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복음 전도자 양성하는 한국성서대학교 ‘강우정 총장’
“하나님 잘 믿으면서 살면 되지, 꼭 이렇게 살아야 해? 난 꼭 여기를 떠날거야.” “나도. 아버지 일은 다른 훌륭한 분이 이어가면 돼. 난 절대 이어받지 않을거야.” “나도 절대 안해. 난 미국에 가서 살거야.”
“모세도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다섯 차례나 도망쳤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도망쳐봐야 하나님이 결단하시면 소용이 없습니다. 바로 제 자신을 통해, 그리고 저희 남매를 통해 저는 누구보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성서대학교 설립자인 아버지 강태국 목사의 사명을 묵묵히 이어가고 있는 아들 강우정 총장(67). 미국에서 소위 잘 나가던 언론인으로 활동하던 그가 아버지의 평생 기도의 제목이었던 ‘복음 전도자 양성’을 위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이사장’과 ‘총장’이라는 높은 지위, 명예의 자리였지만, 그에게는 아버지가 지고 가셨던 십자가를 이어 지고 가는 십자가의 자리였다.
한국성서대학은 6.25 직후인 1952년 당시 새문안교회에서 시무하던 강태국 목사가 ‘민족을 위한 영적 지도자 양성’이란 목적으로 설립한 학교이다. 55년에 4년제 각종 학교로 인가를 받은 뒤 76년 상계동으로 이전, 83년 한국성서신학교, 96년에 한국성서대학교로 개편돼 오늘에까지 이르고 있다.
“저의 남매 모두를 학교로 이끄셨습니다”
“사실 저는 한국성서대학교에 관한 한 어떻게 보면 역사의 산 증인입니다. 이 학교가 새문안교회에서 개교할 때 저는 아버지와 함께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저는 성서대학의 뜰에서, 더 정확히 말하면 성서대학의 수위실에서 제 어린 시절과 학창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이 시기의 저의 추억과 기억 속에는 성서대학이 이모저모로 점철돼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이유도 저의 총장 취임을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이 시간, 이 위대한 하나님의 선지학교에 감히 총장으로 취임하는 근거는 ‘하나님의 부르심’이라는 확신보다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그가 어린 시절을 회상할 때마다, 그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침 6시마다 드리던 가정예배였다. 그 때마다 그의 가족들은 복음 교육을 위해 꼭 필요한 ‘한국성서학원’의 시작과 발전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그의 아버지의 계획은 이러했다. 당시 인구의 대부분이 살고 있던 농촌을 먼저 복음화시키기 위해 ‘성경서당’을 곳곳에 건설한다. 여기서 성경과 농사법 등을 함께 가르칠 수 있는 청년들을 양성하기 위해 각 도에 한 개씩 ‘농민 복음학교’를 만든다. 그리고 이 복음학교에서 청년들을 가르칠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중앙인 서울에 성서학원을 세운다. 그리고 바로 이 성서학원이 나중에 한국성서대학교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사역이 그리 쉬운 길은 아니었다. 고난과 배고픔의 길의 연속이었다. 1974년에는 학교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원조는 중단되고 교수와 학생들은 줄어들었다. 그의 아버지는 설상가상격으로 학교 부지를 사려다 사기까지 당했다. 끝내 채권자들에 의해 학교의 모든 집기가 다 끌려나오고, 학교의 문은 닫히고 말았다.
이때 학교를 다시 일으킨 사람은 놀랍게도 그의 형, 강희정이었다. 그리고 이 일은 그의 형제들이 아버지의 사역에 참여하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학교를 위해 20년간 헌신하셨던 강희정 학장이 1996년에 갑작스럽게 돌아가시자, 자형 김호식 박사가 성서대학 학장과 총장을 맡게 되었다. 이는 그의 누이도 결국 학교로 돌아온 셈이었다. 또한 그도 형님의 죽음을 계기로, 학교 일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학생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학교가 아니다”
“성서대의 목적은 오로지 ‘복음의 일꾼’을 기르는 것이고 우리가 내세울 것도 오로지 ‘성서에 입각한 복음 교육’입니다. 각자 전문분야에 나가 자비량으로 전도하는 하나님의 사람을 훈련시키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한국성서대학교는 입학한 학생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학교가 아니다. 즉, 복음을 직접 전하기 위한 학교가 아니다. 그야말로 복음을 전할 사람을 기르는 학교이다. 강우정 총장은 한국성서대학교를 ‘복음사관학교’라고 정의한다. 복음 전도자를 양성하기 위한 학교이다. 학생들을 4년 동안 훈련을 시켜서 각계각층에 내보낸다. 학생들로 복음의 소명을 가지게 하고, 졸업한 후에는 자신의 영역과 분야에서 복음을 전하게 한다.
이를 위해 성서대는 학생들에게 엄격하고 철저한 신앙훈련을 시키고 있다. 학생들은 4년 동안 매일 예배를 드려야 한다. 성경일독 훈련, 길거리 전도 등은 학생들에게 자극을 주기 위한 엄포가 아니다. 모든 학생들은 성경과목을 3학년까지 필수로 공부해야 하고, 예배를 통해 매일 성경을 읽는 법을 익힌다.
또 한가지 성서대가 자랑하는 신앙훈련은 노동의 가치를 배우는 ‘밀알훈련’이다. 학생들은 1주일 동안 합숙하면서, 농사일을 하고 산에 나무를 심으며 육체와 영성 훈련을 동시에 받는다. 새벽 6시에 일어나 밤 10시까지 식사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두 노동시간이다. 가파른 산길을 5시간 동안 쉬지 않고 올라가야 하는 등반훈련도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밀알훈련은 성서대만의 독특한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자연의 섭리를 깨닫고 땀의 가치를 발견하며, 섬김과 나눔의 소중함을 배우는 훈련입니다. 노동은 깊은 깨달음을 주는 교과서입니다. 떨어지는 땀방울 속에서 생명에 대한 감사, 십자가의 고통, 봉사의 아름다움을 배울 수 있습니다.”
▲한국성서대학교 강우정 총장ⓒ한국성서대학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