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 결국 동성결혼 합법화

LA=김준형 기자  jhkim@chtoday.co.kr   |  

동성결혼 반대, ‘말’로는 가능하지만 ‘행동’은 언급 없어 혼란

▲연방대법원. ⓒRoman Boed(www.flickr.com·CC)
▲연방대법원. ⓒRoman Boed(www.flickr.com·CC)

미국 연방대법원이 6월 26일(현지시각) 5대 4의 판결로 미 전역에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다. 지금까지는 워싱턴DC와 36개 주가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상태였으나 이 판결로 인해 동성 커플들은 미국 내 어디서든지 결혼식을 올리고 결혼관계를 정부에 등록, 그에 따른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이 판결 전 아칸소·미시시피·사우스다코타·네브라스카·텍사스 등 5개 주는 항소법원에 이 문제를 올린 상태였고, 앨라배마·조지아·켄터키·루이지애나·미시간·미주리·노스다코타·오하이오·테네시 등 9개 주는 동성결혼을 금지하고 있는 상태였지만 이제 무용지물이 됐다.

케네디 대법관 “헌법은 동성결혼 권리를 허락한다”

찬성 판결문은 앤소니 케네디 대법관이 작성했다. 연방대법원 내에서 캐스팅 보터로 꼽히는 그는, 진보적인 대법관 4명과 함께 동성결혼 찬성에 섰다. 그는 “결혼은 사랑과 충실·헌신·희생과 가족에 있어 가장 높은 이상을 내포하고 있기에, 그보다 중대한 결합은 없다”며 “이번 소송의 탄원인은 결혼은 죽음 후까지도 계속되는 사랑을 내포하고 있음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동성애자들에 대해 “그들의 소망은 비난받지 않으며, 시민사회의 가장 오래된 제도에서 제외되지 않는 것이다. 그들은 법 앞에 동일한 존엄을 요청했다. 헌법은 그들에게 그 권리를 허락한다”고 했다.

로버츠 대법관 “수정헌법에 명시된 권리 크게 침해”

그러나 반대 의견을 밝힌 존 로버츠 대법관은 “이 결정은 헌법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혹평했다. 그는 “당신이 혹시 동성결혼을 확장하는 데에 찬성한다면, 원했던 목표를 달성한 것을 기뻐하고 (동성)파트너에 대한 헌신에 있어 새로운 표현의 기회가 주어진 것에 기뻐하고 새로운 혜택을 얻게 된 것을 기뻐하라. 그러나 헌법을 기뻐하진 말라”고 강하게 표현했다.

그는 특히 종교 자유 문제를 크게 우려했다. 로버츠 대법관은 “오늘의 결정은 종교 자유에 있어서 심각한 질문을 야기한다. 다수의 훌륭하고 예의 바른 사람들이 신앙적 교리를 이유로 동성결혼을 반대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동성결혼의 권리와 달리 종교 자유는 수정헌법 제1조에 명시된 것이라고 구분하며, 이 판결이 종교적 실천을 언급하지 않은 점을 크게 우려했다.

케네디 대법관은 이번 판결문에서 “종교인들은 거룩한 교훈에 의거해 신실한 확신을 갖고 ‘동성결혼은 용납되지 않아야 한다’고 옹호할 수 있다. 수정헌법 제1조는 종교기관이나 종교인이 삶과 신앙, 그들이 성스럽게 여기는 가족 구조를 계속하고자 하는 열망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원칙을 가르치는 것에 대해 적절한 보호를 해 준다”고 언급하긴 했다.

그러나 여기서 케네디 대법관은 옹호(advocate)와 가르침(teach)이란 단어를 사용했지 실천(practice, exercise)의 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즉 동성결혼을 반대한다고 말하고 그렇게 가르치는 것은 허용이 되지만, 그런 가르침을 실제 삶에서 실천하는 것에 관해서는 언급된 것이 없기에 큰 혼란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로버츠 대법관은 “불길하게도 이 판결은 ‘신앙적 실천’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신앙인들이 종교(의 가르침)를 실천하고자 할 때 어려운 문제가 생길 것이다. 신앙인들은 오늘 판결에서 어떤 위로도 얻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종교적 대학에서 이성 커플에게만 제공하던 가족 기숙사를 동성 커플에게 제공해야 하는 문제, 종교적 기반의 입양기관이 동성 커플에게 입양을 허가해야 하는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이어 “법무차관은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기독교 단체들은 면세 혜택이 불투명해질 수도 있다고 솔직히 시인했다”고 말했다.

존 로버츠(John Roberts) 연방대법원장, 안토닌 스칼리아(Antonin Scalia) 대법관, 클래런스 토마스(Clarence Thomas) 대법관, 사무엘 알리토(Samuel Alito) 대법관도 반대표를 던졌다.

클러랜스 토마스 대법관도 “오늘 판결은 우리나라가 보호해 온 종교 자유를 위협한다”고 개탄했고, 앤토닌 스칼리아 대법관도 “매우 경악스러운 것은, 오늘의 법적 반란에 반영된 자만심”이라고 했다. 이번 판결에서는 동성결혼 합법화에 반대한 4명의 대법관이 모두 반대 의견서를 작성하는 등, 흔하지 않은 격한 양상을 띠었다.

오바마 대통령 “미국의 승리”

이 판결 후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승리”라고 평하고, 이번 소송인 중 한 명인 짐 오버게펠 씨에게 직접 전화해 축하했다. 이로 인해 미국은 21번째로 국가 차원에서 동성결혼 합법화 대열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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