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 개혁주의 신학대회서 서창원·심창섭 교수와 소강석 목사 발제
예장 합동총회(총회장 안명환 목사) 신학부(부장 이승희 목사)는 21일 서울 삼일교회(담임 송태근 목사)에서 ‘21C 개혁신학이 개혁의 길을 묻는다-예배학의 개혁신학적 이해와 목회적 적용’을 주제로 ‘2014 총회 개혁주의 신학대회’를 개최했다. 강사로 서창원 교수(총신대 신대원),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심창섭 박사(전 총신대 부총장)가 나섰다.
“오직 성경만이 예배의 방법 규정”
먼저 ‘개혁주의 예배신학’을 제목으로 발표한 서창원 교수는 현대 예배의 문제점에 대해 △과거에 없었던 소위 ‘열린 예배’ 혹은 ‘구도자 예배’ 등 전혀 새로운 형태를 띠고 있는 점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절대적 가치를 무시하고 상대주의적 가치관에 치중된 점 △구약의 가르침보다 신약의 가르침, 율법보다 은혜, 의보다 긍휼을 더 중시하는 경향 등을 꼽았다.
서 교수는 “하나님을 참되게 아는 자들은 그에게 나아가는 방도를 임의대로 하려 하지 않는다. 더욱이 예배자의 안목에 따라 예배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지도 않는다”며 “예배는 반드시 하나님께서 정하신 방편이어야 하고, 그 방편이라야 그의 이름에 합당한 거룩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지식을 하나님의 말씀이 통제해야만 한다. 하나님의 말씀이 예배를 주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예배에서) 하나님을 나타내는 그 어떤 형상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며 “그러므로 교회당 안에 하나님의 형상들이 성화 혹은 예술이라는 명목으로 자리를 잡게 하는 것은 성경적인 가르침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간적인 모든 창의성과 주도권을 철저하게 배제해야 한다. 오직 성경만이 하나님을 예배하는 방법을 규정하는 것”이라며 “성경은 하나님의 자기 계시로써,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를 알려주는 유일한 책이다. 그 하나님께 나아오는 길도, 그 하나님을 섬기는 방편도 하나님만 홀로 정하신다”고 규정했다.
서 교수는 또 “예수님께서 수가성에 사는 사마리아 여인과 나눈 대화는, 예배에 대한 혁신적이고도 가장 명료한 교훈을 담아내고 있다. 하나님은 영이시기 때문에 특정한 장소에 매여 계시는 분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이런 의미에서 예배당을 지으면서 구약의 성전 개념을 도입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화려하고 웅장한 건축물을 짓고서 마치 그 건물 자체가 영험이 있는 것인 양 성도들을 오도하는 행위는, 예수님의 이 예배 신학적 가르침을 망각한 처사다. 그러므로 기도나 예배의 그 어떤 요소도 장소에 매이는 것이 아니”라고 역설했다.
특히 그는 대형교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2·3부 예배 등 복수의 예배 진행과 관련, “결코 성경적인 지지를 받는다고 볼 수 없다”면서 “장로회 전통에서는 교인 수가 많아질 때 교회의 분립을 지지하고 있지, 한 개교회의 대형화를 권고하지 않는다. 공 예배의 세부화는 예배의 질을 떨어뜨리고 성도들로 하여금 마치 예배의식 참여가 신앙생활의 전부인 것으로 오해하게 할 수 있다. 그 결과 소비자 입맛에 맞는 예배까지 출현하게 되고, 성도의 마땅한 주일성수 문제가 심각하게 훼손되어 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 교수는 끝으로 “개혁교회의 예배 통일성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같은 하나님을 섬기면서 섬기는 방식이 다 다른 점을 인정한다면 그것은 신본주의 신학과 신앙이 아닌, 지극히 인본주의를 지향하는 것”이라며 “개혁교회의 신학적 기초는 오직 성경이다. 인간이 고안한 어떤 방식으로도 하나님께 나아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의식과 형식은 조금씩 바꿀 수 있다”
