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대 라은성 교수의 재미있게 배우는 교회사학교 18
1.1.1. 오리겐1.1.1.2. 저서
정말 오리겐은 신학자, 철학자, 그리고 헌신된 금욕적 기독교인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작가였습니다. 기독교 사상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 다양한 작품들을 남겼습니다. 먼저 그의 작품들 가운데 성경적 작품들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최고의 작품은 누가 뭐라 해도 『헥사플라』와 성경 주석류입니다.”
“교수님, 앞에서도 『헥사플라』에 관해 말씀해 주셨는데요. 구체적으로 그리스어 역이 어떤 것인지, 또는 히브리어 역은 어떤 것인지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정도전씨가 물었다.
“예, 정도전씨 참 어려운 질문입니다. 저도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이렇게 자세하게 물어보실까 하며 망설였는데,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질문하시네요. 하여튼 대단하십니다. 말씀드리지요.”
“6개의 칼럼, 즉 세로 줄로 된 구약성경 대역서라고 하는 것이 좋겠죠. 첫줄에는 히브리어로 된 히브리어 본문, 다음은 그리스어로 된 히브리 본문, 세번째 줄은 아퀼라(Aquila)의 그리스어 역본, 네 번째 줄은 심마쿠스(Symmachus)의 그리스어 역, 다섯째 줄은 셉투아진트(70인역)의 그리스어 역, 그리고 여섯째 줄은 데오도티온(Thedotion)의 그리스어 역입니다. 이 중에서 특별히 시편은 8개의 칼럼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두 역본을 더한 것이겠죠. 이러한 역본을 쓴 오리겐의 목적은 성경 역본들 중 가장 뛰어난 것이 셉투아진트임을 밝히기 위함이고 히브리 본문에 익숙한 유대인들을 의식한 것입니다. 이 작품은 약 245년 알렉산드리아에서 쓰기 시작했다가 카이사리아에서 완성된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 그의 성경적 작품으로는 『주해』(Scholia), 『설교집』(Homilies), 그리고 『주석집』 등입니다. 『주해』는 성경구절들 중 난해한 것들을 순수하게 문법적으로 성경을 주해한 것입니다. 주로 모세 5경과 이사야, 시편, 전도서, 마태복음, 요한복음, 그리고 갈라디아서에 관한 것입니다. 『설교집』은 성경에 관해 신실한 사람들과의 친밀한 대화를 엮은 것입니다. 마치 교수와 학생과의 대화처럼 말입니다. 약 500여개의 설교를 담고 있습니다. 그 중 200여개는 라틴어로 현존하고 있습니다. 『주석집』은 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도록 성경구절들을 해석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 목적이 도덕적이고 영적인 의미를 찾는데 있었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자의로 해석했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오리겐의 성경 해석방법이 알레고리칼, 즉 풍유적이라는 것입니다. 그의 생각에 성경은 무오류하다고 믿었기 때문에 오류인 것처럼 여겨지는 본문에 관해 이렇게 가르쳤습니다. ‘하나님께서 서늘한 날에 낙원에 거니셨다고 하실 때의 의미는 실제 사건이라기보다는 은유라고 여기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특별히 그의 『요한복음 주석』은 교사였던 그의 모습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
“그 다음 그의 작품들은 변증적 작품으로 『셀수스에 반대하여』가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작품으로는 『첫 번째 원리들』이 있. . .” “교수님, 죄송하지만, 이 작품에 관해 조금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소선희 씨가 질문했다. 그러자 교수님은 하시던 말씀을 멈추시면서 빙그레 웃으신다. 마치‘정말 좋은 질문을 하시는군요 . . .’라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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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사플라'의 한 페이지 |
