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이미 ‘과학적으로’ 선천성 없음 증명돼”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성과학연구협회, 도서 출간 기자회견… 잘못된 모델·경험·풍토 등 지적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사회 한효관 사무국장, 이태희 변호사, 길원평 교수, 조은제 의사, 민성길 회장. ⓒ이대웅 기자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사회 한효관 사무국장, 이태희 변호사, 길원평 교수, 조은제 의사, 민성길 회장. ⓒ이대웅 기자

성과학연구협회(회장 민성길 명예교수)가 ‘동성애가 선천적이라는 주장의 허구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21일 오전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길원평 교수(부산대) 외 5인이 저술한 도서 <동성애, 과연 타고나는 것일까? 동성애 유발요인에 대한 과학적 탐구(라온누리)>의 출판기념회를 겸해 개최됐다.

<동성애, 과연 타고나는 것일까?>에는 △동성애란 무엇인가 △동성애는 유전되는가 △동성애는 태아기의 성호르몬에 의해 결정되는가 △동성애를 하게 만드는 두뇌를 갖고 태어나는가 △동성애의 선천성을 주장하는 기타 논리 △동성애가 유전 및 선천성이 아니라면? △오해와 진실 △요약과 결론 등이 담겨 있다.

민성길 회장은 “오늘은 과학에 대한 문제로, 사람들이 과학을 맹신하는 경향이 있지만 황우석 사태에서 보듯 연구에는 오류가 있을 수 있으므로, 과학 논문은 앞에 했던 결과를 늘 검증해야 한다”며 “‘동성애의 선천성’에 대한 예전 연구들이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어, 협회에서 이제까지의 연구를 종합하는 리뷰 아티클을 작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표저자인 길원평 교수는 “동성애가 선천적이라면 그들은 동성애에서 벗어나려 애쓸 필요가 없고 우리도 그들을 인정하고 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선천성 연구’가 중요하다”며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 등에서 ‘동성애의 선천성이 입증됐다’는 1990년대 연구만 알려지고 있는데, 2000년대 들어 이를 완전히 뒤집는 이론들은 알려지지 않고 있어 책을 펴내게 됐다”고 밝혔다.

길 교수는 “동성애가 선천적이라면 치유도 불가능하게 돼, 그들의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도 중요하다”며 “유럽은 1990년대 연구 결과를 토대로 모든 정책이 결정돼 버려 동성애를 완전히 인정했는데, 한국도 그 길을 따라갈 것인지 지금 기로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1993년 해머(Hamer)는 ‘동성애의 유전성’ 관련 논문을 통해 남성 동성애자 형제의 염색체를 조사했더니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사이언스지에 발표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나, 2년 후 그의 제자가 ‘자료 수집 과정에서 동성애자들을 선별해 비율을 높였다’고 문제를 제기했고, 해머 자신이 동성애자임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후 12년 후인 2005년 해머를 포함한 연구진이 한 유전자가 아닌 전체 게놈을 연구했으나, 동성애 유발 유전자는 결국 발견되지 않았고 앞으로 발견될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발표했다. 해머의 연구 논문이 잘못됐다는 것.

‘동성애자와 일반인의 두뇌 크기 차이’ ‘일란성 쌍둥이의 동성애 일치 비율’에 있어서도 1990년대는 동성애가 선천적일 가능성이 있다는 논문이 발표됐으나, 10년 만인 2000년대 들어 조사 대상을 확대하고 과학이 발전하면서 전혀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다.

길원평 교수는 “최신 연구들을 보면 일란성 쌍둥이의 동성애 일치율은 10% 내외에 불과하고, 동성애가 유전자와 태아기의 호르몬에 의해 결정되지 않음이 분명히 나타난다”며 “선천성이 없다는 말이 아니라, 선천성에 의해 동성애가 결정되는 것이 전혀 아니고 선천적 요인은 간접적 이유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길 교수는 “동성애의 후천적 요인으로는 ‘부모의 잘못된 성역할 모델’, ‘유년기의 불안정한 성 정체성’, ‘잘못된 성 경험’, ‘영화나 음란물 등 문화적 요인’, ‘동성애를 인정하는 사회 풍토’ 등이 있고, 선천적 요인으로는 외모나 목소리, 체형 등이 이성(異性)처럼 보이는 것 등이 있다”며 “동성애는 육체적 쾌감 뿐 아니라 정서적 친밀감을 나누고, 두 인격체 사이에 이뤄지므로 상대가 관계를 지속하기 원하기에 다른 의존이나 중독보다 끊기가 더 어렵다”고 우려했다.

그는 “어릴 때 형성된 동성애 성향은 확정적이지 않고 유동적”이라며 “자신의 의지적 선택에 의해 동성애 성향을 받아들여 행동을 옮길 경우 그 성향이 마음에 자리잡고 강화된다”고 했다. 또 “그만큼 동성애는 의지적 선택이 중요하다”며 “사람에게는 환경과 요인을 극복하는 의지와 절제력이 있고, 강한 의존성에 의해 동성애 행위가 반복되면 동성애라는 성적 행동양식이 형성된다”고 덧붙였다.

▲협회 관계자들이 기자회견 후 함께한 모습. ⓒ이대웅 기자
▲협회 관계자들이 기자회견 후 함께한 모습. ⓒ이대웅 기자

질의응답에서는 이태희 미국변호사, 민성길 회장 등도 참여했다. 민성길 회장은 ‘선천적이 아니라면 후천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느냐’는 질문에 “동성애의 후천성 연구를 증명하는 결과는 유사 이래 계속 있어왔고, 프로이트 때부터 후천성에 대한 이론이 발표됐다”며 “1990년대 이전까지 동성애의 사회적 문제에 대한 논문들도 학계에서 꾸준히 발표됐다”고 했다.

이태희 변호사는 “동성애는 과학적·윤리적 이슈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철학적 이슈라고 생각한다”며 “동성애는 일종의 철학적 표현이기 때문에, 이번 발표가 큰 반향을 일으킬 것 같지만 한편으로 묻힐 것 같은 이유는, 동성애 지지자들은 과학이나 윤리가 뭐라 하든 상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동성애를 지지하는 이들은 선천적이라는 것 외에도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이유를 주로 드는데, 타인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제한하자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동성애를 금지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이 추진 중인 차별금지법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동성애를 자유롭게 인정하되 동성애를 비판할 자유도 보장해 달라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한효관 사무총장(건사연)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은 성명서 발표로 마무리됐다. 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잘못된 것으로 밝혀진 1990년대 연구 결과들을 증거로 인용하지 말 것 △동성애가 선천적으로 결정되는 것으로 오해하게 만드는 정보를 유포시키지 말 것 △최신 연구결과들을 소개하여 바른 지식을 갖도록 해줄 것 △과학 자료를 왜곡하여 특정 집단에게 유리한 법을 만드는 데 근거로 활용하지 말 것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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