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관절을 스쳐만 가도 아프다는 뜻에서 이름 붙은 통증
7세 남자가 새벽에 갑자기 시작된 우측 첫번째 발가락의 통증으로 병원에 내원하였다. 환자는 우측 첫번째 발가락 관절에 심한 통증이 있어 잠에서 깨었는데, 그 부위가 벌겋게 부어 있었다. 환자는 최근 발가락을 부딪히거나 발가락 주변에 상처를 입은 적은 없었다.환자는 이전에도 같은 증세를 경험한 적이 있는데, 3년 전에 증세가 있었다가 자연적으로 좋아졌고, 1년 전에, 3개월 전에 같은 증세가 있어 병원에 가서 주사 맞고 약 먹고 증세가 좋아졌었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나 심한 통증의 기억을 뚜렷하게 갖고 있었다.
통증의 기간은 일주일을 넘지 않았고, 통증이 시작되고 하루 사이에 가장 심했다고 한다. 첫번째 아팠을 때는 우측 첫번째 발가락 관절이었고, 두 번째는 좌측 발등, 세 번째는 우측 발목에 종창을 동반한 통증이 있었다.
환자는 일주일에 2번 정도 술을 마시며, 평균 소주 1병 반씩 마신다고 한다. 2년 전 고혈압을 진단 받았고 현재 투약 중이며, 그 외 병력은 없었다. 가족력 상 큰 형님이 비슷한 증세로 병원에 다닌다고 한다.
혈압은 150/95 mmHg으로 고혈압이 있었고, 신장 168cm, 체중 78kg으로 비만이었다. 진찰상 우측 첫번째 발가락의 중족지관절에 심한 압통과 종창, 그리고 발적과 열감이 있었다.
피검사상 혈중 요산 9.3 mg/dL (정상 7.0 mg/dL 이하)으로 고요산혈증을 보였다. 환자의 우측 첫번째 중족지관절에서 주사기로 체액을 뽑아 편광 현미경 검사한 결과 요산 결정이 관찰되어 통풍으로 진단되었다.
통풍(通風)이란?
통풍은 한문을 풀어보면 바람이 관절을 스쳐만 가도 아프다는 뜻이다. 얼마나 심하게 아픈 통증이면 그런 이름이 붙었겠는가? 위에서 관찰한 환자에서 다음과 같은 특징들을 볼 수 있었는데, 즉 갑작스러운 통증의 시작, 아주 심한 통증, 일주일 내 통증의 소실, 단관절 침범, 남자, 고혈압, 고요산혈증, 음주력, 비만, 가족력 등의 소견이다. 이러한 소견들은 통풍이 있는 환자에서 흔히 관찰되는 소견들이다.
통풍은 과거 '왕들의 병, 병 중의 왕'으로 불렸다. 왜냐하면 통풍은 기름진 음식과 술을 배부르게 먹었던 왕족과 귀족들에게 많이 생겼고, 효과적인 치료약이 없어 극심한 통증이 반복되며, 결국 관절의 파괴가 와서 심각한 장애가 초래되었기 때문이다. 통풍은 흔한 관절염으로, 미국인 100명 중 약 한 명이 앓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통풍의 유병률 조사는 아직 없지만 식습관이 서구화되고 성인병이 많아지면서 최근에 통풍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통풍은 대부분 남성에 생기고 (95%), 여성에 적은 질병이다. 남성에 있어 가장 호발하는 연령은 40세~50세 사이이고, 여성에 있어서는 60세 이후이다.
40세 이상의 남성에 있어 통풍은 염증성 관절염 중 가장 흔한 원인이다. 고요산혈증을 갖고 있는 환자의 15% 정도만이 통풍으로 발전하는데, 혈청 요산 수치가 10 mg/dL이면 그 발생 위험은 30%~50%까지 상승한다.
통풍 관절염은 특징적인 임상양상이 있는데, 12-24 시간 내에 극심한 통증, 종창, 발적이 생기고, 가장 흔한 호발 부위는 엄지발가락이다. 통풍의 급성 발작은 대개 7일에서 10일 정도면 저절로 좋아지고, 통풍 발작 사이에는 통증 없는 기간이 있다.
첫번째 통풍 발작을 경험한 환자 중 62%는 1년 내 재발을 경험하고, 78%는 2년 내 경험하고, 단지 7%의 환자에서 만이 이후에 더 이상 통풍발작을 경험하지 않는다고 한다. 통풍 관절염을 앓는 이환기간이 길어지면 발작 시 극심한 통증 정도는 약간 감소하지만, 발작의 빈도는 더 잦아지고, 앓는 기간이 길어지며, 다관절 침범이 많아진다.
첫 발작부터 평균 10년 후에는 통풍결절이 생기는데, 그 기간은 환자마다 다양하다. 결국에 만성 통풍은 관절을 손상시켜 관절의 장애를 초래한다.
