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성 박사, 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 논문발표회에서 비판
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회장 한상화 박사) 제31차 정기논문발표회가 서울 방배동 백석대학교 목양동에서 개최됐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최덕성 박사(브니엘신학대학원 총장)가 ‘존 웨슬리의 이단 관용정신’을 주제로, 감리교 창시자인 존 웨슬리(John Wesley, 1703-1792)에 대해 “이단 관용 정신과 이단 옹호 태도를 갖고 있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발표는 최근 감리교 한 집사가 칼빈을 ‘학살자’로 묘사하면서 반박과 재반박이 오가는 시점에서 진행돼 더욱 관심을 끌었다.
존 웨슬리는 몬타누스와 펠라기우스, 세르베투스를 이단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이단 판별의 기준으로 ‘삶의 거룩함과 경건성, 성결성’ 등을 제시했다는 것. 그는 “이 같은 웨슬리의 태도는 자신이 이단자처럼 취급당하는 데 대한 방어적 동기에서 나온 점을 고려해도 과유불급”이라며 “그리스도의 교회를 혼합주의로 이끄는 위험성을 지니고, 기독인의 관심을 성경적 진리에서 멀어지게 하며 교회의 진리에 대한 민감성을 앗아간다”고 비판했다.
최덕성 박사는 “웨슬리의 이단 평가는 놀라울 정도로 파격적으로, 자신의 갈등 상황과 직결된 구원론·교회론과 관련해 이단자에 대한 전통적 견해를 거부한다”며 “그는 삶이 거룩하고 귀신을 내쫓는다면 견해(opinion)가 다른 자들과 얼마든지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데, 이러한 이단 관용 정신은 경건주의의 오류와 동일한 편파성, 주관성, 성령주의-열광주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먼저 2세기 기독교회의 주류에서 벗어난 운동들 중 하나였던 ‘몬타누스(Montanus)’에 대해 “웨슬리는 몬타누스가 2세기 기독교회의 타락을 막으려 거룩함과 성결을 강조하고 가르치다 이단자로 몰렸다며 ‘타락한 교회의 이단 정죄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며 “웨슬리는 몬타누스의 성령 체험과 환상, 황홀경 체험 같은 주관적·열광주의적 요소들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자신의 부흥운동과 동일한 특성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으로 이를 통해 자신에 대한 영국국교회의 비난에 응전했던 것”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웨슬리의 몬타누스를 강변함으로써 자신들의 메소디스트 운동이 이단 운동이 아님을 말하고 싶었던 것인데, 이는 웨슬리의 이단 해석이 자신의 정황과 처지가 진리 이해와 이단 판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콘텍스트가 텍스트 해석에 무슨 영향을 미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 것”이라며 “몬타누스주의는 기독교 표준들에서 이탈한 운동이었으나, 오늘날 성령주의 운동, 오순절파 운동, 은사주의 운동, 방언 운동, 기도원 운동, 신비주의 운동, 극단적 종말론 등에서 왕성하게 부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인간의 자유의자와 행위를 강조하다 카르타고 공의회(418)에서 이단자로 정죄된 펠라기우스(Pelagius, 354-418)에 대해서는 “펠라기우스의 사상은 웨슬리의 신학적 견해인 아르미니우스주의, 그리고 그가 주장하는 완전성결론과 구원을 완성하기 위한 신자의 참여와 일치한다”며 “웨슬리는 펠라기우스의 주장과 견해가 자신에게 긍정적으로 이바지하는 면을 간파했고, 그에 대해 ‘고대 저자들 가운데 지혜와 거룩함을 동시에 지닌 인물이었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웨슬리는 어거스틴의 예정론과 선택 교리에 반대하면서, 펠라기우스가 자유의지를 강조한 사실에 주목하고 예정론이 믿음으로 복음을 받아들이는 것을 약화시킬 수 있고 율법무용론의 위험이 있다고 봤다”며 “펠라기우스에 대한 우호적 관점은 아르미니우스주의에 대한 웨슬리의 우호적 시각과 연계되고, 이는 하나님의 주권과 예정, 선택을 강조했던 조지 윗필드(George Whitefield)가 웨슬리와 결별한 까닭이기도 하다”고 했다.
