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진화론 과학계의 ‘우연’ 맹신에 대한 논리학적 반론

 
 

창조인가 우연인가
R. C. 스프로울 外 | 생명의말씀사 | 248쪽 | 13,000원

2014년 과학계에서는 우주의 ‘기원(起源)’과 관련된 의미있는 발견이 이어졌다. 한 발 물러서긴 했지만, 미국 연구진이 우주가 급팽창하면서 시공간(時空間)에 남은 중력파(重力波)의 흔적을 발견하면서, 지난해 ‘힉스 입자’ 확정에 이어 우주 탄생에 있어 ‘빅뱅(Big Bang·대폭발)’ 이론이 힘을 얻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지구 생명의 근원인 ‘물’의 기원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이뤄졌다.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수십억 년 전 원시 상태의 지구에 혜성(彗星)이 충돌하면서 혜성의 물이 지구로 옮겨졌다고 ‘추정’해 왔다. 약 46억년 전 뜨겁게 달아오른 원시 지구의 온도에서는 어떤 종류의 물도 남아 있을 수 없었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기 때문. 그러나 이는 ‘학설’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10년 전 유럽우주국(ESA)이 ‘물의 기원’을 찾기 위해 혜성 탐사용으로 발사한 무인 탐사선 ‘로제타(Rosetta)’가, 지난달 13일 탐사로봇 필레(Philae)를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에 착륙시켰다. 10년간 64억km를 날아간 끝에 혜성에 착륙한 로제타는 혜성의 물 분자를 포획해 질량분석기로 분석, ‘지구의 물’과 수소·중수소 비율이 달랐다는 결과를 보고했다. 한 마디로 두 곳의 물이 ‘족보’가 다르다는 것. 과학계는 충격에 빠졌다.

이처럼 현재 ‘지구의 기원’에 대한 이론은 과학계의 발전과 성과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고 있는 실정이고, 이는 기독교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개혁주의 변증학자 R. C. 스프로울(Sproul)은 키이스 매티슨(Keith Mathison)과 함께 펴낸 책 <창조인가 우연인가>를 통해 이러한 분위기에 일침을 놓는다. 저자는 진화론을 신봉하는 과학계의 주장들에 대해, ‘우연(chance)’과 ‘무(無)’는 스스로 아무런 일을 할 수 없다는 ‘논리학’으로 맞서고 있다.

1993년 나온 초판을 20년 만인 2013년 증보한 책을 번역했다. 그러나 20년간 과학계에서 각종 새로운 발견·증명들이 이어졌어도 이 책의 논리에 흠결이 생기지 않는다. 앞으로 어떤 발견, 심지어 ‘창조론’에 유리한 과학적 증명이 나타나도 책과는 무관하다. 저자들은 과학계에서 진행 중인 실험과 관찰의 전제에 대해 ‘이치에 맞지 않는(논리 법칙에 위배되는)’ 점들을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들의 주장은 원제(Not a Chance·우연이 아니다)에 집약돼 있다. ‘우연’은 전적으로 무력하고, 아무런 존재가 아니므로 아무런 힘도 없다는 것이다. 과학계에서 생물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생물체가 차례로 진화의 과정을 밟을 수 있었던 이유로 ‘우연에 의해(by chance)’를 내세우는 데 대한 반론이다. “이적을 행하시는 하나님을 시대착오적 개념으로 간주하는 세계에서, 사람들은 더 큰 이적을 행사하는 시간이나 우연으로 하나님을 대체한다(31쪽).”

▲R. C. 스프로울. ⓒ크리스천투데이 DB
▲R. C. 스프로울. ⓒ크리스천투데이 DB

저자는 ‘동전 던지기’의 예를 들어,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우연’의 용법이 잘못됐음을 지적한다.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올 확률은 반반이지만, 이것은 ‘우연’의 영향이 아니라는 것. ‘동전 던지기’의 결과는 그 사람이 던진 힘과 바람의 세기, 기타 요건에 영향을 받을 뿐, ‘우연’이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고 강조한다. 우리의 지성적 의도와 상관없이 이뤄지기에 ‘우연’이라 말할 뿐, 우연은 아무런 존재도 아니므로 아무런 힘도 의지도 없다는 결론이다.

“도구적이며 원인적인 힘을 우연에 부여하는 것은 연역과 합리성을 손상하는 것이다. 그것은 명백한 비합리성이며, 바람직하지 않은 철학일 뿐 아니라 터무니없는 과학이다. 도구적인 힘을 우연에 부여하는 것은 현대의 과학과 우주론에 있어 가장 심각한 오류일 것이다. 그 이유는 가만히 방치되면 과학을 난센스로 전락시킬 게 뻔한 그릇된 가정이기 때문이다(26-27쪽).”

저자들은 이후 양자도약과 빛 등의 이슈들을 논리학 입장에서 예리하게 비판하고 있다.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를 포함해 케플러 이전의 모든 과학자들이 행성의 궤도가 ‘원형’이 아님을 의심하지 못했기에 ‘태양이 지구의 중심’임을 오랜 기간 발견하지 못했던 점을 들어, ‘그릇된 가설’들이 만들어진 것은 자료들에서 부정확한 추론들이 도출됐기 때문’으로 애당초 ‘연역적 오류’가 있을 수 있음도 지적하고 있다. 이 과정을 포함해 러셀의 주장 등의 철학적 문제점들도 제기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딘가에 어떤 부류의 자존하는 존재가 있어야 하며, 그렇지 않다면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을(또는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자존하는 존재는 논리적으로나 존재론적으로 필연적이다. 그것은 가장 순수한 의미에서 ‘필연적인 존재’다. … 자존하며 영원한 존재는 그 자신의 내재적 존재 능력에 의해 존재한다. 그 존재는 자신 외부의 그 무엇에도 의존하지 않는다. 자신의 영원한 존재 능력에 의해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은 전혀 파생되지 않았고 독립적이며 외부의 어떤 것에도 좌우되지 않는다(182-1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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