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칼럼] 한 분이신 여호와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날마다 말씀 따라 새롭게’(103)-이스라엘의 ‘쉐마’ 신앙교육(3)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이스라엘아 들으라 우리의 하나님 여호와는 오직 하나인 여호와시니”(신 6:4)

‘이스라엘아 들어라’(‘쉐마 이스라엘’)는, 오경의 다른 곳에서는 사용되지 않고 오르지 신명기에서만 등장하는 표현이다. ‘쉐마 이스라엘’ 혹은 이와 유사한 표현은 신명기에서 모두 6번 사용되었다(4:1; 5:1; 6:4; 9:1; 20:3; 27:9). 신명기에서 그런 표현들이 등장하는 경우는, 대부분 그 내용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와 함께 그 내용을 잘 가르치라는 교육적 의도를 보여주는 곳이다. 신명기 5장 1절에서는 십계명과 같은 중요한 하나님의 명령을 소개하는 문구로, 6장 4절에서는 십계명 중 가장 중요한 제1계명의 확대 해석인 ‘여호와의 유일신 사상’을 소개하는 표현으로 사용되었다. 그런 점에서 신명기의 ‘쉐마 이스라엘’은 잠언에 자주 등장하는 ‘내 아들아 들어라’(1:8; 4:1, 10; 5:7; 7:24; 8:33; 23:19)나 시편의 ‘내 백성아 들어라’(50:7; 81:9) 등과 유사성을 지닌다.

2인칭 남성 단수에 해당되는 명령형 ‘들어라’(‘쉐마’)는, 강력한 요구를 나타내는 단어로서 신명기에 자주 등장한다(4:30; 8:20; 9:23; 13:4, 8; 15:5; 26:14, 17; 28:1 등). ‘듣다’로 번역되는 히브리어 ‘샤마아’의 일차적 의미는 귀로 소리를 듣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히브리어의 ‘듣다’는 단지 소리만을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기울이는 것을 포함하기 때문에 배우거나 이해함을 의미하며, 더 나아가서는 들은 바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까지 포함한다. 그런 점에서 ‘듣다’는 곧 듣고 순종함을 동시에 의미한다. 곧 히브리어의 ‘들음’은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첫 번째 단계이며, 가르침의 내용이 실제 삶 속에서 실천되는 순종의 결과까지 포함한 포괄적 단어이다.

‘들어라’라는 동사와 함께 호격으로 사용된 ‘이스라엘’은 비록 단수형을 취하고 있지만, 개인을 부르는 표현이 아니라 전체가 단일성을 지닌 공동체임을 보여준다. 신명기 5장 2-3절에서는 하나님과 언약을 맺은 대상이 ‘우리’ 곧 이스라엘 전체 공동체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는 여호와와 언약을 맺은 대상은 전체로서의 이스라엘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하나님의 계명을 순종하는 것은 이스라엘 공동체 전체의 의무이며 사명이다.

“우리의 하나님 여호와는 오직 하나인 여호와시니”는 ‘여호와, 우리 하나님, 여호와, 한 분’이라는 히브리어 네 단어로 이루어진 이 구절의 번역이다. 이에 대하여는 학자들은 여러 의견들을 제기하였다. 그들의 주장은 대체적으로 다음 네 가지 해석으로 요약된다.

(1) 우리 하나님 여호와, 여호와는 하나이시다(Yahweh our God, Yahweh is one).

(2) 여호와는 우리의 하나님이시며, 여호와는 하나이시다(Yahweh is our God, Yahweh is one).

(3) 홀로이신 여호와, 여호와는 우리의 하나님이시다(Yahweh is our God, Yahweh alone).

(4) 우리의 하나님 여호와는 하나이신 여호와이시다(Yahweh our God is one Yahweh).

위의 해석들 가운데 (1) 해석은 두 개의 주어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어색하다. (2)과 (3)의 해석은, ‘여호와’가 주어가 되고 ‘우리 하나님’이 술어인 것이 약점이다. 신명기에서 ‘여호와’가 주어가 되고 ‘우리의 하나님’이 술어가 되는 경우는 찾기 어렵고, 두 단어는 항상 동격 관계로 사용된다. (4)의 해석은 비록 여호와가 두 번 사용되긴 했지만, 각각 주어와 술어로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1) 해석과 차이가 있다. 위의 해석 중에서 어느 것을 택하든지 분명한 것은, 여호와가 이스라엘의 예배와 사랑과 충성을 받으실 유일하신 대상이라는 점이다.

신명기 6장 4절을 해석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에하드’)가 어떤 의미이냐다. ‘하나’의 해석에 대하여는 여러 가지 견해가 제시되었다.

(1) ‘하나’는 무엇보다도 다수에 반대개념으로서의 단일성(Oneness)을 의미한다. 여호와는 바알이나 마르둑처럼 만신전(萬神殿)의 주신(主神)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여호와는 다른 신들과 결합될 수 없으며, 이스라엘에게 계시하신 그대로의 유일하신 하나님임을 보여준다.

(2) ‘하나’는 다른 것과 절대적으로 구별된다는 점에서 유일무이성(Uniqueness), 혹은 독자성(Aloneness)을 의미한다. 하나님은 다른 신들과 비교할 수 없는 절대 주권자이시며 유일하신 분이시기 때문에, 하나님 앞에서 어떤 다른 신도 존재할 수 없다.

(3) ‘하나’는 하나님의 절대 주권과 깊은 연관성을 지닌다. 그런 점은 ‘쉐마’에 대한 이스라엘 사람들의 이해에서 잘 나타나 있다. 유대교 전승에 의하면, ‘쉐마’를 암송하는 것은 곧 ‘하나님나라의 멍에’를 메는 것과 동일시되었다. 여기에서 ‘하나님나라’는 절대 왕권으로서의 하나님 주권을 의미한다. 십계명의 제2계명에서 우상숭배를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것도 이러한 하나님의 속성 때문이다.

권혁승 교수는

충북대학교 사범대학 영문과(B. A.)를 나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M. Div.),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Hebrew University, Ph. D.)를 졸업했다. 현재 서울신학대학교에서 구약학을 가르치고 있고 엔게디선교회 지도목사, 수정성결교회 협동목사, 한국복음주의신학회 회장으로 있다. 권 교수는 ‘날마다 새로워지는 것’(고전 4:16)을 목적으로 ‘날마다 말씀따라 새롭게’라는 제목의 글을 그의 블로그를 통해 전하고 있다. 이 칼럼 역시 저자의 허락을 받아 해당 블로그에서 퍼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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