는 말이 있다. 영화에서 종찬은 아들의 사망신고를 하러 가는 신애와 동행하겠다고 한다. 신애가 거절하지만, 다른 차를 타고 따라와 계속 뒤에서 지켜본다. 치유자 역할을 충실하게 하는 것”이라며 “방치는 금물이다. 살펴라. 그리고 내 주변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야 한다.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이겨낼 동행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영화 의 한 장면.
▲영화 의 한 장면.

이어 “설익고 어설픈 위로를 하느니 차라리 침묵하라”며 “신애의 동생은 밀양까지 찾아와 ‘누나를 이해 못하겠다. 죽은 매형은 다른 여자랑 바람났었다’라고 말한다. 약국집 장로의 아내는 신애에게 계속하여 ‘불행하다. 하나님의 사랑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종찬은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신애의 말을 들어준다”며 “‘너는 잘 헤쳐 나갈 거야’, ‘그 사람은 굵고 짧게 산 거야’, ‘지상에서 임무를 다한 거지’,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정리될 거야’ 따위의 말은 독침과 같다. 차라리 그 슬픔을 응시하고 곁에 있어 줘라. 가장 좋은 말은 언제나 온 몸으로 전하는 말”이라고 했다.    

또 “영화에서는 목사님도 좋은 위로자가 되지 못한다. ‘이런 때일수록 믿음으로 이겨내야 한다’는 말은 전혀 공감이 안 된다. 할 말 없으면 기도하자고 그런다. 그러면서 훈계기도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탄원기도, 설토기도를 해야지, ‘~역사하여 주시옵소서’라는 기도는 상처 입은 영혼에게 도움이 안 된다. 차라리 ‘세월호 선장 나쁘다. 분이 안 풀린다. 주님 앞에 소리 질러 기도하자’고 해야 유족들의 마음이 풀린다”고 전했다.

이어 “서둘러 희망을 말하지 마라. 절대시간이 필요하다”며 “연구에 의하면 애도의 과정을 지나 새로운 일상으로 돌아오는 데 2년도 모자란다고 한다. 과거의 3년상은 그냥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것을 3일 만에 끝내는 현실이 너무 냉혹하고 가혹하다. 각자에게는 애도의 방식이 있고 절대시간이 있다. 서두르게 하지 마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송 목사는 “우리가 정말 사랑해야 할 것은 ‘사랑’, ‘가족’이 답”이라며 “우리도 언젠가 그 아픔을 안길 수 있다. 늘 준비된 삶을 살아라.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을 인생의 마지막 작별인사가 아닌 일상의 행복언어로 바꿔야 한다. 오늘이 나의 인생의 마지막이라면 하는 마음가짐으로 살면 하루하루가 알차다. 가족 사랑을 미루지 말고 지금 시작하자”고 했다.

송길원 목사의 ‘심리적 재난에 처한 이들을 돕는 십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무조건 참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울게 하라.
2. 착한사람 프레임에 갇히게 해서는 안 된다. 분노를 허락해라.
3. 혼자 있게 하지 마라. 후원 네트워크를 구축해라.
4. 설익고 어설픈 위로를 하느니 차라리 침묵하라.
5. 서둘러 희망을 말하지 마라. 절대시간이 필요하다.
6. 심리지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신체적 돌봄이다.
7. 세월에만 맡기지 말고 매뉴얼을 따라 애도하게 하라.
8. 망각하기 위한 어설픈 행동은 또 다른 족쇄가 된다.
9. 자기에게만 향하던 시선을 다른 이에게 돌려보라.
10. 우리가 정말 사랑해야 할 것은 ‘사랑’, ‘가족’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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