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개혁, 루터처럼 정확한 고발과 담대한 대안 제시를”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한복협, 10월 발표회 개최… 김영한·박명수·정일웅 박사 발제

▲한복협 월례회에서 김명혁 목사가 이야기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한복협 월례회에서 김명혁 목사가 이야기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김명혁 목사, 이하 한복협) 10월 조찬기도회 및 발표회가 10일 서울 선릉로 화평교회(담임 이광태 목사)에서 개최됐다.

‘종교개혁과 한국교회 개혁의 과제들’을 주제로 열린 이날 발표회에서는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장)와 박명수 교수(서울신대), 정일웅 박사(전 총신대 총장) 등 주요 학자들이 각각 종교개혁의 달 10월을 맞아 한국교회 개혁 방안을 모색했다.

▲발표하고 있는 김영한 박사. ⓒ이대웅 기자
▲발표하고 있는 김영한 박사. ⓒ이대웅 기자

‘목회자의 삶 개혁이 요청된다’를 제목으로 김영한 박사는 “오늘날 한국교회 문제의 원천은 목회자들의 자기관리 부족”이라며 “이는 목회자들의 사회윤리 의식 결여에서 나오는 것으로, 결국 공인으로서 지나치게 수직적 카리스마를 강조함으로써 수평적 차원의 자기관리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영한 박사는 “오늘날 한국교회의 사회적 위상을 훼손한 목회자들 모두 교회 크기로는 세계적 메가처치를 이뤘다는 복음주의를 표방한 목회자들”이라며 “번영신학과 성공주의에 입각해 양적으로는 세계 최대의 교회를 만들었지만, 교회 윤리성의 성장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채 교주에 가까운 카리스마에 의존함으로써 사회적 관계에서 갖춰야 할 기본 소양이 결여돼 윤리성과 영성 사이에 괴리현상을 보이게 됐다”고도 했다.

김 박사는 한국판 종교개혁은 ‘칭의신앙’에서 ‘성화신앙’으로 업그레이드돼야 하며, 구체적으로는 영성과 도덕성, 공동체가 회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먼저 영성에 대해선 “어떤 신비로운 체험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인격적 동행과 대면을 의미하는 것으로, 종교개혁자들이 ‘하나님 앞에서(Coram Deo)’ 사는, 항상 기도하고 깨어있는 삶의 태도를 의미한다”며 “‘오직 하나님의 영광’과 ‘교회의 유익’을 위해 고난의 멍에를 졌던 칼빈의 영성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윤리에 대해선 “목회자들은 타자지향적 책임윤리를 실천해 모범을 보이고, 강단 뿐 아니라 삶과 윤리의 설교를 통해 세상 지도자보다 더 높고 엄격한 윤리성을 가져야 한다”고, 공동체에 대해선 “사회봉사를 통해 사회적 공신력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대형교회의 분립과 작은교회 살리기, 연합기관 지도자들의 권력욕심 내려놓기와 한기총·한교연의 조건 없는 통합 등도 제시했다. 김영한 박사는 “한국교회 개혁 과제란 목회자 자신의 개혁”이라며 “목회자들은 모든 명예욕과 권력욕과 교회 성장 욕심을 내려놓고, 하나님 앞에 겸손하게 되돌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발표하고 있는 박명수 교수. ⓒ이대웅 기자
▲발표하고 있는 박명수 교수. ⓒ이대웅 기자

‘종교개혁과 한국교회의 개혁’을 주제로 박명수 교수는 종교개혁의 유산과 오늘날과의 차이점, 그리고 한국교회의 문제와 개선점에 대해 살폈다. 그는 “종교개혁 당시 천주교는 성경과 전통을 함께 강조했고, 믿음과 행위 구원을 이야기했으며, 성직자를 통해서만 하나님 앞에 나갈 수 있다고 가르치다 교황무오설까지 나왔다”며 “오늘날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등으로 한국 사회는 가톨릭에 매우 호의적이나, 이와 다른 기독교의 장점들을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종교개혁 당시로부터 500여년이 지난 지금, 오늘날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을 16세기 유럽의 루터에게서 찾을 수는 없다고 했다. 박 교수는 “우리는 21세기 다종교사회인 한반도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루터의 유산을 계승하면서도 동시에 시대적 한계를 인식하고 오늘의 개혁을 생각해야 한다”고 전했다. 당시와의 차이점은 첫째, 16세기 종교개혁은 기독교 세계 내에서 일어난 기독교 내부의 문제였고 둘째, 루터는 봉건영주의 도움을 받아 종교개혁을 진행했으며 셋째, 당시의 문제 때문에 중생이나 성화, 성령운동보다 칭의를 앞서 강조했고 넷째, 오늘날 사회에 다소 맞지 않는 ‘두 왕국설’ 등이다.

