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설계연구회, ‘생명과 우주 기원’ 주제로 제22회 심포지엄 개최
지적설계연구회(회장 이승엽 교수) 주최 제22회 지적설계 심포지엄이 8월 29일 서울 서강대 R관(리찌과학관)에서 진행됐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생명과 우주 기원’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발표와 토론을 했다.
심포지엄에서 문준호 박사(KAIST 스마트IT융합시스템연구단)는 ‘기원 논쟁의 주요 이슈: 신다윈주의적 진화론에 대한 비평적 검토를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문준호 박사는 “기원 논쟁에 앞서, 사람들의 진짜 관심이 어디에 있는가를 알 필요가 있다”며 “사람들은 창조론이냐 진화론이냐 여부보다, 세상이 만들어지게 된 진실이 무엇인가에 관심이 있다. 진화론자들의 말처럼 저절로 생겨났는지, 창조론자들의 말처럼 창조주가 있는지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 박사는 “창조‘론’이냐 진화‘론’이냐 하는 것은 중간 과정으로, ‘어떻게’에 해당하는 부차적 문제일 뿐”이라고도 했다. 그는 “그렇다면 진화론은 무엇인가”라며 “이는 △진화 그 자체 △단일 공통 혈통(Common descent) △종의 증가 △단계주의 △자연 선택 등으로 구성되는데, 진화론을 주창한 것으로 알려진 찰스 다윈(Charles R. Darwin)은 사실 ‘자연 선택’에만 기여했다”고 전했다.
그는 “진화를 ‘단순한 변화’로 볼 것인지, ‘생명과 (모든) 종의 기원’으로 볼 것인지 하는 정의의 문제도 있다”며 “그러나 ‘단순한 변화’는 아주 보수적인 창조론자들도 인정하는 것으로, 결국 기원 논쟁에서 다루는 핵심은 ‘생명과 (모든) 종의 기원’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 박사는 ‘기원 논쟁’에서 생기는 혼란을 ①시간에 따른 변화 ②단일 공통 혈통(Common ancestor) ③자연 선택의 창조 능력 등 세 가지로 설명하면서, “(진화론자들처럼) ①을 ②의 근거로 이야기하는 것이나, (반(反)진화론자들처럼) ③에서 문제점이 발견됐다 해서 ①이 없었다고 하는 것 모두가 잘못된 논리”라고 풀이했다.
또 “수학의 공리(公理), 물리학의 각종 법칙들처럼 모든 학문에는 전제가 있고, 이는 기원론 학문에서도 마찬가지”라며 “진화론의 전제로는 △대진화가 일어났다 △진화론은 창조(지적설계)되었는지 진화되었는지를 밝히는 학문이 아니다 △진화론에서 대진화는 증명의 대상이 아니라 일어난 것이다 등이 있다”고 했다.
여기서 대진화(大進化)는 개체군이나 종 내에서 일어나는 유전적 변화나 생물개체의 표현형 변화가 큰 진화적 변화를 말하며, 기타 종 수준이나 그것보다 고차 수준 또는 장기간에 걸친 변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는 “진화론이 소진화(비교적 단기간에 종(種) 내에서 일어나는 진화)나 변이론에서 그쳤다면 논쟁조차 없이 받아들여졌을 것”이라며 “그러나 ‘모든 종이 진화됐다’는 대진화를 말하면서 다윈 이후 150여 년간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선 “그러나 진화론이 소진화만을 주장했다면 마치 ‘앙꼬 없는 찐빵’처럼 신화적 매력이 없어졌을 것”이라며 “세상이 어떻게 생겨나게 됐는지를 설명해 줘야 매력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문준호 박사는 “그러나 기원 논쟁에 있어 진화론은 ‘사람들이 진짜 알고자 하는 것(진화론 용어로는 대진화)’을 전제로 삼아 버릴 뿐, 질문하거나 증명을 시도하지 않는다”며 “제가 지적설계의 예찬론자는 아니지만, 진화론자들과 달리 지적설계론자들은 어떠한 대상에 대해 자연적 발생이 가능한지, 아니면 지적 설계물인지를 질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알기로 진화론(종의 기원)과 창조론(창조주) 모두 각자의 전제로 삼을 뿐 이에 대해 설명하지 않지만, 지적설계론에서는 이를 탐구하고 있다”며 “진화론자나 창조론자들 모두 지적설계론을 비판하기 전에, 이렇게 지적설계론자들처럼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 박사는 “그러나 진화론자들은 ‘대진화’가 필요조건이고, 진화의 과정으로 ‘간단한 데서 복잡한 데로’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며 “이것만으로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물의 종류가 탄생하기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대진화를 받아들이면 공통 혈통(조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이는 결코 증명할 수 없는 ‘추측(speculation)’의 영역”이라며 “더구나 공통 혈통은 지적설계론이나 창조론에서 말하는 ‘공통 설계자’로도 완벽하게 치환 가능하고, 이처럼 현상에 대한 설명일 뿐 과학적 증거가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돌연변이를 말하지만, 이는 변화의 방향을 선택할 수 없다”며 “방향성을 갖는 순간 목적론적으로 갈 수밖에 없고, 이는 진화론에서 배제된다”고 덧붙였다.
