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사학연 '옥한흠 목사의 설교와 신학' 발표회
1978년 옥한흠 목사가 9명의 신자와 함께 개척한 사랑의 교회는 현재 사역자가 약 2,300 명 그리고 주일 낮 예배 성인 출석자가 약 2만 명에 이르는 대형 교회로 성장했다. 그 교회 성장의 뿌리가 된 옥 목사의 설교 및 신학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에 한국교회사학연구원(원장 민경배 박사)은 지난 10월 28일 연세대학교 신상경관에서 '옥한흠 목사의 설교와 신학' 이라는 주제로 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는 본 연구원에서 한국 교회 10대 설교가를 엄선하여 1996년부터 진행시켜 오던 연구 발표회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
서중석 교수(연세대학교 신과대학장 겸 연합신학대학원장), 박명수 교수(서울신학대학교 교수, 성결교회역사연구소장), 권성수 목사(대구동신교회 담임목사)가 발표자로 나섰는데, 이중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서중석 교수의 '옥한흠 목사 설교의 해석사적 위치와 특징' 강연 내용을 소개한다.
서 교수는 우선 성경 해석사 측면에서 볼 때, 옥한흠 목사의 설교는 종교개혁신학, 정통주의, 경건주의로 이어져 내려오는 신학적 입장 위에 서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른 옥 목사 설교의 특징은, 첫째, 성경의 절대적 권위를 인정하면서 성경은 성경을 통해 해석하려고 하는 자세이다. 예를 들어, 옥 목사는 예수님만이 아니라 그리스도인들도 '아버지' 라는 호칭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요한복음 20장 17절, 로마서 8장 14, 15정 등 성경의 다른 본문들을 인용하여 논증을 시도했다.
둘째, 그리스도를 성경의 중심으로 보는 그리스도 중심적 성경 해석이다. 옥 목사는 요한복음 16장 3절 강해에서 "성령은 장래 일에 대해서도 알게 하십니다. 장래 일이란 바로 예수님을 통해서 이 땅에 하나님이 세우고자 하시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것입니다." 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셋째, 옥 목사의 설교는 성경 해석에 있어서 성령의 활동을 강조한다. "성령이 감동하셔서 열어 주시지 아니하면 우리는 성경을 천 번을 읽어도 그 속에 있는 진리를 깨닫지 못합니다." 라고 한 요한복음 강해 중의 설명은 이의 예이다.
넷째, 옥 목사는 경건주의 전통를 이어 받아 자신의 설교에서 신앙의 체험 및 실천을 중시한고 있다. 그는 "복음의 능력이 그 자체로는 엄청난 것이지만 그 능력을 수용하는 사람의 약점에 의해 제재를 받는다", "말씀을 깨달았으면 이제는 순종해야 한다." 라고 말하는 등 교인들에게 자신들의 신앙 상태를 점검하고 신앙하는 바를 실천에 옮길 것을 강권하고 있다. 예를 들어, 그는 자신의 한 설교에서 "북한에서 수많은 남녀노소들이 굶주려 죽어가고 있다는 말을 듣고도 무관심할 수 있다면 그는 하나님의 자녀라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라고 하기도 했다.
옥 목사의 설교가 종교개혁신학, 전통주의, 경건주의의 영향을 받아서 가지게 된 특징들에 이어 서 교수가 제시한 옥한흠 목사 설교의 둘째 특징은 문자적, 영적 해석이다.