“좋습니다. 이 작품은 모두 8권으로 되어 있습니다. 또 셀수스라는 사람은 박식한 플라톤주의자입니다. 그는 ‘참된 강론’이라는 작품을 써서 기독교를 신랄하게 공격했습니다. 약 177-178년경의 일이지요. 이 안에서 셀수스는 기독교란 당시의 이교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성경을 언급하면서 사용했지만 극히 주관적으로 사용했지요. 마치 볼테르와 같은 인물이었죠. 다시 말하면, 냉소주의자였습니다. 이 작품을 읽은 오리겐의 친구 암므로스는 오리겐에게 부탁하여 비판책을 써달라고 했습니다. 셀수스의 책의 모든 부분들을 조목조목 들이대면서 비판했습니다. 현존하는 그의 유일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 그의 작품은 신학적 작품들이라 할 수 있는데 그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은 앞에서 언급한 그의 두 번째 조직신학 작품으로 『첫 번째 원리들』입니다. 이 책은 클레멘트 작품과 유사한 것으로 기독교 신앙을 알렉산드리아 철학과 관련시키고 있습니다. 이 안에서 그는 한 분 하나님은 창조자이시며 우주의 지배자이시고, 예수 그리스도는 그분의 독생자이시고, 성령은 그 두 분들의 영광이라고 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성부로부터 존재를, 성자로부터 이성을, 그리고 성령으로부터 거룩을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책에서 그는 두 가지 창조를 말합니다. 첫 번째 창조는 몸 없는 영들의 창조입니다. 영들은 자유의지를 가졌지만 타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 창조가 요구됩니다. 두 번째 창조는 물질적 창조입니다. 고통을 인간이 받는 이유는 우리의 죄의 선재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것이 플라톤 철학적 관점입니다. 또 이 책에서 그는 ‘보편 구제설’(universalism)을 말합니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너무 사랑하시기 때문에 심지어 사탄까지도 사랑하시기 때문에 끝에 가서는 모두를 구원하실 것이라는 것이죠.”
“금욕주의자였던 오리겐의 세 번째 작품은 『순교에 대한 권면』 그리고 『기도에 관하여』가 있습니다. 로마제국 황제 막시미누스 핍박시기에 검거되어 순교한 자들과 검거되어 있는 자들을 위해 235년에 쓰인 작품입니다. 그리고 구약성경에 대한 여러 편의 설교집이 있습니다. 그리고 『기도에 관하여』는 두 부분으로 나눠지는데 1~17장과 18~30장입니다. 주님의 기도, 즉 주기도문 해설서라 할 수 있습니다. 231년 이후에 쓰인 책이라 여겨집니다.”
“하지만 이 모든 그의 업적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 있습니다. 다시 브라운 박사의 평가를 읽어보도록 합시다.
오리겐의 탁월한 공헌이 없었다면, 우리가 지금 삼위일체 정통이라 부르는 것이 등장할 수 있었을까? 불행하게도 이러한 대 알렉산드리안 [오리겐]을 추억할 때 그의 상상력이 너무나 풍부하고 그의 사색이 너무나 가공적이어서, 동방정교는 그를 성자나 교회의 교부로 보지 않고 단지 대 이단으로만 여길 뿐이다. 자신보다 앞선 터툴리안처럼 오리겐은 정통 교리의 발전에 헤아릴 수 없는 공헌을 했지만 너무나 많은 비정통 사상도 산출했기 때문에, 하르낙과 같은 대 자유주의자들은 그를 환대하지만 정통 기독교인들은 그에 대해 수치감을 가질 뿐이다.
“이러한 부정적 평가를 받는 첫번째 이유는 그의 삼위일체론 입장입니다. 성부와 성자 하나님이 서로 ‘동일본질’(homoousios)을 말한 사람은 바로 오리겐이었습니다. 이 용어는 후에 살펴보겠습니다만 성자 하나님께서 성부 하나님과 동일하시다는 니케아 범교회 종교회의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는 단어입니다. 그렇지만 그 두 분의 관계를 ‘종속’의 관계임을 동시에 암시했다는 것이 큰 문제가 되었습니다. 더욱이 성령을 단순히 사역이나 역할로 보았습니다. 성부와 성자는 동일하다고 보지만 성령을 동일하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삼위일체에 큰 무리를 둔 설명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영의 선재설을 언급했습니다. 다시 브라운 박사의 평가를 들어보도록 합시다.
