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신학회, 제55회 정기학술대회 개최… 신임 회장엔 나형석 교수
한국실천신학회 제55회 정기학술대회가 ‘실천신학에서의 융합과 통섭’을 주제로 13일부터 1박 2일간 부평 카리스호텔에서 개최됐다.
이틀간 진행된 학술대회에서는 5회에 걸쳐 예배와 발달심리학, 성서와 심리학, 드라마와 설교, 사회학과 영성신학, 디아코니아와 사회복지, 교육과 선교, 예배학과 여성학, 타종교 등의 융합과 통섭에 대한 11차례의 발표가 진행됐다.
특히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문화랑 교수(고신대)의 제2발표 ‘예배와 성장발달심리학의 융합과 통섭: 예전이 어떻게 신앙을 형성하는가에 대한 연구’가 관심을 끌었다. 그는 “전통적으로 장로교회와 개혁주의 교회들은 교회교육에서 인간 이성의 역할과 교리교육적 가르침(catechetical instruction)을 강조해 왔다”며 “물론 신앙 형성에 있어 지성과 인식 능력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지만, 지식 전달 중심적 교회교육은 예배의 참여와 예전적 실천(liturgical practice)이 줄 수 있는 신앙 형성의 가능성을 간과해 왔다”고 취지를 밝혔다.
지식의 축적이 개인의 변화와 사회 속에서의 실천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것에 문제점을 느끼고, 교회 지도자들이 어떻게 하면 성도들을 신실한 크리스천으로 훈련(discipline)할지에 대한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는 것. 이에 문 교수는 예전 신학(liturgical theology) 입장에서 예전(liturgy)과 의례(ritual)의 실천이 어떻게 인간의 기억과 배움에 영향을 미치는지 학문적으로 분석하고, 예전이 신앙 발달에 있어 형성적 힘(formative power)이 있음을 피력했다.
문 교수는 “일반적으로 인간의 몸은 죄에 쉽게 노출되고 취약한 것으로 이해돼 왔지만, 교회의 역사를 거쳐 예전적 실천은 믿음의 통전성을 강조하고 우리의 신앙을 체현(embodiment)을 통해 표현돼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몸과 영혼,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은 신비적 방법 속에서 결합돼 온전한 신앙이 형성된다”고 강조했다. 인간의 몸과 영혼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냐는 차원으로 이해해선 안 된다는 것.
그는 “예를 들어 기도할 때 무릎을 꿇는 자세를 통해, 기도란 단지 내 요구를 하나님께 관철시키는 행동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겸손히 그분의 뜻을 이뢰는 것이라는 무언(無言)의 메시지를 얻게 된다”며 “이는 행동의 차원이 개인의 영적 차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좋은 예시가 되고, 이런 차원에서 데니스 홀링어(Dennis Hollinger)는 ‘기독교 영성은 몸에서의 자유가 아니라 몸 안에서의 자유다’라고 주장한다”고 했다.
이처럼 신앙 형성의 차원에서, 인간의 육체를 긍정하는 것은 예배에서 예전의 필요성과 연결될 수 있다고 그는 밝혔다. 문 교수는 “하나님은 인간을 ‘체현’을 통해 가르치시므로, 우리의 신앙은 단순히 내면화될 뿐 아니라 동시에 표현돼야 한다”며 “예전의 시행 자체는 인간의 본성과 훈련에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인간은 전인이기 때문에 체현된 실천이 없는 지식의 주입은 온전한 크리스천으로의 신앙형성에 있어 실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예전을 행하는 것은 육적 본성을 함께 지닌 우리 몸의 훈련과 깊이 연관되고, 이는 매주 반복되면서 정신에 영향을 미치며, 이 과정에서 목적(telos)과 애착(affection)이 생기게 된다는 것. 그는 “예전적 행동을 통해 의미가 형성되고, 그 의미가 사람의 몸과 마음 속으로 흘러들어간다”며 “그러므로 체현은 실천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실천은 체현을 수행하고 의미를 전달하며, 실천의 반복을 통해 이해는 성장한다”고 풀이했다.
문화랑 교수는 “학습도 인간의 몸을 통해 일어나듯 의례적 지식(ritual knowledge)은 인간이 의례를 행함으로 얻을 수 있는 지식을 의미하는데, 이는 인간의 의식과 잠재의식 모두와 밀접하게 연관된다”며 “이러한 종류의 지식은 생각 없는 반응체계가 아니라, 행동과 실천을 통해 인지와 감각이 통합돼 의식과 무의식에 동시다발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소개했다.
이를 예전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그는 “예배 중에 행하는 예전과 의례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가득 찬(imbued) 행동으로, 이 예전적 실천에 참여하는 것은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지식과 이해를 증진시킨다”며 “학자들은 공통적으로 실천 자체가 이론보다 열등한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 관계를 넘어 ‘형성적 힘’을 갖는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배제와 포용>, <광장에 선 기독교> 등을 쓴 예일대 교수 미로슬라브 볼프(Miroslav Volf)도 “믿음과 실천은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바른 실천은 사람들로 하여금 바른 믿음으로의 길로 인도한다”고 했다. 문 교수는 “예전을 행함으로서 얻는 힘은 매 주일 예배 속에서 반복되고, 이 반복적 행함은 깊은 숙고(reflection)의 자리로 나아가게 된다”며 “그러므로 반복적 행동은 그 숙고를 깊어지게 하고, 결국 믿음과 신앙의 성장에 자양분을 공급한다”고 설명했다.