옥 목사의 문자적 해석은 주로 어휘의 원어 분석이나 역사적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우선, 원어 분석의 예로는 요한복음에서 '사랑한다'를 뜻하는 용어로 '아가파스'와 '필레이스'가 서로 호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한 설교, 역사적 정보 제공의 예로는, 주기도문에 등장하는 '아바 아버지'를 설명하며 신약 성경 학자 요아킴 예레미아스의 관련 연구를 소개한 부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영적 해석은 성령의 인도 아래 문자적 의미 너머의 더 심오한 의미를 추구하는 해석이다. 예를 들어, '바다 가운데서' 라는 설교에서 옥 목사는 "예수 그리스도는 제자들을 데리고 갈릴리 바다를 건너 가셨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인생 항로를 건너갈 때 경험할 수 있는 한 단면을 보여 주기 위하여 기록한 것입니다." 라고 말하면서 성경에 제시된 '바다'를 단순한 문자적인 의미로 풀이하는 것을 넘어서서, '인생'으로 풀이하고 있기도 하다. 문자적. 영적 해석을 병행하며 옥 목사는 성경의 이야기는 '조금도 거짓이 없는 역사적 사실' 이라고 주장하며, 또한 성경은 성령의 영감의 책으로서 통전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옥 목사는 로마서 1장 2-4절 강해에서, "바울이 확인한 하나님의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였습니다. 구약 성경에 기록된 모든 선지자들의 글을 통하여 하나하나 확인할 수 있는 메시아였습니다. ..." 라며 성경이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전체적인 통일성을 견지하고 있다고 했다.
서 교수는 이 날의 발표에서 옥한흠 목사 강해 설교의 특징도 짚어보았다.
그에 따르면 옥 목사의 설교는, 첫째,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자 시도한다. 옥 목사는 한 인터뷰에서 "아무리 다 아는 본문이라도 새롭고 신선하게 들릴 수 있도록 하는 게 설교자의 책임인데..." 라고 말하면서, 그가 정형화된 성경 이해를 넘어서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자 하는 노력을 꾸준히 기울이고 있음을 암시했다. 예를 들어, 옥 목사는 불신자들 전도를 위한 책으로 인식되고 있는 요한복음을 '하나님의 영광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책'으로 새롭게 제시했으며, 또한 로마서의 주제를 '이신칭의'를 넘어선 '하나님의 복음' 이라고 보기도 했다. 옥 목사는 이러한 새로운 통찰력은 자신과 교회의 때에 따른 필요성에 근거해 나타난 것으로, 이는 성령의 역사임을 설명한다. 옥 목사는 "이를 위해서는(새롭고 신선한 설교를 하기 위해서는) 복음의 주인공이신 살아 계신 예수 그리스도와 설교자 사이의 관계에 남이 모르는 은혜의 비밀이 있어야 합니다." 라고 밝혔다. 옥 목사는 이러한 '영적 비밀'을 주석이라는 지적 작업, 체험이라는 감성적 경험으로 가다듬어 청중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서 교수는 옥 목사가 이러한 새로운 영적 통찰력을 한권의 강해집 전부에 좀 더 일관성 있게 적용했으면 하는 바람을 표하기도 했다.
둘째, 옥 한흠 목사의 설교는 주석적 설교이다. 성경이 기록된 시대와 우리 시대의 시. 공간적 차이로 인해 성경 본문이 말하는 바를 오늘날에 전하려면 주석적, 해석적 작업을 거칠 필요가 있다. 이런 연유로 옥 목사의 설교는 주석적 설교, 강해 설교의 형태를 띠게 됐다. 옥 목사는 성경 무오설을 신봉하지만, 또한 성경이 많은 지적 작업 위에 이루어진 성과물이라는 점 역시 무시하지 않으면서, 그리스어 등 언어 연구, 본문의 정황에 대한 설명을 충실히 한다. 설교라는 틀 속에 담긴 주석이기에 학문적인 주석으로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한계는 있으나, 옥 목사의 지적인 설교는 '무조건 믿으면 된다'는 막무가내 식의 설교 틀을 벗어나 지성인들이 복음에 승복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셋째, 옥 목사는 체험을 통해 설교를 보강한다. 그는 신비적이고 특별한 성령 체험이 구원을 보증하는 것이라는 입장에는 반대하며, "예수 그리스도를 믿을 때 받는 성령의 은혜가 바로 성령 세례' 임을 강조한다. 