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촌교회를 다녀와서
우리 나라에서 고시생들이 가장 많은 곳. 서울대학교를 주변으로 하는 신림동 일대의 주말 오후. 일주일동안 공부에 파묻혀 보낸 후 휴식을 취하려고 나온 고시생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신림동 일대의 고시촌은 한국미래를 이끌어 갈 지도자들을 양성해온 모판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한창 일해야 할 많은 젊은이들을 한가지 일에 묶어두고 풀어주지 못하고 있는 이중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세상지식과는 비교할 수 없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을 이런 고시원들의 고시생뿐 아니라 신림동 일대의 청년들에게 전하고 있는 대학촌교회(담임 박영범 목사)의 청년부와 대학부는 1974년 교회 창립연혁과 함께 그 시작을 같이한다. 처음에는 청년부라고 하여 통합되었던 것이 1980년에 와서 청년부와 대학부로 나뉘어지게 되었다.
대학촌교회는 우리 나라 교회가 각 교단에 소속되어 있는 일반적인 경우와는 달리 초교파 교회이다. 대학촌교회가 설립된 배경과 취지도 여느 교회와는 약간의 차이점이 있다. 이 교회는 당시 기독학생활동을 함께 했던 서울대 재학생을 중심으로 주일 오후 4시에 모교 복음화를 위해 기도회를 갖기 시작한데서 시작되었다.
점차 모임에 나오는 수가 늘어나고 모교 복음화에 대한 비전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처음에는 서울대학교내에 교회를 세우려고 했다. 그러나 기독교 학교가 아닌 본교에 교회를 세우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그래서 서울대학교 근처에 이 대학촌교회를 설립하게 되었다.
1980년 청년·대학부가 청년부와 대학부로 나뉘어지기까지 본교회는 대학촌 지역의 선교적 필요에 민감하고도 적극적으로 대처해 왔다. 특히 대학촌교회는 서울대학교 선교를 위해 많은 활동을 해왔다.
캠퍼스내 기독동아리의 활동을 지원하면서 주로 장소와 식사는 대학촌교회의 몫이었다. 올해 초에 있었던 기연수련회에서도 수백명의 식사를 교회 집사님들이 자처해서 마련했다. 또한 대학촌교회는 서기연(서울대 기독인 연합) 및 과 기독 공동체 지원에 힘써왔다. 그리고 캠퍼스 선교 헌신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신실한 기독인으로서 경제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 대학원생에게 학기별로 장학금을 지급하되 캠퍼스 선교를 위하여 기여하는 학생에게 지급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교회건물은 언제나 개방되어 있어 신앙 수련장으로 각종 집회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대학촌교회 초기에는 교회라기보다는 선교회의 성격이 더 강한 측면이 있었다. 서울대 선교라는 뚜렷한 설립취지도 그랬고 대학촌교회의 비전 또한 그것에 맞게 방향이 전개되어 왔기 때문이다. 서울 대학촌의 청년, 대학생들로 시작하여, 한반도의 뭇 청년, 대학생들을 전도, 양육하여 헌신된 제자와 지도자로 만들기 위해 지도력 형성 운동과 성경적 교회 개혁운동에 초점을 맞추었다.
대학촌교회의 대학·청년부는 대학생을 중심으로 하는 대학부와 대학생을 졸업한 청년 2부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고시생들이 1부 예배에 참석하고 모임을 갖게 되면서 2000년부터는 고시생들을 중심으로 하는 청년 1부가 새롭게 만들어졌다.
처음 대학촌교회의 설립취지는 서울대학교 선교를 목적으로 설립한 교회이지만 지역선교에도 관심을 가져야할 필요성을 절실했다. 그런데 교회 주변은 고시촌이 즐비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고시촌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런 교회의 관심에 애정에 고시생들도 마음을 열고 이들을 중심으로 하는 청년 1부가 만들어진 것이다.
청년 2부는 결혼 준비반, 교회사반, 성경통독반, 기도회반, 영어예배반으로 구성되어 있다. 청년 2부가 하는 활동 중 서로의 생활을 나눌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있다. 일주일에 한 명씩 한 주 동안 생활하면서 겪었던 느낌과 생각들을 글로 적어와 읽어주는 시간이다. 기자가 찾아간 이날도 한 형제는 남성전용 이발업소인 '-클럽'의 획일화된 머리모양과 관련한 유머있는 글로 청년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다음주 발표자는 이제까지 발표하지 않은 사람으로 선정하기로 했다. "다음주는 누구"라고 청년부 김선미 전도사는 그 자리에서 다음주 발표자를 선정했다. 당선자는 아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기꺼이 받아들인다. 삶을 공유하고 그 속에서 동료들의 신앙을 살짝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 이시간은 자신의 일주일간의 삶과 생각을 나누는 모습에서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려는 청년부의 끈끈하고도 풋풋한 사랑이 넘친다.