원 인
통풍의 원인은 요산이다. 요산은 우리 몸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핵산인 퓨린의 최종 대사물이다. 요산이 혈중에 높아지는 것을 고요산혈증이라 하는데 몸 안에서 요산이 과 생산되거나 요산이 신장으로 배출이 저하될 때 일어난다. 고요산혈증은 통풍의 위험인자이다.
그러나, 고요산혈증이 있다고 해서 모두 통풍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통풍 발작의 독립적 예측인자는 점점 요산 수치가 높아지는 경우, 지속적인 알코올 섭취, 이뇨제 사용, 체질량 지수의 증가 등이다. 그 중 과도한 알코올 섭취가 통풍발작에 있어 가장 중요한 유발인자로 알려져 있다.
증 세
다음과 같은 증세가 통풍의 전형적인 증세이다.
- 관절주위가 몹시 아프다
- 벌겋게 부어 오른다
- 한 개의 관절을 잘 침범한다
- 최대의 염증소견이 하루 이내 생긴다
- 첫번째 엄지발가락의 중족지관절을 잘 침범한다
- 통풍결절이 있다
- 비대칭적으로 관절을 침범한다
진 단
진단은 활액이나 통풍결절에서 채취한 조직액을 편광현미경 하에서 관찰하여 요산 결정을 확인하거나, 임상적으로 미국 류마티스 학회에서 제정한 진단기준에 맞추어 의사가 진단한다. 그러나 확진은 요산 결정을 확인하는 것이다. 진단 시 모든 환자가 고요산혈증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환자의 약 30%에서는 급성 통풍 발작 시 정상 요산 수치를 보일 수 있다.
치 료
1. 무증상 고요산혈증
무증상 고요산혈증은 특별히 치료하지 않는다. 식이요법을 통해 요산 섭취를 줄이도록 권장하고, 동반질환을 치료한다. 그러나, 급성 종양괴사 증후군 등과 같이 급히 요산 수치가 오르는 상황이나, 혈중 요산 수치가 12 mg/dL 이상 오르는 고요산혈증이나 24시간 소변에서 요산이 1,100mg 이상 배출되는 경우에는 치료한다. 후자의 경우에는 약 50% 정도의 환자가 요석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급성 통풍 발작
급성 통풍 발작은 대개 7일에서 10일 후면 저절로 호전되는데, 약물치료의 목표는 통증을 경감하고 경과단축을 하기 위함이다. 과거에는 콜히친 (colchicine)을 많이 사용하였는데, 현재는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스테로이드는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나 콜히친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 경구 또는 국소적 주사를 통해 효과적으로 치료에 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요산 저하제인 알로퓨리놀(allopurinol)이나 벤즈브로마론(benzbromarone) 등은 급성 통풍발작 시 새로이 투여를 시작해서는 안 된다.
기존에 사용하던 환자의 경우 요산 저하제를 끊지 말고 같은 용량을 계속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나, 그간 사용하지 않았던 환자에서 시작하게 되면 혈중 요산 수치의 변동을 초래하여 통풍 관절염이 악화되고 잘 낫지 않게 된다. 급성 통풍 발작의 유발요인은 알코올 섭취, 퓨린의 과량섭취, 출혈, 감염과 같은 급성 내과적 질환, 운동, 외상, 방사선 치료, 수술(수술 후 3~5일) 등인데, 이에 대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콜히친은 경구 또는 정맥 내 투여하는 방법이 있으나, 정맥 내 투여는 부작용이 심각해, 현재는 경구로만 투여한다. 통풍 급성 발작이 시작되면 증세가 좋아질 때까지 한 시간에 한 알(0.6mg)씩 총 10알(6mg)까지, 또는 오심, 구토, 설사, 복통 등의 콜히친 부작용이 나타나기 전까지 투여한다.
이 약제는 통풍의 발작 24시간 이내에 사용해야 효과가 좋다. 콜히친은 급성 발작의 치료 뒤 재발을 방지하거나 장기 예방 목적으로 많이 사용된다. 이 경우 환자들의 85%에서 재발을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요산 결정의 축적이나 통풍결절의 형성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통풍발작에서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의 효과는 잘 입증되어 있다. 가장 효과적인 치료전략은 처음에는 최대용량으로 투여를 시작하고, 심한 통증이 가라앉으면 용량을 줄이는 전략이다.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는 신기능을 악화시키거나 부종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3. 만성 통풍
만성 통풍에서는 요산의 혈중수치를 떨어뜨리기 위한 약제를 사용해야 하는데, 알로퓨리놀 등의 요산 합성 억제제와 벤즈브로마론 등의 요산 배설제가 있다. 요산 수치를 정상화 시켜야 하는 경우는 매년 2-3회 이상의 통풍 발작이 있거나, 요로결석, 통풍 결절, 반복적인 통풍 관절염, 방사선학적으로 골미란이 있을 때, 가족력이 확실한 통풍성 관절염 등이다.
