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혁 칼럼] 보고 싶어지는 사람들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김명혁 목사(강변교회 원로,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김명혁 목사(강변교회 원로,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어느 날 갑자기 보고 싶어지는 사람들이 생각났다. 어머니와 아버지와 어린 아들 철원이를 비롯해서 보고 싶어지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 중에 몇 사람들의 이름만 적어 본다. 우선 박윤선 목사님이 보고 싶어진다. 가식과 꾸밈이 없는 분이었다. 어린아이와 같은 단순하고 소박한 미소를 지닌 분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특별한 믿음과 사랑을 나타내 보이신 분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야기하지 말라고 하시면서 마음속에 있는 생각을 나에게 자주 말씀하시던 분이었다. 그분은 무엇보다 기도와 말씀과 하나님께 사로잡혀서 사신 분이었다. 나는 박 목사님이 세상에 계시던 마지막 한 주간 목사님을 매일 찾아 뵈면서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았는데, 지금 박윤선 목사님이 보고 싶다.

나는 장경재 목사님이 보고 싶어진다. 그분은 착하신 분이었다. 자기 주장을 내세우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유익을 먼저 도모하신 분이었다. 나는 여러 번 장 목사님과 해외 여행을 했는데, 얼마나 편하고 즐겁고 행복했는지 모른다. 공항 로비에서 드러누워 자자고 하면 드러누워 잤고, 수영장으로 들어가자고 하면 들어갔다. 그분은 사랑이 많은 분이었다. 대접하기를 좋아했고, 무엇을 사면 언제나 본인이 먼저 값을 지불하시곤 했다. 그분은 진실하신 분이었고 다른 사람을 존경하는 분이었다. 나는 지금 장경재 목사님이 보고 싶다.

나는 한경직 목사님이 보고 싶어진다. 그분은 약하고 겸손하고 부드럽고 착하신 분이었다. 모두를 품고 모두를 아우르는, 마음이 넓은 분이었다. 한 목사님은 또한 정이 많은 분이었다. 나는 특별한 관계로 내가 한 살 때부터 한 목사님과 가까이 지내게 되었는데, 내가 홀로 월남한 후 한 목사님은 언제나 나의 손을 붙잡고 “아버지, 아버지” 하시며 나의 아버지를 부르시곤 했다. 양극화가 극심한 이 시대에, 그리고 한국교회 안에 존경받는 지도자가 많지 않은 이 때, 나는 한경직 목사님이 보고 싶다.

나는 김치선 목사님이 보고 싶어진다. 그분은 내가 고등학생과 대학생 시절, 나에게 깊은 신앙적 감화를 끼치신 분이다. 새벽마다 선지자 예레미아처럼 울면서 회개하셨고, “성령이여 강림하사” 찬송을 부르면서 성령의 은혜를 사모하시던 분이었다. 그분의 간절한 회개와 은혜, 사모가 어느덧 나의 회개와 은혜 사모로 바뀌곤 했다. 그리고 나를 아들처럼 사랑과 격려로 대하시곤 했다. 영적으로 혼란하고 불순한 이 시대에, 나는 순수하게 기도하며 간절하게 부흥을 사모하시던 김치선 목사님이 보고 싶다.

나는 이성봉 목사님이 보고 싶어진다. 그분은 내가 중학생 시절, 홀로 월남하여 대구에서 피난생활을 하던 시절, 나의 감성과 지성과 의지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분이었다. 나는 이성봉 목사님이 인도하던 부흥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며, 그분이 전하는 은혜의 말씀을 헐떡거리며 받아 먹곤 했다. 그 당시 나는 그분이 하라는 대로 모든 것을 했다. 부흥회 마지막 날 새벽마다 안수기도를 받으며, 좋은 목사가 되기를 소원하곤 했다. 이 목사님은 나를 알아보시며 칭찬하시곤 했는데, 나는 지금 이성봉 목사님이 보고 싶다.

