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을 지나고 여름을 맞이하는 때에 이르러, 따뜻한 햇살 속에 원경이의 아파트를 찾아간 날. 원경이는 8살이 되는 내년 학교갈 준비를 하며 공부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작은 집에서 반가운 얼굴로 맞아준 원경이가 공부하는 사이 진행된 인터뷰는 때 아닌 원경이의 방해(?)로 인해, 진지한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중에도 박장대소하는 즐거운 시간으로 채워졌다.
고집 센 원경이, 모델 길을 나서다
원경이는 타고나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모델이 되고자 하는 소망을 품고 자기의 길을 개척한 프로 모델임을 말하는 것이 여러차례 언론의 인터뷰를 접한 어머니의 습관이 되버렸다.
지난 17일 인간극장에서 방영된 방송분에서 원경이는 CCM 앨범 '유리공주 원경이의 축복의 통로' 앨범 표지 모델을 하기 위해 길을 나서다, 차 뒤에 부착된 타이어에 부딪혀 엉덩방아를 찧는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웃으며 훌훌 털어버리고 일어날 수 있는 일임에도 희정씨가 촬영을 취소하고 병원으로 데리고 가려고 했던 이유는 작은 충격에도 큰 타격을 받는 원경이의 몸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이 아프면서도 촬영을 먼저 하러 가야만 했던 이유도 고집 센 원경이 때문이다.
모델 일을 너무나 좋아하는 원경이는 자신이 아파서 울면서도 사진 촬영은 꼭 가야만 한다고 우겼고, 그간 원경이를 겪어온 어머니는 사진촬영장까지 데려갔다가 그 후에 병원으로 향해야만 했다.
'유리공주 원경이의 축복의 통로'에 나온 앨범에서 예쁜 원경이의 눈이 부은 것도 그 때 너무 많이 울다가 촬영한 때문이라는 것이 어머니의 설명.
세번째로 CCM 앨범의 표지 모델로 선정된 원경이는 이후 대기업 KTF의 'Have A Good Time' 지면 모델이 되는데, KTF 모델 촬영이 있는 이 날에도 모델 길을 자처하는 원경이의 프로정신은 여실히 드러났다.
원경이는 장이 약해서 잦은 설사와 탈장이 문제가 되는데 그 날도 아침에 설사가 많아, 어머니는 촬영을 만류하고 싶었다는 것.
이 날도 역시나 원경이의 고집은 어머니를 이겼고 결국 어머니는 죽이랑 따뜻한 보리차를 준비해 원경이의 뒤를 따라야만 했다.
"원경이의 병이 발견되기 전에도 모델 일에 대한 권고와 제의가 들어왔었는데, 병이 나서부터는 엄두도 못냈었어요. 그런데 어느날 TV 광고를 보고는 모델을 하고 싶다는 원경이의 말에 여러가지 길을 알아보게 됐어요"
▲'유리공주 원경이의 축복의 통로' 표지사진. 예쁜 원경이의 눈이 부은 것도 그 때 너무 많이 울다가 촬영한 때문이라는 것이 어머니의 설명이다.
아픈 원경이의 힘든 모델 일을 지켜보는 어머니의 마음
어머니는 '모델을 시키는 것이 아픈 원경이에게 부담이 되는 것임에도 어머니의 욕심으로 하는 것이 아니냐'는 간혹 들려오는 불편한 질문에 그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원경이가 그토록 원하는 길을 해주도록 하는 것이 원경이를 위한 것이라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
희정씨는 "'아픈 애를 가혹하게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데, 그것은 아니에요. 한양대 병원에서 서울대 병원으로 옮기면서 가장 달라진 변화는 어린아이에게 집에만 있게하는 부모의 구속이 오히려 좋지 않다는 것은 깨달은 것이었죠"라며, 집에만 머물렀던 두 모녀가 밖으로 나가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병이 발견되고 1년 동안은 어머니에게 극심한 고통과 두려움이 엄습했던 시기, 희정씨는 원경이와 함께 집에만 있었고 장을 보러가거나 은행 일이 있는 날에는 지인을 불러 소독을 시킨 후에야 집에 들여보내는 철저한(?) 작업 뒤에야 애를 두고 일을 보러 나갔다.
밖으로 나가면 면역체가 부족한 원경이에게 해가 될 것이라는 어머니의 생각은 서울대 병원 의사로부터의 설명을 듣고 난 후 바뀌었고, 이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서 선택권을 가지게 하는 것이 아이를 위한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했다.
또한 모델 일을 하는 것은 여느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과 학교 생활과 같은 단체 생활에서 교육을 받는 것보다, 원경이의 상황에서는 더 나은 선택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루에 5번 이상은 화장실을 가고 그 후에 좌욕을 통해, 탈장된 부분을 씻어주어야 하는 원경이의 경우는 단체 생활이 이루어지는 학원과 학교의 생활이 적응하기 쉽지 않기 때문.
