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사역, 낮엔 가르치고 밤엔 울어야

김아현 기자  ahkim@chdaily.com   |  

생명길선교회 소속 이에스더(가명) 선교사 간증

				▲이 에스더(가명)선교사는 17일 강연회에서 중국의 탈북자 사역현장을 생생히 묘사해 큰 은혜를 끼쳤다.
▲이 에스더(가명)선교사는 17일 강연회에서 중국의 탈북자 사역현장을 생생히 묘사해 큰 은혜를 끼쳤다.

탈북난민보호 미주협의회(회장 손영구 목사)가 주최한 중국 선교사 이에스더(가명, 59)씨의 강연회가 17일 뉴욕 서울플라자에서 열렸다.

이 에스더 선교사는 "언제나 자식들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쓰임받는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시던 어머니의 기도를 잊은 채 세상을 좋아하며 불순종의 삶을 살아왔다"며 자신의 젊은 시절을 회고하는 것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하나님을 위한 삶이 아닌 나를 위한 삶을 살던 중 남편의 사업이 망하고 나 역시 갑작스레 병을 얻어 3년간 식물인간처럼 누워있게 되었다. 그렇게 삶이 힘겨워지니 어머니의 기도가 생각나고 깊은 회개의 기도가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왔다. 하나님께서는 나의 회개기도를 받으시고 내 병을 치유해주셨다." 라고 고백했다.

중국 사역, 그리고 처음 만난 탈북자 두 명

결국 신학교에 들어가고 선교사로 헌신하게 된 그는 현재 중국에서 사역을 하고 있으며, 탈북자 사역에 대한 끈도 놓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 전도할 때는 발이 부르트도록 다녔어도 1년에 35가정밖에 전도하지 못했다. 그러나 중국은 정말 놀랍다. 말만 전하면 다온다"

그가 탈북자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중국 농촌에서 부녀반을 조성해 그들에게 성경공부를 가르치고 있을 때였다. 어느날 밤 노크 소리가 들려 문을 열어보니 오십이 넘어 보이는 형제와 열 몇 살처럼 보이는 형제가 옷이 물에 젖어 떨면서 서 있었다. 탈북자였다. 성경공부를 하던 사람들은 그들이 탈북자고, 탈북자들은 도둑질을 하고 선교사들에게 해만 끼치니 받지 말라고 했지만, 이 선교사는 탈북자를 처음 접해보는 터라 그들의 성향을 잘 모르는데다 그들이 너무 불쌍해보여 그들을 받아들였다.

"심하게 몸이 상해있는 그들을 보니 긍휼의 마음이 생겨났다. 그래서 그들을 위해 아파트를 얻어 함께 기거하며 밥을 지어먹이며 그들을 돌봤다. 밥만 먹으면 토하던 그들은 그동안 너무 굶주리고 힘들게 살아온 결과 폐결핵 3기에 간염에 걸려있었다. 10일동안 성심껏 돌보니 그들의 얼굴이 좀 폈다. 알고보니 오십처럼 보이던 이는 서른 세살이요, 열 몇살 소년처럼 보이던 이는 스무살이었다."

이 선교사는 탈북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북한에는 굶어죽은 시체들이 즐비한데, 살아있는 사람들이 아직 썩지 않은 시체들을 삶아먹고, 머리통은 깨서 그 속의 골을 파먹는다고 했다. 그리고, 나머지 골은 비닐봉지에 담아 중국에 가서 팔면 중국돈으로 3백원(한국돈 5만원)을 받는다는 것이다.

누가 너를 가르쳤느냐.. 대답할 수 없어 탈북자청년 하나가 죽었다. 그 빚 때문에..

20일간 이 선교사의 보살핌을 받은 탈북 형제들은 집으로 돌아가 자신의 가족들을 데리고 오겠다며 이 선교사와 동역자들이 모아 준 800달러의 후원금을 갖고 길을 나섰는데, 이후 소식이 끊겼다고 한다.

"몇 년 후에 그들 중 나이든 형제를 만났다. 그 형제가 그동안 나를 만나려고 갖은 노력을 다해왔던 모양이다. 형제는 그 날 우리와 헤어진 후 북한으로 넘어가던 중 공안당국에 붙잡혔고, 그들은 '한국 사람 만났는가?','교회에 갔었는가?','한국사람 만나 성경공부했는가?'라는 질문을 했다고 한다. 성경공부하는 현장에서 붙잡힌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거짓말로 안했다고 하면 될 일이었다. 그렇게 그 나이든 형제는 살아났는데, 처음으로 복음을 받아 은혜가 충만했던 어린 형제는 그들의 질문에 곧이곧대로 대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럼 누가 성경공부를 가르쳤나?, 어디서 배웠나?'라는 질문에는 끝내 대답할 수 없었던 그는 끝내 사상범으로 몰려 감옥에서 굶어죽었다고 한다."

이 선교사는 그 때의 빚을 지울 수가 없어 이후로는 누가 뭐라 해도 탈북자들이 찾아오면 무조건 받아 가르쳤다.

"30명까지 함께 기거하며 그들을 돌봤는데 탈북자 사역은 남자들은 하기 힘든 사역이라는 것을 느꼈다. 어머니와 같은 마음으로 그들과 함께 기거하면서 함께 있어주고 챙겨줘야 한다. 낮에는 가르치고 밤에는 울어야 한다. 그들은 자기 지도자 김정일을 닮았는지 9번 잘해주고도 1번 못해주면 훽 돌아선다. 그러니 인내가 필요하다."

현재 그는 탈북자 선교및 중국 선교를 위해 중국에 신학교를 세우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 대부분의 탈북자들이 한국으로 가길 원하나 한국에 가게 되면 이들은 처음으로 갖게 된 돈으로 탈선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중국에서 이들을 가르쳐 그들의 믿음이 바로서면 한국으로 보내든지, 중국 농촌으로 파송시킬 계획이다.

"하루 하루 긴장속에 산다. 그동안 중국 정부에 3번이나 송환됐다. 그러나 나를 어머니라 부르며 감사함을 표시하고 변화되는 그들을 볼 때 말로 할 수 없는 기쁨을 느낀다"

하나님의 멍에를 짊어지고 하나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삶을 살고자 육신의 위험속에서도 중국땅에서 탈북자들과 조선족, 중국인들에게 사랑을 실천하길 마다하지 않는 이 에스더 선교사. 그는 생명길선교회(Life Road Exodus Mission. 공동회장 윤형중 목사·오치용 목사) 소속으로 지난 18일 뉴욕에서의 일을 마치고 샌프란시스코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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