요산 배설제는 연령이 60세 이하, 정상 신기능을 가진 환자, 하루 요산 배출량이 700 mg 이하, 통풍결절이나 요로결석이 없는 경우 등이 치료 적응증이 된다. 요산 수치를 6 mg/dL 이하로 떨어뜨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4. 통풍 발작의 예방
통풍발작을 예방하기 위해 콜히친 0.6 mg 또는 저 용량의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를 투여하는데, 약 85%정도에서 예방효과가 있다고 보고된다. 혈중 요산 수치가 정상 범위에서 잘 유지되고 적어도 3~6개월간 발작이 없을 때까지 유지해야 한다.
5. 식이
환자들은 붉은 살 육류, 등 푸른 생선과 어패류 등의 퓨린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 음식을 가능한 한 제한하여야 한다. 최근에 통풍을 예방하려면 붉은 살 육류와 해산물을 줄이고 저지방 유제품은 섭취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었다.
이 연구에서 일반적으로 통풍 환자에게 금기 시 되어온 퓨린함량이 많은 야채류의 섭취는 통풍과 무관하며 저지방 유제품은 통풍을 예방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 결과 붉은 살 육류를 주로 섭취한 그룹이 가장 적게 섭취한 그룹보다 통풍 발병률이 41% 가량 높았으며 해산물 역시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쇠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등의 붉은 살 육류의 섭취는 하루 일회 섭취 당 통풍발병률이 21%씩 증가됐으며 해산물 섭취는 일주일 일회 섭취 당 7%씩 증가됐다.
반면 저지방 유제품을 자주 섭취하는 그룹은 적게 섭취하는 그룹보다 발병률이 44%정도 낮았고 스킴 우유나 저 지방 요구르트 하루 일회 섭취 당 통풍발병률은 약 21%정도씩 감소됐다.
고지방 유제품이나 콩, 버섯, 시금치, 귀리, 컬리플라워 등과 같은 퓨린 고함량 야채들은 통풍발병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발견됐다. 또한 단백질 자체는 통풍을 일으키는 데 기여하지 않았다. 따라서, 단백질 자체를 제한할 필요는 없다.
술은 통풍 환자에 있어 꼭 피해야 하는 음식이다. 상호 연관성에 대한 흥미로운 논문이 최근 발표되었다. 이에 의하면 맥주와 양주는 통풍을 일으키지만 와인은 통풍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한다. 만성 관절염인 통풍과 술의 관계는 예로부터 증명되지 못한 채 많은 추측들만이 있어 왔다.
알코올의 섭취는 통풍에 걸릴 위험도를 증가시킨다는 사실이 이 연구에서 확증되었다. 일반적으로 하루에 50g 이상의 알코올을 마시는 남성은 통풍에 걸릴 위험도가 2.5배나 높으며, 하루 30~50g의 알코올을 마시는 경우엔 2배, 하루 15~30g의 알코올을 마시는 경우엔 50%, 10~15g의 알코올만 마셔도 통풍에 걸릴 위험도는 30%나 증가되었다.
소주 한 병에 약 80g의 알코올이 있다. 즉 적은 양을 마셔도 통풍에 걸릴 위험도가 높으며, 그 양이 많을수록 위험도는 증가된다.
술의 종류별에 따른 분석에 의하면 하루에 355ml짜리 맥주 두 캔 이상을 마시면 통풍에 걸릴 위험도가 2.5배 증가하고 하루에 44ml짜리 양주 2잔 이상을 마시면 1.6배가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맥주 하루 한 캔 당 통풍 발병율은 51%씩 증가되었고 양주 하루 한 잔당 통풍 발병 율은 15%씩 증가되었다. 즉 양이 많아질수록 통풍 발병의 위험은 높아진다. 맥주 한 캔(355ml)에 들어있는 알코올의 양이 양주 한 잔(44ml)에 들어 있는 알코올의 양보다 적은데도 통풍을 두 배 이상 더 크게 일으키는 이유는 맥주에 함유되어 있는 알코올이 아닌 다른 요인(구아노신 퓨린핵산 포함)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반면에 하루 118ml 짜리 와인 두 잔 섭취는 통풍을 일으키는 데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논문에서 특히 통풍 환자들이나 통풍 발병 위험성이 높은 사람들은 맥주 섭취를 금해야 하며 반면 적당량의 와인섭취는 통풍과 무관하며 심장병 예방 효과 등의 이점이 있으므로 금할 필요가 없다고 권유했다.
(박용범/연세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 류마티스 내과 교수. 산정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