소강석 목사는 ‘목회 현장에서 본 현대목회와 예배갱신’을 제목으로 발표했다. 소 목사는 “우리는 굳은 의식, 외적인 경건, 고착화된 형식만을 지속해 나가는 것이 개혁주의라고 착각할 때가 있다”며 “신학적 보수와 문화적 보수는 엄연히 다르다. 그런데 그 둘을 구분하지 못한 채 동등한 것으로 착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때문에 극단적 본질주의와 근본주의에 빠지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 목사는 “그러므로 우리의 고민은 ‘어떻게 개혁주의 신학과 예배정신을 지키면서 현대적 감각과 문화에 맞는 예배를 드릴 것인가’하는 것”이라며 “의식과 형식은 본질이 될 수 없다. 그것은 다만 본질을 담는 그릇이고 도구일 뿐이다. 따라서 개혁주의 예배 본질과 정신은 바꿀 수 없지만 그 정신과 본질을 담는 예배의식과 형식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바꿀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예배는 성도가 교회로 들어오는 앞문과 같다. 앞문이란 넓을수록 좋다. 앞문이 넓기 위해선 예배가 열려 있어야 하고 축제 분위기여야 한다. 초상집 같은 분위기, 지나치게 엄숙한 분위기는 결코 넓은 문이 될 수 없다”며 “그런 의미에서 현대 교회일수록 전통적 예배 스타일보다 개방적이고 축제적인 예배 스타일을 지향해야 한다. 즉, 현대적 감각을 가미한 예배 갱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예배는 철저하게 기획돼야 하고 리허설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소 목사는, “예배를 철저하게 기획한다고 해서 그것을 작위적인 조작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며 “예배 기획은 절대로 인위적으로 짜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하나님께 온전한 기쁨이 되고 사람들에게 더 은혜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 성령의 임재 안에서 기획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리허설을 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소 목사는 “아무리 감동적이고 현대인들의 감각에 맞는 예배라 할지라도 성경적 원리와 정신에서 벗어난다면 결코 안 될 일이다. 마찬가지로 성경적이고 건전한 신학에 기초한 예배라 할지라도 현대인들에게 식상하거나 고루한 방식으로 드리는 예배 또한 문제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며 “아무리 성경적 원리에 입각해 드리는 예배라 할지라도 그 시대의 환경이나 문화적 세계관, 인간의 죄와 부패성으로 인해 변질되고 왜곡될 수 있기 때문에 늘 조심해서 예배 갱신을 추구해야 함을 놓치지 말아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직제 일치, 많은 것 포기 않고는 불가능”
끝으로 ‘로마기톨릭과 기독교가 연합할 수 있는가-직제 일치에 대한 비판’을 제목으로 발표한 심창섭 박사는 천주교의 직제를 비판하며 “천주교와 개신교의 직제 일치는 서로가 많은 것을 포기하지 않고는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천주교와 개신교의 신앙과 직제의 일치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며 “두 교단의 공통점이 가장 많은 교계 직제의 일치를 가져온다 해도, 천주교의 교황청 직제와 바티칸시국의 조직은 그대로 존속될 수밖에 없다. 교계 직제의 일치만 가져온다면 그것은 개신교가 천주교에 흡수·통합되는 형태가 될 것이다. 천주교는 결코 교황청과 바티칸시국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치를 원한다면 일치운동에 앞서 천주교와 개신교의 신학자들이 테이블에 나와 서로의 장단점을 토론하고, 잘못에 대한 개선과 실천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신앙과 직제에 대한 공통적인 진리의 토대를 마련하지 않고는 결코 일치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런 대안 없이 일치운동을 주장하고 행동하게 된다면 개신교 스스로 더 많은 갈등과 불일치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심 교수는 “천주교와 개신교의 일치운동은 외형적으로 화합과 평화를 모색하는 모양새를 갖춰, 대사회적으로 기독교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 수 있는 효과를 가져올 수는 있을 것이다. 즉 보편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것은 가능하다”며 “그러나 진리를 외면한 이러한 외형과 형식적인 일치운동은 두 교단의 분열의 골을 더 심화시키는 역효과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강연에 앞서 열린 예배에선 길자연 목사(총신대 총장)가 ‘말씀이 있는 곳에 창조가 있다’(창1:1~5)를 제목으로 설교했다. 길 목사는 “말씀에 입각한 신앙이 최상의 신앙이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말씀이시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주님께 기적을 보여 달라고 간구할 수 있고 주님께서도 그렇게 할 수 있으나, 말씀 중심의 신앙을 갖는 것 만큼 주님을 기쁘게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