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창조론 언급 말라” 통합과학 교육 개정안 논란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이대로 확정될 경우 2018년부터 전 고교생 학습

2015 과학 교육 개정안에 ‘창조론을 가르치지 말라’는 내용이 포함돼 통과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물론 지금까지 우리나라 정규 교육과정에서는 ‘창조론’을 가르칠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 그 경향과 강도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는 것. 국내 과학(생물) 교육과정에는 당초 창조론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었으나, 1990년대 초 창조론 논쟁 이후 창조론 교육을 ‘금지’하기 시작했다.

제6차 교육과정 해설서(1992년, 생물 Ⅰ)에 ‘창조론은 지도하지 않도록 유의한다’는 내용이 삽입됐고, 제7차 교육과정 해설서(생물 Ⅱ)에는 ‘진화를 다룰 때 종교적 측면의 창조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로 한층 강해져 오늘에 이르렀다.

이번 개정안이 이전까지와 다른 것은 통합과학이라는 점이다. 개정되는 교육과정 중 ‘통합과학’은 전국 모든 고등학교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 교과로 채택되며, 문·이과 구별 없이 모든 학생들이 배우게 된다. 과학 심화과정에서만 진화론을 다루는 게 아니라, 보편적인 교양으로서 진화론만을 배우게 되는 것.

▲2009년 개정된 현행 ‘고교 과학과 교육과정 해설’ 중 창조론을 ‘언급하지 말라’고 지시한 부분(빨간색 표시).
▲2009년 개정된 현행 ‘고교 과학과 교육과정 해설’ 중 창조론을 ‘언급하지 말라’고 지시한 부분(빨간색 표시).

이 같은 내용은 오는 29일 오후 1시 30분 서울교대 사향문화관에서 예정된 공청회를 거치며, 이대로 확정될 경우 향후 수 년간 학생들은 현재와 마찬가지로 과학 이론으로서의 ‘창조론’을 배울 기회가 원천 차단된다. 기독 과학교사들이 ‘창조과학’이나 ‘지적설계론’ 등을 학생들에게 소개하면, 교육과정을 위반하게 되는 것이다.

본지가 입수한 2015 개정 통합과학 시안의 영역과 주요 내용에 따르면, ‘변화와 다양성’ 대단원의 ‘생물의 다양성과 유지’에서 “지구의 환경은 지질시대를 통해 변해왔으며, 생물은 환경에 적응하여 진화해왔다”를 명시하고 있다. 즉, ‘진화론’만을 현행과 같이 가르치겠다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 고시에 따른 2009 개정 현행 ‘고교 과학과 교육과정 해설서’에 따르면, 융합형 과학 선택교과의 ‘우주와 생명’ 영역의 ‘생명의 진화’ 항목에서 ‘유의 사항’으로 “진화를 다룰 때 종교적인 측면의 ‘창조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35쪽)”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바로 다음 문장에서는 “그리고 생물의 출현이나 대멸종에 관한 여러 학설은 여전히 논란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식시키고, 더불어 학생들의 자유로운 의견을 제시하도록 지도함으로써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를 기르는 기회를 제공하도록 한다”고 나와 있다.

이는 진화론이 ‘여전히 논란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유독 창조론만 철저히 배제시키고 있는 것. 따라서 창조론과 관련된 내용을 “언급도 하지 말라”는 현행 교육과정으로 볼 때, 2015 개정 통합과학에서도 이와 같은 내용을 유지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본지에 이를 제보한 경기도 지역 한 고교 과학교사는 “현행 교육과정 해설서에서 ‘종교적인 측면의 창조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사실상 창조론자들이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기원과학이나 지적설계론 같은 학설들도 이야기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뜻있는 분들이 공청회에 많이 참석해 주셔서 이러한 우려를 전달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해설서에는 창조론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고 나와 있는데, 동료 국어 교사에게 문의해 보니 이는 굉장히 강력한 뉘앙스를 담고 있다고 한다”며 “실제로 해설서에 ‘다루지 않는다’는 표현은 다수 등장하지만, ‘언급하지 않는다’는 어구는 이곳에서만 발견된다”고 지적했다. 이 해설서의 분량은 300여쪽에 달하는데, 이처럼 강한 표현으로 특정 내용을 가르치지 말라는 지시는 창조론 외에는 없다는 것이다.

▲현행 과학 교과서들의 모습.
▲현행 과학 교과서들의 모습.

확인 결과 기원과학 관련 내용 중 ‘창조론’ 학습지도는 금지했지만, 과학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내용은 포함돼 있었다. 이는 ‘생명의 진화’ 부분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데, ”간단한 화학 반응식을 쓰는 방법을 익히고, 원시 바다에서 화학적 진화를 통해 간단한 화합물로부터 단백질과 같은 복잡한 탄소 화합물이 만들어지고 생명이 탄생했다는 학설을 화학 반응을 사용해 개괄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이 과학 교사는 “화합물이 생명으로 탄생했다는 학설, 즉 화학적 진화는 과학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며 “이는 진화론 측 과학자들도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진화론도 분명 과학적 오류가 존재하고, 과학이론라고만 보기에는 무신론과 연계된 일종의 이념적 성향이 강하지 않느냐”며 “교과서라면 ‘기원과학’으로 진화론과 창조론 두 가지를 함께 가르치거나, 둘 다 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정되는 통합과학은 물리와 화학, 생명과학과 지구과학으로 나뉘어 있는 과학 교과를 ‘융합형 교육’과 ‘현실에서 필요한 과학교육’, ‘진정한 창의·인성교육’ 등을 위해 하나로 만들려는 차원에서 오는 2018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현재는 공청회가 열리는 등 통합과학 시안에 대한 의견수렴 기간이며, 교육과정이 고시되고 통합과학 해설서가 나오면 각 출판사 들은 이를 바탕으로 고교 현장에서 사용될 교과서와 지도서를 집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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