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명 쓴 설립자 등은 대법원 승소 뒤에도 학교 못 돌아와
기독교 정신으로 설립된 경인여자대학교가 설립자와 전 학장에게 씌어진 누명 때문에 6년이 넘도록 내홍을 앓고 있다.
지난 2000년 수십억원의 공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고발돼 쫓겨났던 경인여대 설립자 백창기(70) 씨와 당시 학장 김길자(여, 64) 씨는 6년 간의 법정 투쟁 끝에 지난달 2일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백 설립자와 김 전 학장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다시 재판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 보냈다.
그리고 2000년 당시 백 설립자와 김 전 학장을 쫓아낸 경인여대 교수 6명에 대해서는 업무방해, 폭력, 명예훼손죄를 적용, 유죄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이들 6명이) 대학과 재단의 경영진이 공금을 빼돌려 축재를 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유포해 학생을 선동하고 이를 통해 설립자를 몰아낸 뒤 경영권을 장악한 것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설립자와 전 학장은 비리의혹으로 고발돼 학교에서 쫓겨났는데 대법원 유죄 판결을 받은 6명의 교수는 아직도 버젓이 학교에 남아 있는 상태다. 설립자 등은 최근 교육부에 “이사회 구성권을 돌려 달라”는 공문을 보냈으나 교육부는 현 교수진과 교육부 중심으로 이사회를 구성하겠다는 입장을 두 사람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는 와중에 학교의 기독교 이념은 완전히 짓밟히고 있다. 경인여대는 사건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채플을 드리는 것은 물론이고 교내에 기념교회를 두고 매주 학생들과 함께 예배를 드려왔다. 특히 기념교회는 학생이나 교직원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에게까지 개방돼 있어 지역사회에 복음을 전하는 매개체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학내 분규 발생 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관선이사들이 파견되면서 이같은 전통이 무너졌다. 관선이사들은 기념교회의 담임 J목사를 재임용 탈락시켜 대학에서 내쫓고, 예배를 드릴 수 없도록 교회를 폐쇄시키기까지 했다. 기념교회 교인 1백여명은 지금까지도 예배처가 없어 ‘떠돌이 교인’이 된 상황.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경인여대 한 곳만이 아닐 뿐더러, 7월 1일부터 시행된 개정 사학법으로 인해 유사한 피해 사례가 급격히 늘어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미 미션스쿨인 대구의 K대에서도 관선이사들이 학교 설립이념 중 ‘기독교 정신’이라는 글귀를 삭제한 바도 있다.
경인여대 정상화추진위원회 위원장 이지환 교수(사학설립자 비상대책협의회 집행위원장)는 “개정사학법엔 학내 분규가 발생하면 이사회 임원 승인이 취소되고 국가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관선이사를 파송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며 “개정 사학법은 개방형 이사들이 학내에 들어와 분쟁을 발생시킴으로써 이사 승인 취소와 관선이사 파견을 매우 쉽게 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