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재판국, 총회 앞두고 봉천교회 관련 ‘로비 의혹’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장부 ‘예비자금 내역’서 재판국원 이름 나와… 논란 일 듯

▲지난 2013년 11월, 봉천교회가 3년간의 분쟁을 끝내고 정준 목사의 위임식을 진행하던 모습. 교회는 담임목사를 잃고 또 다시 혼란에 휩싸였다. ⓒ크리스천투데이 DB
▲지난 2013년 11월, 봉천교회가 3년간의 분쟁을 끝내고 정준 목사의 위임식을 진행하던 모습. 교회는 담임목사를 잃고 또 다시 혼란에 휩싸였다. ⓒ크리스천투데이 DB

봉천교회 장로들이 예장통합 총회재판국(이하 재판국) 관계자들에게 금품을 전달한 것으로 보이는 비자금 장부가 공개돼, 제99회 총회를 앞두고 파문이 일고 있다. 장부에는 전달 액수와 더불어 대상자가 명확히 기재돼 있다.

재판국은 지난 1일 봉천교회 장로 6인이 관악노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정준 목사 청빙결의무효확인 소송에서, ‘청빙을 무효로 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봉천교회는 정준 목사가 취임하면서 3년간의 극심한 분쟁이 마무리됐으나, 다시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통합재판국의 청빙무효 확인판결문.
▲통합재판국의 청빙무효 확인판결문.

재판국은 봉천교회 정준 목사의 증빙서류 제출 시점에 문제가 있었고, 정 목사 장인의 압력이 있었다며 청빙을 무효화했다. 또 정준 목사와 지지 장로들이 낸 진정서를 판결문에 언급하면서 격앙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정준 목사 측은 호소문에서 “정준 목사의 청빙서류 일체는 제대로 제출됐고, 당시 제출한 서류들을 재판 과정에서 모두 제시했으나 (재판국은) 전혀 참고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정 목사가 2012년 12월 14일 금요기도회 설교 방문시 서류를 제출하고 12월 17일 이메일로 다시 제출했으며, 당시 청빙위원회 서기인 이모 장로에게 보낸 이메일 내역도 그대로 보관돼 있다는 것.

▲발견된 장부상 예비자금 내역. 장모 목사, 백모 장로 등의 이름이 보인다.
▲발견된 장부상 예비자금 내역. 장모 목사, 백모 장로 등의 이름이 보인다.

문제의 핵심은 공개된 장부이다. 이 장부는 2012년 6월 16일부터 2013년 2월 8일까지 ‘예비자금 운영에 관한 내역(이하 예비자금 내역)’이라는 액셀파일로, 3억 9000만원의 수입과 지출 내역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예비자금 내역은 2012년 5월 23일 3억원의 교회적금 통장을 해지한 이후 새롭게 개설한 별도통장에 입금한 후, 그해 6월 16일부터 이중장부 기록을 시작해 2013년 2월 8일까지 수입 및 지출항목을 기록한 내용이다. 장부에 따르면 통합재판국 전·현직 국장과 봉천교회 사건담당 분과장, 자문위원 등의 이름과 함께 수백만원씩 인출한 항목이 기록돼 있다.

내역에 따르면 100-300만원씩 6차례 인출 기록과 함께 당시 재판국장 장모 목사의 이름이 적혀 있고, 관련 항목으로 인출된 금액은 총 1,100만원이다. 또 2012년 당시 직전 헌법위원장이면서 당시 헌법위원회 전문위원이던 최모 목사에게도 2차례 각 100만원씩, 200만원을 지급했다고 기록돼 있다.

장부에는 현 통합 총회 재판국 책임자들의 이름도 등장한다. 장부에는 현 재판국장이자 2012년 당시 봉천교회 사건담당 분과장이던 오모 목사에게 2012년 12월부터 2013년 1월까지 세 차례 100만원씩 300만원을 인출했다는 기록이 있다. 또 4차례 760만원 인출항목 옆에는 2012년 당시 재판국 서기이자 현 재판국장 자문위원이라는 전모 목사 이름도 있다.

▲장부 내역.
▲장부 내역.

기록된 인출 시기도 미묘하다. 예비자금 지출 내역상 날짜는 당시 봉천교회 관련 주요 판결 및 결정을 전후로 하고 있던 당시여서 ‘로비’ 의혹을 사고 있으며, 이번 청빙무효 판결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봉천교회 성도들, “이번 총회서 재판국원 전원 교체” 촉구

일부 장로들이 부임 2년차 목사의 청빙무효 소송을 제기한 배경은, 박영선 목사와 이 장로들의 불투명한 재정 문제 때문이라는 게 성도들의 주장이다. 여기에 정 목사 지지 교인들이 크게 늘면서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었다는 것. 그래서 정 목사의 청빙무효 판결과 ‘예비자금 내역’은 연관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교회 재정부장 이모 장로가 고장난 USB 수리를 교회 장로 2인에게 요청하면서, 이 장부가 세상에 드러났다. USB를 수리업체에 맡겼던 두 사람은, 비자금 장부가 담긴 복원 파일을 우연히 목격하게 됐다.

▲위임식 당시 정준 목사 내외의 선서 모습. ⓒ크리스천투데이 DB
▲위임식 당시 정준 목사 내외의 선서 모습. ⓒ크리스천투데이 DB

재정부장 이모 장로는 “재판과 관련해 로비한 사실이 없다. 그 내역은 모두 허위로 위조됐다”며 펄쩍 뛰고 있다. 그러나 엑셀파일은 기록 날짜와 수정 날짜가 명기돼, 제3자가 수정했다면 그대로 드러난다고 한다. 해당 파일은 수정된 적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장로는 “용산 IT업체 전문가에게 문의해 본 결과,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는 자문을 얻었다”고 했지만, 그 전문가가 누구인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로비를 받은 것으로 장부상에 기록된 당사자들도 사실을 부인했다. 현 재판국장 오모 목사는 통화 시도에 응하지 않았고, 자문위원 전모 목사는 통화에서 “돈 한 푼도 받은 적 없다”며 “교회 자체 문서가 어떻게 기록돼 있든, 나와 상관없는 문제”라고 했다.

박영선 원로목사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나는 전혀 모르는 사실”이라며 “나는 13인 장로 재판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정준 목사의 청빙결의나 무효재판에도 관여하지 않았다. 나와 정준 목사의 사이가 나쁠 리 있느냐”라고 말했다.

봉천교회 성도들은 “교회가 간신히 혼란을 수습하고 안정에 접어들었는데 또 흔들려는 재판국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고, 청빙무효 판결 자체도 납득할 수 없다”며 “로비 의혹이 불거진 만큼, 이번 총회에서 통합재판국 인사들이 모두 교체돼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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