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심리와 번영신학 넘어 ‘참다운 행복’ 추구하려면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우남식 박사, 「행복과 긍정심리」 펴내

행복과 긍정심리
우남식 | 시그마프레스 | 432쪽 | 18,000원

목회자이자 상담학 교수인 우남식 박사(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상딤학 교수)가 ‘행복학 교수가 말하는 행복 이야기’ <행복과 긍정심리>를 10일 출간했다.

우리나라는 불과 50여년 만에 폐허를 딛고 전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 중 하나가 됐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감’은 그만큼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엄친아’라는 유행어가 의미하듯, 바로 옆의 ‘더 잘살게 된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상대적으로 더욱 큰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실제로 갤럽이 지난달 24일 공개한 ‘2014 세계 웰빙지수’에 따르면, 한국인의 ‘삶의 질 만족도’는 2013년 세계 145개국 중 최하위권인 117위에 불과했다. 장기 내전 중인 이라크가 102위, 아프리카 기니가 116위인 것을 감안하면 어이없을 정도.

어린이 또한 공부하는 양은 단연 1위이지만, 살아가는 능력과 만족감은 최하위이다. 우 교수는 그 원인을 ‘교육’에서 찾고 있다. 먼저 ‘남북분단으로 인한 적대적 이데올로기 교육’의 문제. 그는 “우리나라가 행복지수를 높이려면 보수와 진보를 이념의 잣대로 판단하는 이분법적 사고체계를 바꿔, 보수와 진보를 옳고 그름의 잣대에서 ‘같음과 다름’의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남북 문제는 이데올로기나 정치·경제 문제로만 풀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며 “우리에게 남아 있는 복수심과 미움과 분노는 오직 ‘화평의 복음’으로만 풀 수 있고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동서의, 남북의, 계층 간의 담과 차별을 허물 수 있는 것은, 모든 담을 헐어 하나가 되게 하는 화평의 십자가 뿐”이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로는 ‘성공지향적 교육’의 문제이다. 우 교수는 “우리나라 교육의 이념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이타적인 삶’ 즉 홍익인간이나, 현실은 이와 거리가 먼 ‘출세지향’이 지배하고 있다”며 “일류지상주의와 1등만이 존재하는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동물농장’의 사회가 됐고, 교육은 건전한 시민 양성이 아니라 출세의 수단으로 변질돼 입시 위주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개탄했다.

세 번째로는 ‘천민자본주의’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역사가 아주 짧고, 단기간에 산업사회로 진입한 다음 지금은 지식정보시대를 맞았다”며 “이 과정에서 부와 권력의 획득을 최고의 선으로 설정, 목적지향이 아니라 지위지향이 지배하는 사회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느 사회든 낙오자가 있게 마련이고, 모두가 1등이 될 수는 없다”며 “이런 낙오자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있는 사회야말로 바로 행복한 사회”라고 밝혔다.

여기서 우 교수는 지난 2010년 남아공에서 열린 제3차 로잔대회(Lausanne Congress)에서 존 스토트의 후계자인 크리스토퍼 라이트가 제시한 내용을 대안으로 꼽는다. 라이트는 교회 지도자들이 빠지기 쉬운 3대 우상을 ‘GPS’ 즉 탐욕(Greed)과 권력(Power)과 성공(Success)으로 보고, 이를 타파할 개념으로 ‘HIS’ 즉 겸손(Humility)과 정직(Integrity)과 단순함(Simplicity)으로 내놓았다.

우남식 교수는 “이분법의 사고체계를 다름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교육과 평화교육으로, 성공지향 교육에서 성취지향 교육으로, 천민자본주의에서 나눔과 배려, 동감(同感)의 자본주의 교육이 필요하다”며 “이때 행복지수는 높아질 것”이라고 역설한다.

▲우남식 목사.
▲우남식 목사.

저자는 행복의 4대 요소로 ‘성취감과 인간관계, 그리고 영성과 나눔’을 제시한다. 성취감은 ‘과정’에서 오는 행복인데, 우리나라는 과정(성취감)보다 결과(성공)을 중시하고 있다. 행복은 또한 의미와 가치 추구인데, 우리는 수량과 가격에 매몰돼 있다고 진단한다.

이러한 개념을 토대로 책에서는 교육, 자기 정체성, 긍정, 결혼, 가정, 사회, 문화, 종교, 심리, 정신건강, 성(性), 인간관계, 직업, 나눔·여가 등 우리 삶에 있어 ‘행복’과 연관되는 분야들에 대해 논하고 있다.

3장 ‘긍정심리학’을 다룬 부분에서는 ‘번영신학’ 문제가 등장한다. 정신분석심리의 부정적 인간관에 대한 문제점에서 시작된 긍정심리학은 인간의 다양한 긍정적 성품과 강점을 계발하는 계기가 되는 공헌을 했지만, 이에 대한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 여기서 제기되는 것이 조엘 오스틴의 ‘긍정의 힘’. 이는 성경에서 말하는 믿음과 신앙인 것 같지만 긍정심리와 일맥상통하고, 자기계발서의 한 종류이기도 하다는 것.

이에 대해 저자는 “지금 교회에서 ‘복음의 능력’이 ‘긍정의 힘’으로 둔갑되고, 믿음이 긍정으로 대체되고, 고난을 통한 구원보다 ‘고난 없는 구원’을 추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바울은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빌 4:13)’고 했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게 능력 주시는 그분(Him)’, 예수 그리스도”며 “나의 힘으로, 내가 스스로 강해서, 내 성격이 낙천적이어서 인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힘을 불어넣어 주시는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 “우리는 하나님을 만나는 순간 하나님의 은혜에 감격하게 되고, 그때 어떤 환경에서도 꿋꿋이 살아갈 힘이 생긴다”며 “하나님을 바라보고 나 자신을 바라보면 내가 얼마나 추한 사람인지 알게 되고, 그 순간 나와 같은 사람을 구원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사랑에 감격하게 된다. 이때 얼굴이 해와 같이 빛나게 된다”고 전한 저자는 “긍정심리학은 인간을 이해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지, 자기계발과 이데올로기가 돼선 안 되고 더욱이 번영신학으로 둔갑해선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우남식 목사는 충남대 공과대 학사, 인하대 대학원 교육학 석·박사, 국제신대 M.Div. eq 등을 이수하고 <성심리: 대학생의 성의식>, <행복학과 자기이해> 등을 펴냈다. 2004년과 2014년 두 차례 대규모 조사를 통해 ‘대학생의 성의식 비교’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기독교 분야에서는 마가복음·사도행전·로마서·창세기 등 ‘~에서 만난 복음’ 시리즈를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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