오리겐은 인간의 영의 선재설 (preexistence)을 가르쳤다. 이것은 하나님의 선택의 독단성을 설명하는 방법이었다. 하나님은 처음 세상을 창조하실 때 인간의 영들을 포함한 형체가 없는 수많은 영혼들을 창조하셨다. 태어나기 전에 그러한 영들은 자유의지의 결과로 하나님으로부터 돌아서게 되었고, 그에 상응하여 각 영들은 물질적 육체를 수여 받는다.31) 이런 설명은 마치 영지주의와 흡사하다. 선재한 영들은 자신들의 도덕적 선택에 따라 일시적인 정체를 부여받는다. 영의 선재설 개념은 16세기 이후 극적으로 말일예수그리스도교 (몰몬교)의 교리에서 다시 재발한다.
“그의 금욕적 삶과 교훈은 후에 수도사들이 그의 사상을 닮고 추구하곤 합니다. 이것으로 오리겐에 관한 이야기를 마쳤으면 합니다. 우리가 아직 교리를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교리적 문제가 나오면 저 역시 부담스럽습니다. ‘교부들’, 즉 ‘변증가들’에 대한 설명이 마친 후 교리를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역사적, 연대기적 사실들을 알고 난 후에야 교리적 설명에 들어가는 것이 여러분들의 이해를 돕는다고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어떤 분이 어떤 상황에서 그러한 말을 하게 되었는지를 아는 것이 교리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조금 쉬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라틴어를 사용하는 터툴리안과 키프리안에 대해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교수님, 부탁이 있습니다. 물론 말씀하신 대로 후에 ‘동일본질’에 관해 말씀해 주시겠지만 간략하게나마 지금 설명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고 채송화 씨가 묻는다. 미소를 조용히 지으시던 교수님은 “좋습니다. 간략하게 설명하겠습니다.”
“ '호모오시오스'라는 용어는 '동일본질', 즉 성부와 성자의 본질이 같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것은 철학적인 개념임에는 틀림없습니다. 264-268년경에 개최된 안디옥 종교회의에서는 이 단어가 영지주의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하여 정죄했습니다. 그렇지만 325년 니케아 범교회 종교회의에서는 ‘유사본질’(homoiousios [호모이오시오스])이라고 사용하는 것을 금하고 ‘동일본질’이란 용어를 정통으로 인정했습니다. ‘유사본질’ ‘동일본질’ 과의 사이에는 단순히 ‘i’(이오타)의 차이입니다. 하지만 그 의미는 대단히 다릅니다. ‘이오타’가 덧붙여지므로 성자 하나님이 성부 하나님을 닮았다고 표현됩니다. 이렇게 되면 그리스도의 신성이 무너지게 되는 셈이죠. 또 예수님을 단순히 도덕적 교사로만 인식하게 되고 모본자로만 인식하므로 인간종교로 기독교를 전락시키고 말 것입니다.”
“어때요? 채송화씨? 오히려 더 복잡해지죠? 제가 뭐라 하던가요. 차라리 설명을 듣지 않는 것이 좋을 듯 싶은데 말입니다. 하하하.” “교수님, 그런데 우리가 흔히 닮고자 하는 분으로 예수님을 여길 수 있잖아요? 그렇게 되면 신앙의 문제가 된다는 것이죠?”
“예 그렇습니다. 그렇게 보면 예수님은 단순히 한 인간에 불과합니다. 그렇게 되면 구원의 문제는 없는 것입니다. 한 인간이 어떻게 다른 인간을 구원할 수 있습니까? 인간은 모두 죄인인데 어떻게 자신도 구원 못하는 죄인이 다른 죄인을 구원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구원의 문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는 셈이죠. 기독교는 도덕종교에 불과하죠.”
라은성(국제신대원 역사신학, eunr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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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겐 작품의 '로마서 주석' 한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