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뮤지션들의 향연… 그들만의 오케스트라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제1회 ‘CMF 영뮤지션데이’

				▲영뮤지션데이에 출연한 한 팀이 연주를 펼쳐보이고 있다. ⓒ송경호 기자
▲영뮤지션데이에 출연한 한 팀이 연주를 펼쳐보이고 있다. ⓒ송경호 기자

드럼과 건반, 그리고 베이스, 일렉 기타……. 여기에 양념처럼 곁들여진 퍼커션과 색소폰까지.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들에게 이제 필요한 건, 영혼을 담아 환상의 선율을 만들어 줄 손이다. 잠시 후 연주는 시작됐고 온 몸은 바싹 긴장했다. 연주가 끝을 향해 달려갈수록 손에는 땀이, 가슴에는 뜨거운 기운이 더해져 간다. 연주가 끝나고 연주자들이 객석을 향해 고개를 들면, 환호와 함께 작은 오케스트라의 무대는 막을 내린다.

제1회 ‘CMF 영뮤지션데이’가 16일 밤 서울 은현교회(담임 최은성 목사)에서 열렸다. 크리스천 뮤지션들의 축제, 그 중에서도 최고의 뮤지션을 꿈꾸는 젊은 신인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자신들의 실력을 유감없이 쏟아낸 자리였다. 지난 5월 접수가 시작된 후 지금까지 총 세 차례의 예선을 거치며 치열한 관문을 통과한 6개 팀이 이날 최종 무대에 서는 영예를 안았다.

신인답지 않은 신인들이었다. 서로 눈을 맞추며 호흡을 조절하는 모습에선 노련함까지 느껴졌다. 테크닉과 열정, 음악성에 더해진 영성이 1백점의 연주를 만들어낸다고 했을 때, 이날 그들의 연주에 90점을 준다면 너무 후한 것일까? 다소 농담 섞인 말이긴 했지만 사회자였던 베이시스트 이병걸 씨도 “이들의 연주를 듣고 그 때부터 다시 연습하기 시작했다”며 감탄했을 정도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아니, ‘꼭 우열을 가려야만 하나’ 하는 의문도 들었다. 그래서 심사위원단들은 수상자들을 발표하면서도 “모두 최고였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 그들을 소개한다.

A&B(After & Before, 은상)

이날 첫 테잎을 끊은 팀이다. 그만큼 부담도 컸을텐데…. 첫 대회 첫번째 출연팀이라 주최측도 관객들도 모두 기대하는 눈치였다. 이 팀이 어떻게 연주 하느냐가 이날 대회를, 그리고 앞으로 ‘CMF 영뮤지션데이’의 수준을 결정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출연하는 모든 팀들은 찬송가를 편곡한 곡과 새로운 창작곡 하나씩을 선보여야 한다.

두 곡의 연주가 모두 끝났다. 첫 팀에 걸었던 기대는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 소리가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깔끔한 연주에 돋보였던 드러머의 퍼포먼스. 연주 중간에도 몇 번의 박수 소리가 터져나왔을만큼 A&B는 멋진 연주를 해냈다. 기타로 가야금 소리를 내며 국악과의 퓨전을 시도한 기타리스트의 연주도 신선했다. 그는 ‘오늘의 기타 플레이어’로 선정됐다.

버닝핸즈(Burning Hands, 금상)

현역 해군 두 명과 해군 출신 직장인 한 명이 전우애로 뭉쳤다. 두 명은 휴가를 내 이날 무대에 섰다. 군인이라 예선에 직접 참가할 수 없어 비디오 심사를 거치는 핸티캡을 안았지만 ‘독특한’ 연주로 이날 무대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

찬송가 ‘죄 짐 맡은 우리 구주’를 경쾌하면서도 빠른 비트로 요리하더니 두번째 창작곡 ‘발화점(發火點)’에서 비로소 그들만의 ‘독특함’을 보여줬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군인정신’으로 가득한 연주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쉴새없이 내달렸다. 베이스 기타의 줄을 오가는 손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였고, 건반 또한 정신없이 울려댔다. 가장 눈에 띈 건 드럼. 드러머의 온 몸을 던진 연주가 좌중을 압도했고, 끝내 ‘오늘의 드럼 플레이어’를 거머쥐고야 말았다.

홀리원(Holy One, 대상)

일단 멤버 구성과 무대에 등장할 때의 호응에 있어서 가장 눈길을 끈 팀이 바로 이 팀이었다. 6개 출연팀 중 유일하게 드러머가 여성이었고, 또 처음으로 세 명의 보컬까지 등장했다. ‘초호화 군단’이었던 만큼 짜임새 있는 연주와 멤버들 간의 호흡이 관건. 결론은 이날 최고의 상인 대상이 그들의 연주를 입증했다.

원래 이 대회는 보컬이 없는 순수연주음악을 원칙으로 하지만, 심사위원들의 판단하에 연주를 위한 악기의 하나로 사람의 목소리를 사용하는 것은 가능했다. 홀리원은 바로 그 보컬을 훌륭한 악기로 멋지게 소화해냈다. 튀지 않으면서도 악기들과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베이시스트였던 이요한 씨는 “3개월 전부터 홍대 한 클럽에서 연습했다”며 “서로 경쟁하는 대회이기 보다는 서로가 가진 달란트를 하나님을 위해 펼쳐보이는 뮤지션들만의 축제의 자리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많은 뮤지션들이 기쁜 마음으로 이 대회에 참여하고 또한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대회 이모저모

‘CMF 영뮤지션데이’는 재능있는 신인 뮤지션들을 발굴하고, 이를 통해 기독교 문화의 발전을 꾀하고자 마련됐다. 권낙주, 이병걸 씨 등 뜻있는 크리스천 뮤지션들이 지난 1998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CMF(Christian Musician Festival)를 열어오다 올해 처음으로 영뮤지션데이를 기획하게 된 것이다.

첫 대회였지만 규모나 수준 면에 있어서 심혈을 기울인 모습이 역력했다. ‘오늘의 플레이어’ 상을 마련해 건반, 베이스 기타 등을 부상으로 내걸었고, 입상한 팀들에게도 상당한 액수의 상금을 수여했다. 무엇보다 세 번의 예선을 치르며 실력있는 팀들을 선발해 대회의 수준을 끌어올린 것이 가장 큰 성과였다. 대상과 금상을 차지한 팀들은 오는 27, 28일 서울 건국대학교 새천년기념관에서 열리는 ‘2006 CMF’ 무대에 올라 프로 뮤지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CMF 운영위원회 한 관계자는 “앞으로 이 대회가 명실상부 신인 크리스천 뮤지션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게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대상을 차지한 ‘홀리원’이 수상 후 기뻐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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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가 모두 끝나고 출연팀들이 한 자리에 모여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송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