21세기 한국교회 개혁과제로는 세 가지를 제기했다. 첫째로는 ‘오직 성서, 오직 은혜, 만인사제설’이라는 종교개혁의 핵심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고등비평의 등장으로 성서의 권위가 흔들리고, 다원주의로 인해 ‘오직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이 도전받고 있으며, 성직자의 권위만을 강조하는 보수적 성직자가 있는 반면 평신도의 권리만을 내세워 교회를 혼란시키는 세력도 등장하는 등 근본적 고민들을 겪고 있다”고 했다.

둘째로 과거 천주교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것. 그는 “한국교회는 현재 종교개혁의 원리를 지키지 못하고 있는 동시에 과거 천주교가 빠진 오류인 물질욕·권력욕·성욕 등 3가지를 답습하고 있어 더욱 어려워졌다”고 했다. 셋째로 종교다원주의 등 과거 기독교가 직면하지 않았던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다는 점이다. 박 교수는 “진정한 한국교회의 개혁은 세미나나 기자회견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루터처럼 성경 안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하나님의 사람에서 이뤄진다”며 “지금 이런 개혁을 위해 21세기 한국의 루터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표하고 있는 정일웅 박사. ⓒ이대웅 기자
▲발표하고 있는 정일웅 박사. ⓒ이대웅 기자

정일웅 박사는 ‘종교개혁과 한국교회 개혁의 과제들’로 6가지를 제언했다. 먼저 ‘이신칭의의 올바른 이해와 부정적 사회 가치관에 사로잡혀 행동하는 우리 모습’을 개혁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부정적 가치관이란 경쟁하는 삶의 방식과 실적 위주로 사람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교회 지도자들의 이기적 인간성은 세상 정치보다 더 부패한 모습”이라며 “한국교회는 이러한 신앙 태도를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정직하고 청렴하고 양보하고 섬기는 복음적 인간성으로 재무장된 기독인의 모습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인제사장 원리와 성직자의 축복권 남용 극복’도 강조했다. 정 박사는 “한국교회는 성직자와 평신도의 관계가 여전히 계급적으로 오해될 만큼 남용되고, 무엇보다 성직자의 축복권이 남용돼 축복을 빙자한 물질의 강요가 이뤄지고 있다”며 “교회 내 직분은 각자 믿음의 분량에 따라 성령께서 그리스도의 일꾼으로 세우셨기에 구분되는 것일 뿐, 상위 직분을 섬기기 위해 다양한 직분이 존재하는 게 아니다”고 밝혔다. “목회자들이 여전히 명령하고 군림하는 세상 권세자의 리더십을 벗어나지 못해 평신도(장로)와의 사이가 화목하지 못하고 많은 갈등으로 공동체가 위협받고 있다”고도 했다.

‘예배와 예전의 개혁’도 제시했다. 루터는 하나님 말씀이 설교되고 올바른 성례가 시행되도록 개혁했으나, 한국교회는 여기서 너무 멀어졌다는 것. 정 박사는 “회중의 감성 자극과 감동에 집중된 한국교회의 예배는 하나님 중심의 예배라기보다 사람을 즐겁게 하는 쇼 같은 인간 중심의 예배”라며 “특히 성찬의 나눔에서 경험돼야 하는 그리스도의 영적 임재에 대한 신비로운 은혜 체험을 음악을 통한 악기 연주와 찬송 많이 부르기로 대체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또 ‘진보와 보수가 연대(연합)하여 기독교 신앙의 가르침 표준과 통일성을 새롭게 창출해야 한다’고 했다. 정 박사는 “한국교회는 여러 분열된 교파들로 인해 성경 이해와 신앙의 가르침이 다양해져 표준을 잃어버린 문제에 직면했다”며 “이것이 다원주의로 고착화되면 이단과 사이비의 횡포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러한 연합은 사회적 역할을 위해서도 중요하다”며 “대사회, 대정부, 대북한선교, 대국제관계에서 한국교회는 통일된 표준적 가르침으로 사회적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했다. 이외에도 ‘교회의 수적 성장을 위한 목회관 포기’, ‘목회자들의 지나친 소유욕 해방, 교회의 공공성과 공동체성 회복’ 등을 꼽았다.