최덕성 교수는 웨슬리가 논란의 인물 ‘세르베투스(Michael Servetus, 1511-1553)’에 대해서도 “이단 정죄의 ‘권위’를 언급하면서 옹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위일체 교리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체포되어 이단자로 정죄당하고 처형된 세르베투스에 대해, 웨슬리는 ‘삼위일체 교리를 믿지만, 사람에게는 의견과 견해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그 차이로 말미암아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는 것.
최 교수는 “웨슬리는 이단자의 죄목을 작성해 준 칼빈에 대해 관용 정신이 부족하다고 지탄했고, 칼빈이 세르베투스의 말을 올바르게 인용했으면 그가 화형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며 “웨슬리는 세르베투스와 관련하여 종교개혁자들이 신학적 다양성을 훼손했고, 하나님에 대한 진실한 고백이 있다면 신학적 의견에 대한 관용이 허락되어야 마땅하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웨슬리는 신앙 문제로 남을 박해하거나 이단으로 정죄하거나 이단 시비를 거는 사람들에게 항의하고, 성결신학을 강조하는 메소디스트 부흥운동을 광신이자 이단이라 주장하는 자들이야말로 기독교의 본질에서 먼 자들이고 심지어 기독인이 아니라고 단정한다”며 “그는 이단판별 논의에서 이성과 진리, 사랑을 우선하지만, 교회의 이단 정죄자들은 상투적으로 성경과 진리가 기준이라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기득권과 다수 논리, 힘이 더 강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단 관용 정신의 이단성’이라는 맺음말에서 “웨슬리의 이단 관용 정신은 ‘예후와 아비나답의 관계(왕하 10:15)’를 연상케 한다”며 “그들은 종교적 이견과 차이를 문제 삼지 말고 하나님과 이웃에 대해 올바른 믿음을 갖고 있으면 손을 잡아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 결과 경건주의의 함정인 편파성과 주관성, 성령주의-열광주의에 빠질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지나친 이단 정죄에 대해서는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고 구원받은 사람들을 이단이라고 정죄하는 것은 하나님의 사역을 방해하는 일”이라며 “교회는 이단 정죄로 피해를 본 기독인들의 마음을 사랑으로 쓰다듬는 아량이 필요하고, 억울하게 이단으로 몰려 의기소침해하는 자들에 대한 특별한 배려가 요청된다”고 했다.
앞서 첫 기조강연에서는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가 ‘헬무트 틸리케의 개혁주의적 성령론 신학’을 발표했다. 그는 “틸리케는 루터의 개혁종교신학의 의인론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현대의 복잡한 사회상황과 대화시키면서 기독교 윤리를 구체적으로 전개, 대립과 갈등의 오늘날 현실에서 적응성을 지닌다”며 “그는 현대신학을 데카르트적·비데카르트적 신학으로 나누고 전자를 현대주의, 후자를 보수주의로 규정하면서 이에 대한 극복으로 ‘성령론적 신학’을 제시, 현대신학에 공헌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두 번째 기조강연에서는 권호덕 박사(서울성경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이 ‘칼빈의 유럽 대륙 후예들의 성육신 이해’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성경은 명백하게 우리의 구원자가 구속 사역을 수행할 때 실제적으로 무엇인가를 제거했음을 가르치지만, 유감스럽게도 한국어 번역성경 대부분은 이를 오역해 독자들에게 이 진리를 깊이 있게 볼 수 없도록 만들었다”며 “전체적으로 유럽의 대륙 고백서들은 구원자가 타락 후 아담의 몸을 취했음을 보여 주고 있는데, 이로 보건대 타락 전 아담의 몸을 말하는 칼빈의 <기독교 강요> Ⅱ, 13, 4를 주목하지 않고 타락 후 아담의 몸을 말하는 <기독교 강요>의 다른 부분과 그의 주석을 주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이 외에도 오후 발제에서 이신열 박사(고신대)가 ‘칼빈의 우상숭배 이해’, 박태수 박사(한국성서대)가 ‘일립 강태국 박사의 신론’, 이관표 박사(연세대)가 ‘한국 기독교의 정치 참여와 예수 그리스도의 자기 비움: 발터 벤야민과 하워드 요더에 관련하여’, 김지훈 박사(대신총회신학교)가 ‘그리스도 안에 있는 구원: 기롤라모 짱키우스의 신학에서 기독론의 역할’을 각각 발표했다. 발표회 전 개회예배에서는 한상화 회장 사회로 김진섭 박사(백석신학교 학장)가 설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