옥 목사 설교의 특징은 그가 자신의 신앙 경험 및 목회 경험을 자주 사용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로마서 7장 13절 이하를 본문으로 삼는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라는 설교에서 옥 목사는, "사랑의 교회를 개척하고 십여 년이 넘도록 목회를 해오는 과정에서 저의 생각은 다시 옛날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이 본문은 중생받은 사람의 영적 갈등을 이야기하는 것이 틀림없다는 확신을 갖게 된 것입니다." 라고 말하면서, 본 본문에 나타난 화자의 갈등은 그리스도인이 된 이후의 갈등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체험을 근거로 제시하기도 한다. 이처럼 옥 목사는 자신의 체험을 이용해 주석 작업을 보강하고, 체험으로 자신과 성경과 청중 사이를 연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체험을 근거로 한 설교는 목회자와 같은 체험을 한 이들에게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나 그렇지 않은 청중의 경우들에게는 호소력이 떨어질 수도 있으므로, 체험을 통한 주석의 결과를 다시 성경의 근거를 통해서 보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서 교수는 옥 목사 설교의 수사학적 특징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첫째, 에토스의 측면이다. 에토스를 통한 설득은 화자의 성품, 감정의 표현을 통한 설득을 뜻하는데, 사랑의 교회 한인권 장로는 옥한흠 목사에 대해 "강단에서 솔직한 모습을 보입니다. 목사도 잘못할 수 있다는 것을 얘기하시죠. 말씀하실 때, '솔직히', '인간적으로 말해 봅시다' 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시죠." 라고 말하기도 했다. 옥 목사는 부교역자 및 평신도들에게 우정, 신뢰, 동감, 찬사의 말을 사용하여 우정이 담긴 선의를 선명히 드러내어 청중들에게 호소한다. 또 때로는 '분노와 정의감에 사로잡힌 예언자' 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탐욕을 조심하라' 는 설교에서 옥 목사는 "불쾌하고 울화통이 터져서 한동안 감정을 삭이지 못할 때가 가끔 있기 때문입니다. ... 이런 이야기들을 신문에서 봐야 한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라고 말했다. 이러한 설교자의 분노는 하나님과 함께 하는 공분으로 승격되어 청중들로 하여금 설교에 공감하게 만든다. 상당히 많은 에토스적 요소를 사용하면서도, 자신을 노골적으로 나태내지 않는 옥 목사의 에토스 수사학은 매우 세련되어 있다고 서 교수는 평했다.
둘째, 파토스의 측면이다. 파토스는 설교자가 청중의 감정을 이용하여 그들의 의견을 바꾸거나 결정할 수 있도록 호소하는 방법이다. 옥한흠 목사가 사용하는 파토스가 잘 나타나 있는 설교집, '고통에는 뜻이 있다'의 첫 번째 설교 '변장된 축복'에서 옥한흠 목사는 고통을 앞두고 누구나 가져 보았음직한 감정 상태들을 열거하면서 청중들이 고통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게 한 이후 타인의 고통에 대해 가져야 할 태도로 겸손을 제시하고 고통에 대해 두려움, 불안, 체념 등의 부정적인 감정에 빠지는 대신 고통의 긍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희망을 갖도록 격려하고 있다.
셋째, 로고스이다. 로고스는 객관적, 논리적인 설득의 방법으로 크게 귀납적인 예증법과 연역적인 생략 삼단 논법의 두 유형이 있는데, 서 교수는 예증법에 관심을 기울여 옥 목사의 설교를 분석했다. 옥 목사의 예증은 역사적이고 실제적이라는 것이 큰 특징이다. 예를 들어, 돈의 노예가 된 현대인의 전환을 권면하는 '변화, 참된 인생의 출발점' 이라는 설교에서 옥 목사는 물질의 노예가 된 현대인의 표본으로 삭개오를 등장시키며, 삭개오의 유대 사회에서의 지위, 사회적 인식, 삭개오의 삶의 양식에 대한 역사적 재구성을 시도하고 있다. 설교의 신뢰도와 설득력을 가감시키는 가상적이고 근거가 부족한 설교들이 난무하는 오늘날 옥 목사의 설교는 설교의 설득력을 더해주는 설교의 좋은 본이 되고 있다.
이상과 같이 옥한흠 목사의 설교를 해석사적 위치에서 심도 있게 분석한 후 서 교수는 옥 목사의 설교는 "전체적으로 새롭고, 진지하며, 성실하다." 며, 옥 목사가 지향하는 '청중에게 큰 감동을 주는 설교', '들리는 설교' 가 그가 은연 중 터득한 수사학의 도움으로 이루어져 가고 있다고 말하며 발표를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