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이 없는 신학’과 ‘신학이 없는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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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구 칼럼] 한국교회엔 칼빈주의가 필요하다

				▲정성구 한국칼빈주의연구원 원장, 대신대학교 총장
▲정성구 한국칼빈주의연구원 원장, 대신대학교 총장

오늘날은 신학이 학문의 여왕인 시대는 지나가 버렸다고 단정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신학은 실제로 인간 생활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신학이 잘못되었을 때 신앙이 잘못되고 인간 생활의 윤리적, 도덕적 표준이 없어지고 타락한 예는 얼마든지 있다. 많은 신학자들이 신학과 신앙은 서로 별개의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헬만 바빙크(H. Bavinck) 박사의 말과 같이 교회와 신앙, 신학과 신앙은 따로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기차가 앞으로 나아가려고 할 때는 불만 있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레일이 필요하다. 뜨거운 정열만 필요한 것이 아니고 체계적인 진리를 알아야 한다.

세속적 서양교회에선 이른바 ‘신앙이 없는 신학’이 문제라고 한다면, 아시아 같은 나라들엔 ‘신학이 없는 신앙’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올바른 신학이 없을 때 잘못된 신비주의 운동으로 흐르게 마련이다. 또한 신학은 신학자의 서재에만 있어서는 안된다. 철학자에게는 지식 자체가 목적이 될 수도 있겠지만 신학자에게는 신학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우리는 알기 위해서 신학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신앙에 활용하고 생활에 적용하기 위한 생명이 있는 신학을 배워야 할 것이다.

오늘날 자유주의 신학의 특색을 말해 본다면 ‘세속주의’와 ‘혼합주의’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세계교회가 연합운동과 선교운동에서 끈질기게 토론하며 발전시켜 온 것이기도 하다. 그 근거를 살펴 올라가면 리츨(Ritschl)의 영향을 받은 트뢰취(Ernst Troeltsch)가 기독교의 절대성을 부인하고 나오자 여기서 기독교 신학에 있어서 상대주의가 시작된다. 결국 종교복수주의(宗敎復數主義)가 나왔다. 저들은 기독교만이 절대종교가 아니라 다른 모든 종교도 결국 다 비슷하다는 결론에 이르고 말았다. 그래서 그 결과는 혼합주의를 공공연히 용납하게 된 것이다. 복음전파를 위한 방법론으로서 기독교와 다른 종교, 또는 기독교와 토착종교를 적당히 혼합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다시 이 사상은 대화의 사상, 즉 타종교와의 대화에서 다시 타사상과의 대화로 옮겨갔다. 이런 과정은 대부분 선교라는 이름 아래 이루어진 것이다. 이쯤되고 보면, 아무리 신학의 입장과 방법을 서로 이해한다고 해도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요14:6)하신 예수님의 절대진리를 송두리째 거부한 결과가 되고 만다. 사실 오늘날은 신학이란 말도 퍽 다양하게 쓰여진다. 몇개월만 신학잡지를 못본다면 새로운 신학이 탄생한 것을 까마득히 모를 때가 있다. 그러나 신학이 한낱 패션쇼와 같이 날마다 새로운 이론이 나타날 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 필자는 한국교회와 사회가 사는 길은 개혁주의 또는 칼빈주의 신학으로 돌아가야 된다고 말하고 싶다. 개혁신학으로 돌아가야 된다는 말은 결국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말이다. 요한 칼빈의 불후의 명작인 ‘기독교 강요’는 새로이 무슨 신학을 수립하려는 것보다 오직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사람들에게 주려고 했던 것 뿐이다. 칼빈주의 신학은 성경이 가는 데까지 가고 성경이 멈추는 데서 멈추는 것이다. 종교개혁은 교회의 개혁이기 전에 성경해석의 개혁이었다.

중세의 스콜라주의 철학사상을 배격하고 이원론 사상과 인간 이성을 하나님의 말씀보다 더 섬기는 사상을 거부하고 성경만이 신앙과 생활의 유일한 원칙이며 그 성경은 영원히 불변하는 하나님의 말씀인 것을 주장했다. 그러므로 영원불변하신 하나님의 말씀 위에다 신학의 기초를 두어야 한다. 우리가 칼빈 혹은 칼빈주의 신학노선을 따르는 것은 칼빈의 인격이나 그의 사상이 우수해서가 아니고 칼빈신학에 있어서 성경에 대한 충실성 때문이다.

그리고 칼빈주의 신학의 또 다른 원칙은 계시의존사상의 필요성이다. 인간의 자력과 자율로서는 하나님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고전 1:20~21). 자율주의는 하나님을 절대적인 하나님으로 믿지 않는 동시에 하나님을 무시하고 나아가는 사상이다. 이런 사색은 첫걸음부터 잘못이기 때문에 끝끝내 하나님을 만나지 못할 것이다. 성경이 가르치는 종교는 바로 초자연적인 종교로서 하나님께서만이 절대적 주권자이심을 증거한다.

또한, 필자가 바라는 것은 한국 장로교회에 모름지기 문자 그대로 칼빈주의 신학이 정립되어야겠다는 것이다. 신앙은 정통이라 하지만 생활과 너무나 동떨어진 이원론적인 사고방식은 빨리 시정되어야겠고, 스콜라주의 사상도 속히 정리가 되어야 된다. 칼빈주의 신학이 바로 ‘하나님 앞’에 선 신학이라면 그 생활도 하나님 앞에 선 것이라야 될 것이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산다는 것은 우리의 생 전체를 하나님께 드려야 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은 우리의 삶의 전영역에 계신다는 칼빈주의 사상의 영역주권 사상을 인정해 모든 사람들이 각기 자기 분야에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 되겠다. 하루 빨리 역사적 칼빈주의 신학과 삶을 이 땅에 뿌리내리도록 힘써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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