반면 모델 촬영을 하는 것은 원경이가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게 되는 일일 뿐만 아니라, 어머니가 옆에서 동행할 수 있어서 늘 돌봐줄 수 있기에 특별한 경우에 처하는 원경이에게는 여느 아이들과의 생활과 모델 촬영의 일들은 경중을 따지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원경이의 약함으로 인해 더 깊어진 모녀의 사랑 ⓒ 송경호 기자
화려한 웃음과 귀여운 얼굴, 큰 밝음 그 뒤에 더 큰 어두움
광고 모델로도 발탁되고, 원경이처럼 예쁘고 착한 아이와 함께 한다고 하더라도 그 가족과 원경이에게 늘 밝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면역체가 없기에 조심은 해야 되지만 보통 생활에서는 그것을 볼 수 없기에, 열흘 이상을 같이 지내지 않는 이들은 우리들이 겪는 어려움을 알기가 쉽지 않아요. 원경이의 아픔과 그에 따라 희생되는 것들, 그리고 원경이를 치료하기 위해 애쓰는 노력들... 이처럼 어쩌면 밝은 모습 뒤에는 더 큰 어두움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아요"
대학교 재수 시절부터 신실한 크리스천이 되어 부지런히 삶을 살아왔다는 희정씨는 원경이 병이 발견되기 전, 스스로의 큰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피아노 전공을 살려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교수와의 면담 후에 알게된 원경이의 병으로 인해, 당분간 이 꿈은 접어져야만 했고 그 접어진 꿈은 현재까지도 고스란히 가슴에 보관한 채 때를 기다리게만 하고 있다.
'크리스천이라면 이 정도는 살아야 돼'라는 생각으로 성공한 삶을 영위하기 원했던 희정씨에게 다가온 것은 큰 환란과 젊은 나이에 치뤄야 할 많은 희생들.
"처음엔 하나님을 원망 많이 했어요. 저의 꿈도 그렇고, 사랑하는 원경이가 아픈 것을 보고 더 그렇고..", 털털한 성격의 소유자 여장부인 희정씨의 마음에도 그렇듯 어려움과 힘겨움 그리고 그것을 이겨내기 위한 신앙 안에서의 몸부림이 있었다.
원경이의 일을 통해 나를 다듬으시는 것 같다는 희정씨는 이제 "상황을 바꾸게 해 달라고 아니라 나를 변화시켜 달라고 기도한다"며 달라진 신앙의 자세를 말했다.
어디 아픔이 꿈을 접어야만 했던 일 뿐일까. 원경이의 아픔은 그 무엇보다 희정씨에게는 가장 큰 아픔이다. 면역체가 없기에 정기적으로 항생제를 몸에 투입해야 하는 원경이는 4주간 6병의 항생제를 투입하는 것에서, 이제 4주간 12병을 투입하게 됐다.
현재 혜택을 받고 있는 의료보험 1종도 보험이 정한 한도 내에서만 적용되는 것이기에, 원경이를 치료하고 있는 서울대병원 의사도 많이 쓰이는 항생제의 양으로 인해 곤란한 심정을 가지고 있다는 원경이 어머니의 말은 더욱 안쓰럽게 한다.
그나마 의료보험 1종 혜택도 1년간의 싸움 아닌 싸움을 통해 희정씨가 얻게 된 것으로, 동사무소에서조차도 그 병명과 혜택 여부를 몰라 직접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겨우 알아봐야만 했다.
51개 질환이 1종 혜택에 속하는데 그것을 위해 전천후로 뛰어 다녀야만 했는데, 이제 갈수록 많아지는 약의 양으로 인해 보험혜택의 여부도 확신할 수 없는 것이다.
늘 밝기만 한 원경이에게
이런 상황에도 원경이 어머니, 희정씨는 늘 하나님께 감사하다.
"원경이 덕분에 새로운 삶을 살고 있어요. 원경이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인터뷰도 하고, 광고를 찍기 위해서 해외 여행도 무료로 다니고 그렇게 하겠어요"
아픔 속에서도, 이겨내려는 몸부림 속에서도 늘 감사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원경이와 희정씨. 두 모녀의 발걸음이 인터뷰를 끝낸 후 둘만의 나들이 중에도 밝음으로만 비춰진다.
3주간 진행된 인간극장 촬영에서도 때로는 어른스럽고, 익살궂은 원경이의 말로 인해 NG를 내고 다시 웃으며 찍어야만 했던 인간극장의 에피소드도 듣는 이에게 웃음만을 짓게 한다.
"원경아 모델 일이 좋아? 광고에 원경이 나오니까 좋지?"라는 질문에 한결같이 "네"라며 힘차게 말하는 원경이. KTF 광고가 TV에 나오지 않아 서운하다는 모델 원경이의 밝은 발걸음, 작은 천사 뒤로 드리워진 그림자가 하루 빨리 사라지기를 기대한다.
천국 입학 준비, 잘 안 돼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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