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가톨릭의 ‘칭의’, 종교개혁의 그것과 무엇이 다른가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개혁신학회 가을 학술대회서 김재윤 박사 등 발제

▲김재윤 박사(가운데)가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논찬자인 유태화 박사. ⓒ김진영 기자
▲김재윤 박사(가운데)가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논찬자인 유태화 박사. ⓒ김진영 기자

개혁신학회(회장 김길성 교수) 11일 서울 총신대학교(총장 길자연 목사) 사당캠퍼스 제2종합관 카펠라홀에서 ‘개혁신학과 로마가톨릭주의’라는 흥미 있는 주제로 가을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다양한 제목의 논문이 발표된 가운데, 제1발표 1분과 발표는 김재윤 박사(아신대 조직신학)가 ‘의롭게 만드시는 하나님의 의: 레겐스부르크, 트렌트, 합의문서(1999)로 본 로마가톨릭 칭의 교리’를 제목으로, 논찬은 유태화 박사(백석대)가 각각 맡았다.

“트렌트 공의회, 종교개혁 칭의론에 상당한 오해”

김 박사는 로마가톨릭의 ‘칭의’론을 레겐스부르크 합의(1541)와 트렌트 공의회(1545-1563), 그리고 ‘칭의 교리에 대한 합의문서’(이하 합의문서, 1999)를 통해 살폈다.

그는 특히 “트렌트 공의회는 어거스틴이 펠라기우스를 반대해서 적극적으로 주장한 칭의의 은혜의 측면을 절대적으로 의식하고 있기 때문에, 칭의가 결코 삼위일체 하나님의 은혜와 원인 바깥에 있지 않음을 강조한다”며 “그러나 칭의가 오직 그리스도의 공로와 의에만 위치해 있다는 종교개혁의 주장에 대해서, 의는 하나님의 것이자 동시에 우리의 것이라는 점을 끈질기게 지켜가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로마가톨릭 칭의론에 대한 유일한 권위 있는 교리는 여전히 트렌트 공의회의 ‘칭의에 대한 교령’”이라며 “그러나 이 교령이 종교개혁의 칭의론에 대한 상당한 오해 속에서 작성됐고, 종교개혁의 입장을 인간의 내적인 변화 없는 죄사함만을, 인간의 선한 행동과 무관한 믿음만을, 그리고 내적인 의를 무시한 전가된 의만을 주장한다고 보는 시각에서 규정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트렌트 교령은 마치 종교개혁의 칭의를 내적인 변화 없는 외적인 칭의의 선언만 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옹호했다”며 “이 문제에 대한 종교개혁의 일차적인 응답은 칭의에서가 아니라 성화에서 내적인 변화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단지 칭의와 성화를 엄격하게 구별해서 성화에만 내적이고 본질적인, 새롭게 되는 부분을 모두 돌린 것은 아니”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김 박사는 “로마가톨릭의 칭의 교리가 그리스도의 의를 독립적으로 보지 않고 우리의 본질에 혼합된 것으로 보는 이상 개신교와 로마가톨릭의 칭의 교리는 일치되기 힘든 것”이라며 “이런 부분은 결국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서의 최종적인 공로에 대한 교리와 연결된다”고 했다.

김 박사는 “칼빈은 신자들의 선행이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서 의로 인정되는 것은 그 자체의 완벽성보다는 그리스도의 의에 의존해 있다는 사실”이라며 “하나님의 은혜와 동일한 것인 인간의 선행이 그 자체의 충분한 공로로서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서 의롭다 여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무게를 둔 트렌트 교령과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 박사에 따르면 레겐스부르크 합의와 1999년의 합의문서는 칭의론에 있어 트렌트 공의회와 다소 다른 부분을 언급한다. 김 박사는 “소위 ‘신인협력설’로 해석되는 로마가톨릭의 입장이 펠라기우스 논쟁을 통해 형성된 어거스틴의 은혜 개념에 가깝다는 점을 좀 더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 합의문서에서 보완된 점들”이라며 “은혜가 칭의의 원인과 장소를 전적으로 인간의 내재적인 의에만 두지 않고 삼위일체 하나님의 은혜를 독립적인 것으로 보려는 해명들이 들어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만약 레겐스부르크 합의나 1999년의 합의문서에 충실한다면 로마가톨릭의 칭의 교리는 궁극적이고 최종적인 칭의의 근거와 원인을 그리스도의 의에만 두어야 할 가능성을 열어놓게 된다”면서 “이 가능성이 현실이 된다면 로마가톨릭의 칭의 교리는 하나님의 최종적인 심판대 앞에서조차도 내가 실제로 의로워진 그 본질로 인해서가 아니라 오직 그리스도의 의에 의해서 영생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생각을 수용하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학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학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마리아, 탁월한 믿음의 헌신을 한 사람일 뿐”

다음으로 제2발표 제1분과 발제자로 나선 이상웅 박사(총신대 신대원 조직신학)는 ‘개혁주의적 관점에서 본 로마가톨릭교회의 마리아론’을 제목으로 발표했다. 그는 “개신교회는 성모 마리아가 믿음으로 순종해 하나님의 아들이 인간의 몸을 입고 탄생하도록 자기의 몸을 내어드린 것을 결코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며 “그러나 마리아가 마치 전능하고 편재하신 하나님처럼 예배나 기도처에 임재해 찬송과 기도를 듣고 중재를 해준다는 것은 성경적인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박사는 “이러한 특징들과 역할은 오로지 우리의 유일한 구원자요 중보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그리스도가 우리를 위해서 보내주신 다른 보혜사이신 성령에게 돌려야 마땅한 것”이라며 “마리아는 우리 인간들 중 가장 탁월한 믿음의 헌신을 한 사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직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높이고 찬송해야 한다. 우리의 찬양은 오로지 삼위일체 하나님께만 드려야 한다”면서 “기도 역시도 들으시고 응답하시는 분은 삼위일체 하나님밖에는 없다. 이 복음의 진리에 굳게 서서 어떤 다른 인간이나 인간 사상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 죽으시고 지금도 하늘 보좌에서 온 세상과 교회를 다스리고 계시는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의지하며 높이는 개혁신학도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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