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전시회 개막… 해외서 가족과 작가들도 입국
“내가 죽거든 한국땅에 묻어 주시오. 내가 도와주던 소년 소녀들과 불쌍한 사람들을 맡아 주시오.”
국립묘지 묘비에 새겨져 있는 그의 유언처럼 스코필드 박사는 1916년 한국땅을 밟은 이후 죽을 때까지 한국과 한국인을 사랑했던 독립운동가이자 선교사였다. 그런 스코필드 박사를 기리기 위해 그의 고국 캐나다에 사는 한인동포 학생들이 그린 그림들을 중심으로 한 추모전시회가 서울 신설동 진흥아트홀에서 10일부터 일주일간 열리고 있다.
작품을 출품한 43명의 학생들은 토론토 원아트 미술학원 재학생과 이 학원 출신자로 구성됐다. 추상과 풍경으로 이루어진 작품들은 제목부터 ‘꽃향기와 삶이 같다는 것을 심어 주셨습니다’, ‘아름다운 불꽃의 향을 뿜어 주셨습니다’, ‘사랑합니다, 스코필드 박사님…’처럼 고인에 대한 애정이 물씬 풍겨난다.
이들 중 몇은 가족들과 함께 한국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믿음, 소망, 사랑’이라는 작품을 출품하고 10일 열린 기념행사의 사회를 맡은 황은빈 학생(17)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박사님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외국인이면서도 한국의 독립을 위해 열심히 일하셨다는 사실이 새로웠고 감명 깊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기념행사에는 박사가 해방 후 한국으로 돌아와 일했던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진들과 제자들, 그리고 주한 캐나다 대사관 직원 등 각계에서 7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박사의 수양 손녀딸인 최춘자 할머니(62)도 참석, 잘 알려지지 않은 박사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최 할머니는 “할아버지는 1960년 문화훈장을 받으실 때 겨울인데 여름 양복에 내의도 없어 신문지로 몸을 둘둘 말아서 가셨어요”라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최 할머니는 “가진 돈이 있거나 월급을 받으면 늘 봉은양육원에 갖다주거나 어려운 사람들이 찾아올 때 다 주셨다”고 박사를 회고했다.
최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고국인 캐나다에서 동포들이 할아버지를 추모하기 위해 나섰는데 정작 한국에서는 할아버지에 대한 관심이 덜한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이번 전시회 수익금은 캐나다 토론토에 스코필드 박사 동상을 건립하는 데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