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정보센터, ‘2014 북한 종교자유 백서’ 발간
“아주머니 한 분이 성경책을 집에 놔뒀다 발각돼 집에서 끌려 나가, 신의주시 한 농장 탈곡장에서 공개 총살당했어요. ‘왜 총살하느냐?’고 물으니 ‘성경을 보관했다’고 말했어요. 머리, 심장, 다리 묶어서 총살했어요.”
“OO이 중국에 건너갔다 성경책을 갖고 왔대요. 집에 숨겨놓고 봤던 모양이에요. 남편이 잘 나가서 집에 사람들이 많이 왔다갔다 했는데, 그 말이 나오면서 집이 쫄딱 망했어요. OO는 보위부에 끌려가 많이 맞고 고문을 당해 하반신 마비가 왔어요. 반 죽은 상태로 집에 왔는데, 다시 건강해져서 함흥 오로교화소로 갔다가 거기서 죽었어요.”
밤이면 첨탑 위 십자가 불빛으로 장관을 이루는 대한민국 서울에서 자동차로 불과 한 시간 거리에는, 성경을 소지했다는 이유만으로 끔찍한 고문을 당하고 목회자와 만났다는 ‘죄’로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 소리도 없이 죽어가는 ‘종교자유 최악의 국가’가 있다.
북한인권정보센터(소장 김웅기, 이하 센터)가 최근 ‘2014 북한 종교자유 백서’를 발간했다. 센터는 지난 2008년부터 매년 탈북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북한의 종교자유 실태를 폭로하는 백서를 내고 있다.
백서는 지난 2007년 이후 입국한 탈북민 9,742명의 종교자유에 대한 인식조사와, ‘NKDB 통합인권 DB’가 보유한 50,858건의 사건과 28,649명의 인물 중 북한 종교자유 침해에 대한 사건 1,084건과 인물 802명에 대한 분석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종교의 자유’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북한에서 자유롭게 종교활동을 할 수 있는가?’라는 설문에 9,174명 중 33명을 제외한 9,141명(99.6%)가 ‘아니다’로 응답한 것. ‘평양 아닌 지방에 당국이 인정하는 합법적 가정예배 처소가 있는가?’라는 질문에도 9,289명 중 9,179명(98.8%)이 ‘없다’고 답했다. ‘있다’는 응답자 1.2%도 직접 목격한 적은 없었다.
‘종교활동 시 처벌 수준’에 대해 가장 낮은 ‘노동단련형’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 8,726명 중 253명(2.9%)에 불과했고, 한국의 교도소 개념인 ‘교화소행’이 1,024명(11.7%)이었다. 절반을 넘는 4,801명(55.0%)이 가장 높은 처벌인 ‘정치범수용소행’이라고 했다.
2014년 7월까지 수집된 북한의 종교박해 사건 1,084건 중 가장 많은 비율은 ‘종교활동’으로 548건(50.6%)에 달했고, 종교물품 소지 259건(23,9%), 종교전파 124건(11.4%), 종교인 접촉 52건(4.8%) 등이 뒤를 이었다. 종교박해 피해자의 생존 여부에 대해선 ‘미상’ 59.5%와 ‘사망’ 17.6%였으며, ‘생존’이 확인된 경우는 전체의 22.9%에 불과했다.
종교박해 사건 발생 또는 목격 시 처벌 수준으로는 구금이 642건(59.2%), 이동제한 133건(12.3%), 사망 101건(9.3%), 실종 66건(6.1%), 추방 및 강제이송 38건(3.5%), 상해 27건(2.5%) 순으로 나타났다. 종교박해 시기는 2000년대가 652건(60.1%)으로 가장 많았고, 1990년대 261건(24.1%), 2010년 이후 34건(3.1%) 순이었다.
‘비밀 종교활동’ 참가 경험에 대해서는 전체의 1.2%인 116명의 응답자가 ‘있다’고 전했다. 이들 중 110명은 2001년 이후 탈북민들로, 센터는 “2001년 이후 북한 지역에서 비밀 종교활동이 일부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2009년 이후 입국자의 경우 비밀 종교활동 경험자 비율이 계속 증가했으나, 2012년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고 최근에는 탈북민 자체가 감소 추세”라고 분석했다.
‘성경책을 본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388명으로 전체의 4.2%였다. 특히 2011년 이후 탈북민들 중에는 무려 7.9%가 성경책을 봤다고 응답해 관심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