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만들다 보니 주님 십자가 묵상하게 되요

2천년 전 예수님이 달려 돌아가신 십자가는 기독교의 상징이 되었다. 그래서 교회 첨탑과 강대상은 물론이고 목걸이나 귀걸이에도 등장하는 십자가는 더이상 2천년 전처럼 거리끼는 것이 아닌 ‘히트상품’이 되었다. 하지만 그만큼 십자가에 대한 뜨거운 감동이 덜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경동교회 50주년 기념관에 위치한 경동갤러리에서 박형만 김효정 부부의 ‘십자가 이야기’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6일까지 전시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성도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에 의해 이달말인 27일까지로 전시 기간이 연장되었다. 3년동안 16번이나 개최한 이들의 ‘십자가 이야기’는 무슨 사연이 있을까?
-못 박는 아내
“늦은 나이에 예수님을 믿게 되었어요. 하지만 교회를 다녀도 계속되는 방황과 어려움은 끊이질 않았죠. 자살하고픈 마음이 들 정도로 우울한 나날이 계속됐어요.” 아내 김효정 씨의 말이다. “그런 중에 주님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느끼고 싶어져서 나무판에 십자가 모양으로 못을 박기 시작했습니다.”
왜 하필 못을 박게 됐을까? “못을 박으면 갈라디아서 말씀처럼 저의 정과 욕심도 십자가 못에 박힐 거라는 믿음으로 하게 됐어요.” 인테리어 업종에 종사하는 그녀에게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전국에 있는 십자가의 색과 모양이 다 똑같잖아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십자가들이 내부 인테리어를 하면 썩 어울리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어요.”
못 박힌 십자가는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 만들기는 꽤 어렵다. “힘 조절을 잘못하면 안 되거든요. 너무 강하거나 약하게 힘을 주고 박으면 나무가 쪼개져 버립니다. 최대한 정과 욕심을 내려놓고 주님이 주신 힘으로만 하려고 할 때 작품이 완성됩니다.” 김 씨는 못을 박으면서 인대가 늘어났다.
김 씨는 못을 박으면서 무엇을 느낄까? “보혈의 능력을 많이 체험합니다. 못을 박을 때는 사탄이 주는 마음이 잘 생기지 않고, 예수님의 시험을 깊이 묵상하게 되거든요. 그리고 이 십자가를 받을 분을 위해 중보기도를 하면서 못을 박습니다.” 그녀가 지인들에게 나눠주던 십자가는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주문 판매도 하고 있다.
석달 전 김 씨는 큰 사고를 겪었다. 지방에서 인테리어를 마치고 올라오던 중 3중 추돌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차가 폐차될 만큼 큰 사고였지만, 그녀는 털끝 하나 상하지 않는 기적을 경험했다. “사고 이후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을 내려놓게 되었어요. 그리고 어디로 보내시든 순종하는 마음을 갖게 됐어요.”
그녀는 자신을 문화 사역자라고 생각한다.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는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야 합니다. 설교로만 복음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체험적 간증을 통한 문화 사역을 적극 육성해야 합니다.”
-말씀 쓰는 남편
김 씨가 못을 박아 놓은 곳 밑에는 깨알같은 글씨로 성경 구절들이 적혀 있다. 이것은 남편 박형만 씨의 몫이다. “부부가 공동으로 작품을 하기도 쉽지 않지만, 자비량으로 16회나 전시할 수 있었던 것도 주님의 은혜죠.” 남편이 성경을 적을 때는 고도의 집중을 요하기에 모든 집안일은 아내의 몫이다. “친밀감 없이, 서로 깊이 신뢰하지 않고는 힘들죠.”
못 박힌 십자가와 별도로 나무토막에 성경을 필사한 것도 꽤 많다. 벌써 신구약을 합쳐 80여 작품을 각기 다른 디자인으로 만들었다. “성경공부를 시작하면서 정독하려고 이 작업을 시작했어요.” 줄을 긋고 성경을 쓰고 다시 그어놓은 줄을 지우는 반복적 작업이다. “새벽 제단을 쌓으면서 기도로 만든 작품입니다. 새벽기도를 통해 성령께서 각기 다른 디자인으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지혜를 주시죠.” 기도하면서 정성을 다해 만든 작품답게 아직 한번도 글씨를 틀려본 적이 없다고 한다.
전시된 작품을 보면 마태복음, 로마서, 히브리서, 이사야 등 모든 작품이 각기 디자인이 틀리다. 가장 많이 쓴 작품은 가장 좋아한다는 로마서 8장이다. 창세기는 커다랗고 두꺼운 나무토막에 가득 적었다. 가장 긴 시편은 과연 어떻게 쓸까? “아직 쓰지 않았지만 디자인은 이미 생각해 놓았어요(웃음).”
신약은 이미 다 썼고, 구약도 창세기, 소선지서 등은 완성한 상태. 2년 정도 후면 다 쓸 것 같다고 한다. “다 쓰고 나면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크리스천 북카페를 만드는 것이 저희 비전이에요.” 기독교인들이 갈 곳이 없는 것을 안타까이 여기고, 그곳을 성도간의 교제 장소나 목회자들의 영적인 쉼터로, 교계 기자회견 등을 할 수 있는 만남의 장소를 만들고 싶다고 부부는 밝혔다.
부부는 함께 작품을 하면서 무엇을 느꼈을까? “십자가를 만들면서 은혜 속에 살다 보니 주님이 지키시는지 좋은 믿음의 동역자들을 많이 보내 주시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성령 충만함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주님의 음성을 놓쳐서 실수하지 않으려고요.”
부부는 십자가를 만들면서 십자가를 깊이 묵상하고 체험한 것 같았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히실 때 부활을 바라보시고 기꺼이 못박히신 것처럼 저희도 세상 권세를 이기는 부활을 알기에 십자가의 삶을 참고 견디며 이 일을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보혈의 능력을 체험했기에 중보기도를 할 수 있는 힘도 나오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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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을 박은 십자가와 그 주위에 말씀을 적어 놓은 부부의 공동 작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