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용조 목사 “나의 설교는 이것이 부족해”

류정희 기자  jhryu@chtoday.co.kr   |  

한국교회사학연구원 심포지엄서 자신의 목회와 설교 반성

				▲지난 24일 한국교회사학연구원 심포지엄서 하용조 목사(맨 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가 자신의 설교와 신학에 대한 신학자들의 발표를 들으며 행복한 미소를 보이고 있다. ⓒ 류정희 기자
▲지난 24일 한국교회사학연구원 심포지엄서 하용조 목사(맨 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가 자신의 설교와 신학에 대한 신학자들의 발표를 들으며 행복한 미소를 보이고 있다. ⓒ 류정희 기자

"누구나 처음부터 대형교회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 것입니다. 목회를 하다 보니 어느덧 대형교회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작은 자, 약자를 위한 설교가 빈약했습니다"

지난 24일 오후 4시 연세대학교 백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사단법인 한국교회사학연구원(원장 민경배) 심포지엄에서 하용조 목사(온누리교회)의 말이다. 이날 하 목사는 스스로 "제 설교에는 '예언자적 설교', '약자를 위한 설교', '화해자의 설교'가 약했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목회와 설교를 반성했다.

'하용조 목사의 설교와 신학'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유상현 교수(연세대학교, 신약학)가 '하용조 목사의 설교 세계', 강사문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구약학)가 '하용조 목사의 설교와 목회', 한영태 교수(서울신학대학교, 조직신학)가 '하용조 목사의 설교에 나타난 신학적 특색'을 각각 발표했으며, 하용조 목사는 이같은 발표가 끝난 후 인사말을 전했다.

"예언자적 설교가 부족했다"

하 목사는 인사말에서 자신의 설교는 첫째, 예언자적 설교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제 설교에는 예언자적 설교가 약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사회를 보면서, 역사를 보면서,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 편에 서서 부정과 불의와 싸우는 예언자적 설교가 약했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제 설교의 취약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자, 약자를 위한 설교가 빈약했다"

이어 약자를 위한 설교가 빈약했다며 "저는 대형교회 목회자입니다. 그러나 누구나 처음부터 대형교회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 것입니다. 목회를 하다 보니 어느덧 소위 대형교회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작은 자, 약자를 위한 설교가 빈약했습니다"라고 고백했다.

특히 하 목사는 대중을 위한 설교는 하지만 소자나 약자를 위한 설교가 부족했다며 "농촌과 어촌에서 몇십명의 성도를 놓고 생존의 위협을 느끼며 설교하는 사람들, 이들도 같은 동역자들인데 그 분들을 배려하고 생각하는 마음이 어느덧 잊혀졌던 것입니다. 그것이 늘 제 마음에 부끄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아울러 "특별히 선교지에서 언어, 문화, 환경이 다른 곳에서 예수 그리스도 한 분만을 바라보며 설교하는 분들을 생각해 봅니다. 오늘 김낙웅 목사님도 오셨는데, 러시아에서 선교하다 실명의 단계에서 선교지를 포기해야 하는 아픈 가슴을 안고 돌아오셨습니다. 끝까지 선교지에서 죽고 싶었지만 건강이 허락지 않았던 것입니다. 특히 선교지에서 돌아가신 김사무엘 선교사님과 같은 그런 분들이 진짜 설교자라 생각합니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그분들의 설교가 우리 마음 속에 살아 있을 때 설교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화해자의 설교가 필요하다"

하 목사는 또한 자신에게는 화해자의 설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세계는 현재 분쟁 중에 있습니다. 한반도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이 그렇습니다. 특히 쓰나미로 고통당하는 이들과 파키스탄 지진으로 피해 입은 자들, 특히 이런 재해에서 어린 아이들이 1차로 희생당하는 것을 볼 때 누가 남북을, 동서를 화해시킬 것인가를 생각해봅니다. 우리의 설교 속에는 예수님이 그러셨듯이 화해자의 고통스런 모습, 고난당하는 종의 모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한편으로는 밝고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그런 승리의 성과도 있지만 그 뒤에 고뇌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게 우리의 삶의 현실이기 때문에, 그 부분이 제 약점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하 목사는 덧붙였다.

"문화코드 더욱 추구하고 싶다"

또 "제가 좀더 추구하고 싶은 것은 문화코드입니다. 마치 공기와도 같은 문화를 피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어떻게 복음이 이 시대 문화에 잘 접촉이 되어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스며들어갈 수 있게 할 것인가가 관건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목사는 ‘Culture Architect'라는 말에 동의합니다.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또 그 신선한 예수 그리스도의 문화를 많은 사람들이 맛볼 수 있도록 하는 그런 설교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하 목사는 "저는 설교 원고를 써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책을 쓰기 위한 설교 원고를 써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평소 했던 설교가 원고가 되어 책으로 나온 것입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하나님의 영광스런 말씀을 전하는 일에 헌신하도록 기도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제 설교를 만들어주신 분은 교인들입니다. 그들이 20년동안 처음 듣는 것처럼 제 설교를 들어 주셨습니다. 열정적으로 설교를 들어주셨기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입니다. 성도들에게 이 영광을 돌리고 싶고, 또 제 설교를 만들어줬던 것은 제 아내입니다. 아내에게 감사합니다"라고 전했다.

한국교회사학연구원은 한국교회에서 설교와 신학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목회자의 설교를 연구해 그 긍정적 요소를 한국교회의 유산으로 남기고 세계교회에 소개하기 위해 지난 1996년부터 '한국교회 10대 설교가 연구'를 시작했다.

한국교회사학연구원에서 선정한 '10대 설교가'는 조용기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김선도 목사(광림교회), 곽선희 목사(소망교회), 이만신 목사(중앙성결교회), 김장환 목사(수원중앙침례교회), 옥한흠 목사(사랑의교회), 김삼환 목사(명성교회), 길자연 목사(왕성교회), 이종윤 목사(서울교회), 하용조 목사(온누리교회)이며 '하용조 목사의 설교와 신학'을 논한 이번 심포지엄이 연구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이번 행사에 앞서 한국교회사학연구원 총무이사 권평 교수(연세대학교)는 "10대 설교가는 신학과 설교로 한국교회에 영향을 준 목회자 중 지역교회를 담임하고 있고, 성서해석에 비범함을 보이며, 교인들과의 소통이 원활하고 교회 조직을 탁월하게 이끌어 가는 목회자들을 교단안배를 고려해 선정했다"면서 "하용조 목사는 우리나라 교회의 선교와 목회에 선구적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이번 연구의 마지막 주제로 택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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