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데이,청소년들 상업성에 크게 흔들려
매년 이 맘때면 거리의 연인들은 한 가지 고민에 빠진다. 그 이유는 어느새 마치 연중행사처럼 의식돼 버린 '발렌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때문.
로마의 성발렌타인, 영국의 새 짝짓기 축제 등 많은 유래를 갖고 있는 발렌타인데이는 몇 년 전만해도 젊은이들의 소박한 사랑 이야기에 그쳤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초콜릿을 포장하며 그리움에 한 껏 젖었던 진실함은 온데 간데 없고 해를 거듭할 수록 발렌타인데이는 초콜릿을 빌미로한 업체들의 상업 전략으로 전락해 버렸다.
초콜릿 뿐이면 그나마 다행이다. 온갖 화려한 색을 동원한 대형 바구니는 그 것을 만든 디자이너의 작품성은 사라지고 '얼마나 비싼가'를 외치며 소비자들의 가슴을 콩알만하게 만든다.
이 외에도 최근 발렌타인데이를 위한 공연 행사가 겹치며 부담감은 배로 늘어났다.
이 같은 사회 현상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는 더욱 큰 영향을 준다. '안 줘도 되는 것이 정상'인데 '반드시 안 주면 안 될 것 같은', 또 '누가 더 많이 받았는지', '많이 받는 사람이 인기 많은 사람'과 같은 생각은 어느새 그들 안에 자리잡았다.
이 점에 대해 추태화(안양대 기독교문화학과)교수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의 상업적 논리에 청소년들이 흔들리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추 교수는 두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첫 째로 그들이 시선을 돌릴 수 있는 다른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추 교수는 "발렌타인데이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이 이성 교제를 나누면 그저 사랑의 의미만을 나눌 뿐"이라며 "그들의 생각을 발산할 수 있는 의미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추 교수는 "스포츠, 연극 등 청소년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분야는 무긍무진하다"라며 "돈으로 사랑을 논하는 소비적 풍조가 아니라 창조적인 생산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리하여 "발렌타인데이를 문화적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계기를 지닌 날로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는 이 같은 현상을 완전 무시해 버리는 것이다. 추 교수는 "청소년들이 모두 무관심해 버린다면 자연적으로 사라질 것"이라며 "상업 전략에 흔들리지 말 것"을 강조했다.
한편, 최근 발렌타인데이를 비판하는 단체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대학생대중문화감시단(단장 남민우 목사)'는 감각적, 물질주의적 사랑관을 주장하는 과소비 문화를 조장하는 발렌타인데이를 대신해 촛불을 주고 받는 '캔들데이'를 오는 12일 명동에서 개최하며 많은 이가 이 운동에 참여할 예정이다.
인간은 초콜릿, 아니 이 세상 어떠한 물질로도 사랑을 평가할 수 없다. 순간이 아닌 영원, 변치 않은 마음, 진실한 사랑을 강조하는 진리의 말씀처럼 세상을 바로 볼 수 있는 현명함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