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잘하는 방법’ 남의 설교를 복사하지 말라(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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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한일장신대 정장복 총장의 설교 코멘트

				▲정장복 총장(한일장신대학교)
▲정장복 총장(한일장신대학교)

설교란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매일 받아먹었던 만나로 비유된다. 그때의 만나는 어제의 것을 오늘 다시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만나는 안식일을 제외한 모든 날들 동안 그날 받아 그날 먹어야 했던 가장 신선한 양식이었다. 생각하면 오늘의 설교도 언제나 신선한 만나와 같은 양식으로 회중의 심령에 넣어주어야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므로 설교자는 한 주간 내내 말씀의 전달 때문에 하나님 앞에 나아가 몸부림을 치면서 메시지를 받고, 그 말씀의 깊은 뜻을 헤아리기에 자신의 시간을 아낌없이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그 말씀에 먼저 용해되는 감격을 경험하고 난 후에 회중 앞에 서서 그 감격의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교회에서는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하나의 이변이 발생하고 있다. 그것은 설교집이 당연한 경쟁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는 점이다. 그 목적이 뚜렷하지 않다. “나는 이렇게 설교를 했다”는 자랑인지, 아니면 단순히 자신의 설교를 기록하여 교인들에게 다시 읽도록 하는 목적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그러나 두 가지의 뜻하지 않은 부작용을 수반하는 경우를 본다.

하나는 동역자된 설교자들이 그 설교문을 그대로 복사하여 강단에 들고 나서는 부끄러운 죄를 유발하는 것이고, 둘째는 자신이 펴낸 설교를 교인들이 읽고 난 후 어느 때인가 “목사님은 지난번 했던 설교들을 다시 재탕하십니다.”하면서 새로운 실망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필자는 후자보다는 전자의 사건에 더욱 깊은 두려움을 가져 본다. 자신이 먹이고 이끄는 양들을 위하여서 목자는 더 좋은 꼴을 찾아 헤매는 수고를 해야 함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러한 땀흘림이 없이 다른 목자가 이미 먹여버린 것을 가져다가 자신의 것인 양 내 양들을 먹여도 되는 것인지를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런 행위가 습관화되는 날 찾아오는 결과는 참으로 비참한 것들이다. 그것은 자신의 설교 능력이 급격히 저하되어 그 회복이 너무 어려운 지경에 이른다는 사실이며, 또 하나는 회중이 다른 곳에서 듣거나 동일한 설교집을 읽은 경우 조금의 동정도 없이 경멸의 시선을 자신에게 보내게 된다는 사실에 깊이 유의해야 한다.

현대를 사는 설교자가 분명하게 알아야 할 것은 교회마다 그들의 환경과 수준과 신앙의 특수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만을 위하여 필요한 양식이 요구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결코 남의 설교를 복사하여 그대로 먹일 수 없는 자신들의 양들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삯꾼이 된 목자는 그 이마에서 땀 흘리기를 거부하고 쉽고 편한 곁길을 즐겨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참 목자는 눈물과 땀을, 때로는 피까지 흘리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양들의 먹이를 찾아 먹인다.

홍수처럼 쏟아진 설교집이 오늘의 설교 사역에 에덴동산의 과일처럼 설교자들에게는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 되고 있다. 특별히 자신이 설교하려는 본문과 주제를 결정한 후에 설교자의 손이 서서히 남의 설교집을 만지고 그 눈길이 거기에 머물려는 유혹은 참으로 곤혹스러운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참된 설교자는 거기서 과감한 결단을 내리면서 야곱처럼 자신의 환도뼈가 상하더라도 하나님을 붙들고 내 양들이 살찔 수 있는 양식을 달라고 매달리면서 펜을 잡고 자신의 설교 원고에 받아쓰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

본회퍼가 조국에 돌아가 히틀러의 칼날을 피하여 지하의 신학교에서 설교학 교수로서 열강을 토하면서 남긴 말이 새삼스럽게 한국의 설교자들을 향하고 있다.

“설교는 성육신하신 그리스도 그 자신이다. ……말씀으로서 회중 가운데를 걷고 있는 그리스도 그 자신이다.”

그렇다. 자신의 간절하고 진지한 기도와 땀흘린 준비 가운데서 그리스도가 나에게 맡겨진 회중에게 오셔서 그 가운데 걷도록 해드리는 것이 오늘 한국 강단의 지키는 설교자의 진정한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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