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성 잘 설명하는, 국가적 차원의 편찬작업해야”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기독교계, ‘한국사 교과서 이대로 좋은가’ 주제 대토론회 개최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한 대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한 대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한국기독교역사교과서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2일 오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한국사 교과서,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전희경 사무총장(자유경제원)과 박명수 교수(서울신대)가 발제했고, 이용희 대표(에스더기도운동)·김에스더 대표(바른교육학부모연합)·김필재 기자(조갑제닷컴)가 토론자로 나섰다. 이어 성명을 낭독하는 시간도 있었다.

“한결같이 대한민국 건국 부정하는 서술 태도”

먼저 ‘한국사 교과서 무엇이 문제인가’를 제목으로 발표한 전희경 사무총장은 “반대한민국 교과서의 한결같은 서술 태도는 대한민국의 건국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한반도에 남한 정부가 수립됐다고 기술하는 것이 고작이다. 이와 나란히 북한에도 정부가 수립됐다고 기술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 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교과서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대한민국에 대한 평가는 박하고 북한에 대한 평가는 후하다”며 “북한은 자주와 주체의 땅이고, 대한민국은 친일·친미·기회주의의 땅이라는 식의 맥락이 교과서에 깊이 박혀 있다”고 지적했다.

전 사무총장은 특히 “정부가 새로운 역사교과서 집필에 임하면서 꼭 중심을 잡아야 할 사안이 있다. 가장 먼저는 기계적 중립이란 말을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는 것”이라며 “역사는 팩트, 진실의 문제다. 좌우가 ‘균형 있게’ 모여 역사의 진실을 표결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저열한 역사교과서를 만들어내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또 다른 하나는 역사는 역사학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로 알기 위해서는 정치·철학·경제·문화 등 다양한 전문 분야의 지적 성취들을 담아내야 한다. 동시대 국제정세도 함께 보면서 종·횡으로 두루 역사를 살필 수 있는 교과서여야 하고, 그럴 때라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올바른 세계관을 심어줄 수 있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기반해 있다. 모든 이념에 대해 가치중립적일 수 없는 이유”라며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고 경쟁이 허용되며 그 속에서 누구라도 승자가 될 수 있는 나라, 그것이 대한민국이 걸어온 자랑스러운 역사임을 담은 역사교과서와 역사교육이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강석 목사(맨 왼쪽)가 취지설명을 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소강석 목사(맨 왼쪽)가 취지설명을 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한민족 정통성 계승한 자유민주국가로 인식해야”

다음으로 ‘한국사 교과서 문제와 과제’를 제목으로 발표한 박명수 교수도 “현재 한국사는 대한민국의 건국과정을 바로 설명하고 있지 못하다”며 “현행 역사교과서는 대부분 해방 후 한국사의 출발점을 여운형의 건국준비위원회에 두고 있다. 여운형은 진보적 민주주의를 정치이념으로 하고 중경의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사람으로서, 박헌영과 함께 인민공화국을 만들었다. 정작 해방 직후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며 민주국가를 건설하려고 한 사람은 송진우다. 그러나 이런 사실은 교과서에 강조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 밖에도 그는 △이승만 박사의 단독정부 수립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점 △해방 후 북한 역사를 바로 가르치지 않는 점 △대한민국의 건국을 반대했던 그룹에 대해 긍정적으로 서술하고 있는 점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자유민주국가 등)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는 점을 현재 한국사 교과서의 문제점으로 꼽았다.

박 교수는 이 같은 문제점이 나타나는 원인에 대해 ‘수정주의’ 및 소위 ‘분단사관’, ‘민중사관’의 등장을 들었다. 그는 특히 “수정주의는 정통주의에 반대되는 개념”이라며 “이런 수정주의 역사 이해는 해방 이후 대한민국을 설명하는 데 큰 문제를 가져왔다. 수정주의는 한반도의 정통성을 북한에 두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은 친일세력을 청산했고 아울러 토지개혁에 성공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여기에 비해 남한은 친일세력을 청산하지 못했고 동시에 토지개혁도 실패했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남한에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기 때문에 남한은 자주독립국가로서 정통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은 남한을 지배하기 위해 독재자를 옹호했고, 또한 이것을 뒷받침한 것이 바로 기독교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한민국을 한민족의 정통성을 계승한 자유민주국가로 인식해야 한다. 이는 현재 헌법정신이 잘 설명하고 있다”며 “또 대한민국의 역사는 역사학자들과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모여 공동으로 서술해야 한다. 현재 한국사 학자들만으로는 역사의 편향된 기록을 수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아울러 “정부는 이번 기회에 대한민국 역사를 새롭게 쓰는, 국가적인 차원의 대대적인 역사편찬작업을 해야 할 것”이라며 “과거 역사를 소수의 운동권에 맡겨 놓았기 때문에 오늘의 학문적인 편향성이 나타났다. 정부는 한국사 연구에 소홀했던 것을 인정하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잘 설명할 수 있는 역사교과서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발제자와 토론자들. (왼쪽부터 순서대로) 이용희 대표, 전희경 사무총장, 박명수 교수, 김에스더 대표, 김필재 기자. ⓒ김진영 기자
▲발제자와 토론자들. (왼쪽부터 순서대로) 이용희 대표, 전희경 사무총장, 박명수 교수, 김에스더 대표, 김필재 기자. ⓒ김진영 기자

앞서 취지 설명에 나선 소강석 목사(대책위 본부장)는 “제도는 본질을 지탱하는 데 필요한 것이다. 형식은 내용을 담는 그릇이기 때문”이라며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제도와 형식, 이런 것들을 두고 소모적 논쟁을 벌이고 있는 듯하다”고 했다.

그는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내용이 틀리면 반드시 형식과 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며 “추세와 흐름이 아니라 내용과 본질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역사는 어느 나라나 자기 역사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가르쳐 자긍심을 기르는 학문이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의 건국을 부끄럽게 여기는 역사 교육이라면 반드시 수정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책위는 이날 낭독한 성명을 통해 “현재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사교과서 논쟁은,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이 무엇이며 헌법정신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며 “어떤 사람도 대한민국이 3.1정신과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종교의 자유를 주장하는 민주공화국이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역사는 이런 나라를 세우기 위한 기초를 놓은 사람들을 정당하게 평가해 주어야 한다”며 “대한민국 건국의 주역이 반민족주의자처럼 대접을 받는 한국사를 대한민국의 역사라고 말하기는 힘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논쟁은 생산적인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족보를 들추어 개인의 명예를 훼손시켜서도, 지나치게 내용을 과장해 갈등을 부추겨서도 안 된다”며 “우리는 이 논쟁을 통해 대한민국이 어떻게 건국된 나라인지, 이 나라가 추구하는 방향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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