▲세 발표를 종합하고 있는 전병금 목사. ⓒ이대웅 기자
▲세 발표를 종합하고 있는 전병금 목사. ⓒ이대웅 기자

발표를 종합한 전병금 목사(강남교회)는 ‘종교개혁과 한국교회’라는 제목으로 “세 분의 발표는 각론에서 조금 다르지만, 500년 전 종교개혁 당시의 개혁정신을 회복하여 위기에 처한 오늘의 한국교회를 개혁해야 한다는 문제의식과 목회자의 각성에서 출발해 교회의 사회적 공공성과 높은 윤리의식 회복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며 “다만 오래 전부터 반복된 문제제기와 대안제시가 추상적이고 당위적 구호에 머무르지 않으려면, 루터처럼 개혁 대상에 대한 정확한 고발과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담대한 대안 제시가 따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 목사는 “오늘날 한국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구원을 얻은 진리를 외면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감격을 놓쳐버린 채 자신들만의 종교적 성을 쌓아왔다”며 “그러므로 한국교회의 종교개혁은 구원의 감격을 회복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하고,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하나님 앞에 서서 사람들을 섬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교회는 고린도 교회와 같은 자정능력이 필요하다”며 “심각한 부패의 수렁에 빠진 한국교회는 일반 사회보다 높은 윤리적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선 기도회에서 ‘방법부터 개혁하자(행 1:1)’는 제목으로 설교한 최복규 목사는 “부패를 막는 것은 말만의 이론이나 가르치는 교육만으로는 불가능하고, 오직 녹아지는 선행만이 부패를 막을 수 있다”며 “하나님은 말씀의 본체시요 진리 자체이시며 전능하신 분이지만, 말씀으로 외치시거나 진리를 가르치시기 전에 먼저 육신을 입으사 부패하고 악한 흑암 세상에 들어오셔서 비천한 종의 모습으로 추악하고 미련한 우리를 섬기시며, 흔적도 말도 없이 온전히 소금으로 녹아지셨다”고 역설했다. 최 목사는 “믿음은 행함과 함께 가는 것”이라며 “행함이 선행되지 않은 외침이나 가르침은 허공을 치는 것이요, 스스로를 속이고 사람들에게 짐만 지워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병금 목사(앞줄 왼쪽) 등이 한국교회 회복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전병금 목사(앞줄 왼쪽) 등이 한국교회 회복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기도회에서는 ‘한국교회의 영적 각성과 회개 운동을 위하여’ 신동우 목사(산돌중앙교회)가, ‘한국교회의 윤리적 각성과 사랑 운동을 위하여’ 김중석 목사(사랑교회)가, ‘한국교회의 교회적 각성과 연합 운동을 위하여’ 안만길 목사(염광교회)가 각각 기도했다. 발표회는 이옥기 목사(UBF 총무)의 광고와 안만수 목사(화평교회 원로)의 축도로 마무리됐다.

이날 모든 행사는 김명혁 목사가 진행했다. 김 목사는 “이번 달도 그렇지만, 다음 달 주제도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꼭 들어야 할 이야기들”이라며 “많이 참석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복협은 다음달 14일 오전 7시 서울 신촌성결교회(담임 이정익 목사)에서 ‘장·감·성·침·순 교회의 장·단점’을 주제로 11월 월례 조찬기도회를 개최한다. 각 교단 대표로 손인웅·신경하·이정익·고명진·최성규 목사가 각각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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