문 박사는 “어떤 메커니즘으로 진화됐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진짜 ‘생물학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텐데, 진화론자들은 누구도 이를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며 “법학에서 봐도 입증 책임은 주장 당사자에게 있는데, 진화론자들에게 헤게모니가 넘어가 버린 이 시대에는 오히려 창조론자 등 반(反)진화론자들이 진화가 잘못됐다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문준호 박사는 “생물학적으로 증명된 부분까지만 ‘진화’로 인정해야지, 관찰된 소진화를 근거로 대진화까지 주장하는 것은 엄청난 ‘외삽(관측된 값을 이용하여 한계점 이상의 값을 추정하는 것·外揷·extrapolation)’에 해당한다”며 “저는 과학적으로는 지적설계론보다 나은 대안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단언했다.
◈C. S. 루이스는 유신진화론자였나?
앞서 전문번역가 홍종락 선생은 ‘C. S. 루이스와 진화론’을 발표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C. S. 루이스는 영국의 영문학자이자 20세기 최고의 기독교 (평신도) 변증가였으며, <순전한 기독교>,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고통의 문제> 등의 신앙서적들을 비롯해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 등의 문학작품들을 남겼다.
홍종락 선생은 “C. S. 루이스는 한 편지에서 ‘진화론을 공격하지도 옹호하지도 않고, 진화론(Evolution)이 옳다 해도 기독교를 여전히 믿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며 “이를 이유로 루이스를 ‘유신진화론의 수호성인’처럼 말하고, 프랜시스 콜린스 같은 유신진화론자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뒷받침할 만한 신앙의 선배로 루이스를 거론하는데, 여기서 꼭 물어야 할 질문은 ‘그가 말하는 진화론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선생은 “루이스는 ‘Evolution’에 대해 생물학적 원리이자 순수한 과학적 가설로서의 진화론(Evolution)과 대중적 진화주의 또는 발전주의를 의미하는 진화주의(Evolutionism)를 구분했고, “Evolution’에는 ①공통조상이론(Common Descent)과 ②다윈주의(Darwinism), ③진화주의(Evolutionism) 등 세 가지 용법이 있다”며 “루이스는 ①은 제한적으로 수용했고, ②에 대해선 자연 선택의 힘을 비판적으로 봤으며, ③에 대해선 (대단히 멋진) 신화로 간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①에 대해 “루이스는 공통조상이론의 진위와 기독교의 진리성이 무관하다고 봤지만, ‘역사적 아담’과 ‘실제 아담’, ‘인간 정신과 도덕은 진화의 산물이 아니라는 점’ 등 세 가지는 결코 타협할 수 없다고 함으로써 ①에 대해 명확한 한계를 그었다”며 “또한 진화론의 입장에 맞추고자 인간의 타락을 부정하거나 다르게 해석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홍종락 선생은 “공통조상이론을 받아들인다 해서 루이스를 유신진화론자로 본다면, 지적설계론의 대표학자인 마이클 비히(Michael Behe)도 유신진화론자”라며 “현재의 유신진화론은 실상 유신다윈주의이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다윈주의의 설명력에 대한 비판적 입장으로 볼 때, 루이스를 유신진화론자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는 ‘자연주의적·진화론적 설명은 도덕과 지성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설명해 치우는(explain away) 것’이라 보았다”고 했다.
진화론에 관한 루이스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저작으로는 <고통의 문제>를 비롯해 <영광의 무게> 중 ‘신학은 시인가?’, <기독교적 숙고 중 ‘위대한 신화의 장례식>, <기적>, <피고석의 하나님> 중 ‘두 강연(2부)’과 ‘불버주의(3부)’, ‘The discarded Image’의 에필로그, 그리고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책인 ‘The Magician’s twin’에 실린 여러 에세이 중 ‘Darwin in the Dock’과 등이 있다고 덧붙였다.
심포지엄에서는 이후 이병진 원장(이사랑치과)이 ‘비선형 다체물리계인 태양계의 복잡도를 증가시키는 행성 X와 미세조정’을 통해 과학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인 행성 X의 존재와 요한계시록에 대해 이야기했으며, 오후에는 권진혁 교수(영남대 물리학과)가 ‘우주기원론과 관련 논쟁’, 이승엽 교수와 황창일 박사가 ‘Darwin's Doubt’ 이후 논쟁 및 ‘Debaing Darwin's Doubt’ 소개’를 통해 <세포 속의 시그니처>를 쓴 스티븐 마이어(Stephen C. Meyer)의 후속작인 Darwin's Doubt’에 대해 각각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