나는 강원용 목사님이 보고 싶어진다. 그분은 폭넓은 역사의식과 민족의식을 가진 분이었고, 모두를 품고 아우르는 넓은 분이었다. 내가 그분의 진보적인 입장을 비판하곤 했는데, 그분은 나를 받아들이곤 했다. 결국 나는 그분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었고, 특히 그분의 마지막 복음적인 입장을 존경하게 되었다. 강 목사님은 부족한 나를 받아들이고 격려하고 사랑하셨다. 그분의 측근 한 분이 최근에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강 목사님이 김 목사님을 짝사랑했지요.” 아직도 양극화의 갈등을 경험하고 있는 이 때, 나는 강원용 목사님이 보고 싶다.

나는 이중표 목사님이 보고 싶어진다. 이중표 목사님은 세상에 대한 애착을 벗어 버린, 순수하고 착한 분이었다. 나와 이 목사님은 사랑과 정, 마음과 생각을 나누던 사이였다. “나에게 님으로 만나 주신 목사님께 눈물겹도록 고마운 생각이 든다”라고 글을 써서 나에게 보내 주기도 했다. 나는 이 목사님과 마음과 생각을 모아서 “제가 잘못했습니다”라는 회개 기도 모임을 마련하기도 했다. 순수함과 착함이 점점 사라져가는 이 때, 나는 이중표 목사님이 무척 보고 싶어진다. (2007.10.22 저녁)

내가 이 글을 쓰고 난 후 8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나와 가깝게 지내시면서 사랑과 은혜를 물려 주시던 분들이 그동안에도 한 분 한 분 세상을 떠났다. 그런 분들 중에 내가 보고 싶어지는 사람들 세 분을 그리워하게 되었다.

나는 지금 정진경 목사님이 보고 싶어진다. 그분은 온유와 겸손과 포용과 격려와 칭찬의 따뜻한 마음을 지니고 모두를 품는 넓으신 분이셨고, 욕심이 없는 깨끗하신 분이셨고, 한국교회와 남북을 사랑하신 긍휼과 용서와 사랑의 스승이셨다. 나는 정진경 목사님과 한복협과 아복협을 섬기면서 아시아 곳곳을 함께 여행하곤 했는데, 함께 여행하기가 무척 편하고 무척 즐겁고 무척 좋았다. 그분은 부족한 나를 분에 넘치도록 칭찬해 주시곤 했는데, “내 마음을 열어 보이고, 또 내 마음 한구석에 자리를 허용할 수 있는 친구”라는 말까지 하셨다. 나는 지금 정진경 목사님이 무척 보고 싶어진다.

나는 지금 옥한흠 목사님이 보고 싶어진다. 옥한흠 목사님은 진실하고 철저한 분이었다. 나는 그분과 강남 지역 연합 신앙강좌와 케직사경회 운동을 함께하면서 마음과 뜻을 나누었고, 서로 의지하며 존경하게 되었는데, 옥 목사님이 자신의 아들 결혼 주례를 나에게 맡기기도 했다. 나는 한국교회 대부흥 100주년 기념대회에서 한, 옥 목사님의 진솔하고 처절한 회개의 고백과 호소의 설교를 듣고 얼마나 깊은 감동과 깨우침을 받았는지 모른다. 한국교회를 향한 주님의 안타까워하시는 사랑과 호소의 음성을, 우리들에게 진솔하게 전달해 주신 것이었다. 진실함이 사라져 가는 이 때 나는 옥한흠 목사님이 무척 보고 싶어진다.

나는 지금 방지일 목사님이 보고 싶어진다. 그분은 순수함과 섬세함과 정확함과 따뜻함과 함께, 눈물의 영성을 지니고 모두에게 따뜻한 손길을 펴면서 사신 분이었다. 방지일 목사님은 길선주 목사님을 비롯한 한국교회 선배님들과 삶과 호흡을 같이하시던 분이었는데, 그래서 한국교회가 지녔던 순수한 영성을 우리들에게 정확하고 섬세하게 전해 주시면서 안타까워하시던, 그래서 눈물을 많이 흘리시던, 순수하신 분이셨다. 그분의 기억력을 따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부족한 나에게 특별한 관심과 사랑을 베풀어 주시던 분이셨다. 순수함과 섬세함과 따뜻함이 점점 사라져가는 이 때, 나는 방지일 목사님이 무척 보고 싶어진다.

2015년 9월 12일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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