이후에는 예전과 ‘암묵적 지식(tacit knowing)’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예배의 환경 속에서 교리가 생성되고 발전됐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고, 예배 현장은 신앙 형성에 있어 다이내믹(dynamic)과 창조적 생산력을 지닌다”며 “나아가 예배 참여와 예전을 행함으로, 참여자들은 기독교의 분위기와 신앙의 내용에 보다 익숙해진다”고 했다. 기도하는 가운데 기도의 방법을 배우고, 찬양하는 가운데 신심(信心)을 발전시킨다는 것.
문 교수는 “실천은 사람들로 하여금 하나님의 내러티브 안에 위치시키고, 그 예배 행위 안에 코드화된 메시지를 통해 성장을 촉진시킨다”며 “비록 그들이 어떻게 특정 지식을 가졌는지 말로 설명할 수 없더라도 분명 예배 참여자들은 기독교 신앙에 대한 배움과 이해를 갖게 되는데, 이것이 마이클 폴라니(Michael Polanyi)의 ‘암묵적 지식’ 이론”이라고 밝혔다. 이는 특정한 일에 참여하고 체현된 행동을 하면서 사람이 인격적 지식(personal knowledge)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또 “예전의 형성적 힘에 대해 논리적 설명을 하긴 어렵지만, 예배에 참여하는 사람은 그것이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앎을 증진시키며 기독교인으로 형성하는 힘이 있음을 알게 된다”며 “이는 하나님과의 인격적 만남을 통해 얻게 되는 인격적 지식으로, 폴라니의 암묵적 지식 논증은 예전의 특성을 잘 설명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예전이 신앙 형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앞서 언급한 ‘반복을 통한 습관 형성’을 비롯해 ‘기억을 통한 정체성 형성’, ‘인간 마음의 변화 요청’ 등을 꼽았다.
마지막으로 문화랑 교수는 “신실한 기독교인은 예배를 통해 만들어진다”며 “물론 믿음의 형성에는 성경과 교리 공부를 통해 바른 지식을 쌓아가는 인지적 요인도 중요하지만, 개신교회가 인간의 이성과 지성의 역할에만 집중하면서 예전적 예배를 통한 신앙 형성의 가능성을 간과해 온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한국 개신교회는 로마 가톨릭에 대한 과도한 반감에서 예전 자체를 과도하게 단순화하거나 제거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했다”고도 했다.
문 교수는 “예전 신학의 출발점은 바로 ‘그리스도의 성육신(incarnation)’에 있다”며 “하나님이 사람들의 부족한 이해력과 한계를 불쌍히 여기셔서 친히 성육신하셨다는 것이, 사람의 육체는 단지 죄에 취약하고 영혼에 비해 열등한 기관이 아니라 신실한 크리스천으로 훈련시킬 수 있는 영적 훈련의 도구가 됨을 증명한다”고 덧붙였다.
제2발표는 이말테 교수(루터대)를 좌장으로 김순환·김형락 박사(서울신대)와 김은주 박사(한일장신대)가 논찬했다. 같은 시간 열린 제1발표는 김한옥 교수(서울신대)를 좌장으로 윤은주 박사(이화여대)가 ‘한국교회의 인권운동과 통일선교’를 발표했으며, 황병배(협성대)·최현종(서울신대)·정재영(실천신대) 박사가 논찬했다.
저녁식사 후에는 제3발표 ‘기독교 상담에서의 성서와 심리상담’을 여한구 박사(국제신대), 제4발표 ‘신학과 드라마의 만남: 드라마터지(dramaturge)로서의 설교자에 대한 연구’를 허요한 박사(장신대), 제5발표 ‘독일에서 본 한국 사회와 한국교회: 녹색성장 안에서 교회의 영성’을 윤성민 박사(한신대), 제6발표 ‘디아코니아와 일반사회복지의 융합적 만남은 가능한가?’를 김옥순 박사(한일장신대), 제7발표 ‘대학교회의 목회적 성격과 선교적 과제: 연세대학교회를 중심으로’를 조재국 박사(연세대)가 각각 발표했다.
이튿날 오전에는 제8발표 ‘용서에 관한 기독교 상담적 고찰: 엔라이트의 용서치유에 대한 연구’ 안석 박사(서울기독대), 제9발표 ‘전도적 관점에서의 회심 이해’ 김선일 박사(웨스트민스터대), 제10발표 ‘한국 기독교 결혼식에 나타난 양성평등과 가정에 대한 이해들: 교단 예식서를 중심으로’ 김명실 박사(장신대), 제11발표 ‘에노미야 라쌀의 선(禪)과 그리스도교의 대화’ 김명희 박사(서강대) 등의 발표가 진행됐다.
학술대회 후에는 총회를 개최, 김한옥 교수(서울신대)를 20대 신임 회장에 선출했다. 첫날 개회예배에서는 김충렬 직전회장 사회로 고문 김종렬 목사(목회교육연구원 원장)가 ‘이 시대 랍비들이 잃어버린 말씀의 엑수시아(막 1:21-28)’를 제목으로 설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