대학촌교회의 대학부는 약 40여 명이 모이고 있었다. 대학부나 청년부는 모두 1시 반 예배를 공동으로 드리고 따로 모이는 시간을 통해 한 주간의 활동을 광고하고 새신자도 소개한다. 이 시간후에 갖는 조별성경공부는 예닐곱명이 모여 주로 토론식으로 진행한다.
이 시간을 통해 대학부 지체들은 자신의 신앙관을 정립해 나가고 있었다. 학교와 장래의 진로문제 그리고 신앙. 이 모두는 대학부원들의 최고의 화두다. 조별모임에서도 이런 주제를 놓고 이야기 할 땐 자신이 생활속에서 체험한 하나님의 임재하심을 소개하는 선배들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대학촌교회의 독특한 점은 '대학촌 생활 훈련관'이라고 불리는 숙소가 있어 생활을 하면서 신앙훈련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여학생 생활 훈련관으로 시작했다가 이제는 남학생 훈련관을 위해 교회 옆의 단독주책을 마련하였다. 1990년 개관한 훈련관은 기존 9명 수용 생활관을 지금은 30명 규모의 생활 훈련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20여명정도가 생활하고 있으며 훈련생들은 예수 제자 기본 훈련 과정의 원리들을 생활화시켜 나가도록 훈련받는다.
이를 통해 사회 각 방면의 영향력 있는 기독인 지도력 형성 및 민족과 세계 복음화를 위한 선교 헌신자 양성의 주춧돌역할을 하고 있다.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심 목사는 '구제차원'이 아닌 '훈련차원'으로 뜻을 모아 구입하여 운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생활훈련관을 통해 캠퍼스의 선교단체의 훈련방법을 교회에 접목시키는 좋은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서울대학교를 그리스도에게로'라는 선교목표를 가지고 있는 대학촌교회는 각 대학촌에 '대학촌교회'를 개척하고 대학촌교회를 중심으로 '대학촌 선교 센터'를 형성 확산해 나가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 땅위에 강력한 영적 지도자 형성의 훈련센터와 부흥과 선교 운동의 진원지가 될 '기독 지도자 사관 학교'를 세우는 포부도 갖고 있는 대학촌교회는 신림동과 봉천동 지역의 가난하고 약하고 소외된 이들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품고, 섬기고, 복음으로 인도하는 작지만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
서울대가 아닌 타 대학 청년부원들이 느끼는 소외의식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기도 했다. 지금은 많은 학생들이 이해하고 협조하고 있다고 한다. 이점은 앞으로도 계속 협력하고 풀어나가야 할 과제이지만 이제는 교회의 어른들도 이런 점에서는 많이 깨어있어 기도를 할 때도 서울대만이 아닌 전국 대학교의 복음화를 위해 기도하시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학촌교회의 청년대학부를 방문하고 인상에 남았던 것은 대학촌교회의 청년부와 대학부가 나뉘어질 그때 당시 초대회장이었던 박영범 학생이 지금 대학촌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는 것이었다. 대학시절에 예수님을 믿고 헌신하여 장년에 이르러서도 교회를 섬기는 것이 한국교회에서 추구하는 바람직한 성도의 삶이다. 이런 면에서 대학촌교회는 담임목사가 먼저 솔선수범하고 있다.
대학촌교회는 문서선교의 중요성을 일찍 간파하고 이를 위해 도서출판 대학촌으로 책도 출간하기도 하며 '진리는 나의 빛'이란 서울대 기독선교회 소식지를 발간하여 캠퍼스 선교 동향을 알리고, 캠퍼스 선교의 최근 이슈 및 선교 청책에 관한 글을 싣고 있다.
이를 통해 대학촌교회의 청년·대학부는 대학생, 청년들이 기독교 세계관에 입각하여 시민으로서 분별력 있고, 책임 있고 능동적인 사회 참여를 할 수 있는 소양과 자질을 함양해 주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촌교회의 청년대학부들은 최고학부이지만 하나님 앞에서 자신이 바로 서 있는가를 항상 고민하는 겸손한 젊은이들이 모인 곳이었다.
신앙과 삶, 교회 생활과 사회생활이 이분법적으로 분리되어 살아가는 현 세태에서 대학촌교회의 청년대학부는 이런 모습에서는 바보스러울 만치 하나된 삶을 살아간다. 민족과 인류 사회를 품고 기도하며, 통일 시대를 준비하는 판단력있고 실천력있는 건전한 기독지성인으로 성장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일은 흐뭇한 일이다. 그 흐뭇함을 제공해 주었던 대학촌교회의 청년 대학부의 밝은 미래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