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관계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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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의 싱글생글 데이트 칼럼 1

				▲Single생글 데이트스쿨 이정현 대표
▲Single생글 데이트스쿨 이정현 대표

“지방에서 직장생활하는 남자친구가 가끔 서울 출장을 와서 갑자기 전화해 만나자고 할 때가 많아요. 당연히 저도 함께하고 싶은데, 저는 저녁마다 헬스클럽에서 다이어트하고, 목요일 저녁은 제자훈련, 금요일 저녁은 기도회, 주일에는 청년부에서 맡겨진 직분을 행하기에도 힘이 드는 빡빡한 삶을 살고 있거든요….”

일반적으로 자매들은 형제들의 일방적인 만남 요청에 당황할 때가 많은데, 형제들은 그 속사정은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만나자고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자기를 만나기 위해 일부러 출장을 자원해서 서울까지 왔는데 만나주면 안 되냐? 계획을 조금만 변경하면 되잖아. 연인끼리 그 정도는 할 수 있는 거 아냐?”

자매는 그의 요청을 거절할 수가 없어서 처음 몇 번은 다른 약속을 깨고 만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주위 친구들이나 청년부에 믿음을 주지 못하게 되고, 또한 자기가 즐겨하던 운동을 규칙적으로 못하면서 생활의 리듬도 깨지게 된다. 물론 남자친구를 위해서는 이 정도는 희생해도 괜찮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중요한 건 그와의 관계에서 멀어지지 않는 거니까.

하지만 회사 업무로 인해 가끔 본의 아니게 약속시간에 늦을 때도 상대 남자는 그것을 이해 못한다면. 그리고 이것이 반복되면서 관계가 점점 힘들어진다면….

경계(바운더리)를 설정하는 것

행동에는 결과가 뒤따른다. 우리가 정겹고 책임감 있게 행동할 때 사람들은 우리에게 친밀히 다가온다. 우리가 무정하고 무책임하게 행동할 때 사람들은 감정의 문을 닫거나, 피하거나, 점차 관계를 정리함으로써 우리에게서 멀어진다.

남자친구는 자기 입장과 여건의 어려움을 이유로 자매가 자기 계획에 맞추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자기중심적 생각’으로 일관하고 있다. 또한 상대의 기분과 감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기분대로 행동하다가 생긴 둘 사이의 불협화음의 책임을 오히려 자매에게 전가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에는 자매가 문제를 가진 사람(남자친구)에게 그의 행동이 어떤 식으로 아프게 하는지 말하고(자매의 경계를 어떻게 침범했는지를 알려주기), 그 행동을 제한하는 것(스스로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하는 것을 ‘자기의 경계(boundaries)를 설정한다’고 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이 표현하는 것이 경계를 세우는 방법이 될 것이다.

“나는 당신과 함께하는 시간이 좋아. 그리고 보고 싶었고. 그런데 갑자기 전화해서 만나자고 할 때 선약이 있으면 당황하게 돼요. 그래서 가능하면 서울로 출장 올 때는 미리 알려주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만나고 싶어도 못 만날 수도 있어요. 양해해 줘요.”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 할까 하겠지만, 어느 날 미리 알려주지 않고 출장 와서 만나자고 했는데 자매가 선약이 있어서 만날 수가 없다고 하면 그는 외로움, 허전함 속에서 당황하게 된다. 즉 자기 책임(미리 연락해야 하는 상대에 대한 배려의 의무)을 등한히 한 데 따르는 결과(외로움, 허전함, 당황 등)를 맛보게 된다. 그러면 처음에는 자매를 원망하는 마음이 있겠지만, 차츰 그녀와 만나기 위해서는 미리 연락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식을 갖게 되고, 스스로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 자매는 자신의 생활 리듬이 깨지지 않도록 조절도 가능하고, 친구들에 대한 신용도 유지할 수 있다.

상대가 경계를 자꾸 무너뜨린다면

“일부러 늦은 것도 아닌데 화를 내면 관계가 힘들어져요. 늦은 사람의 입장과 상황을 배려해 주면 좋겠어요. 계속 이런 것이 반복된다면 관계를 계속 지속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남자가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화내는 것을 그대로 놔두면 그는 그것을 습관적으로 반복하게 되고 자매는 점점 힘들어진다. 위에서 말한 경계를 설정해 놓았는데도 그가 화를 낸다면 데이트를 그만 두고 집으로 가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이 경우 대개의 남자들은 자매의 행동이 괘씸하고 불쾌하다고 생각해서 관계를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기가 잘못했다고 느끼게 되고 자매에게 용서를 빌게 된다. 왜냐하면 자매는 자신의 느낌과 생각과 의견을 정확하게 합리적으로 상대에게 말했고, 또한 그에 따라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사랑은 변함없지만, 그의 성숙하지 못하고 비신사적인 행동과 말에는 단호하게 대처했기 때문이다.

만약 위와 같이 경계를 세우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데,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계속 자매에게 강요하거나 화를 내는 남자친구라면 당장은 아프겠지만 헤어지는 것이 좋다. 그는 아직 정서적으로나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상태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경계를 잘 설정하면 상대는 성장하게 된다. 그는 자기의 책임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고, 상대를 배려해서 말하고 행동하게 된다. 데이트는 긴밀하고 장기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서로의 말과 행동을 통해 서로 깊은 영향을 미친다. “사람은 언제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입힌다”는 옛말이 있다. 상대에게 경계를 설정하고 유지하는 것은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만, 당신의 문제는 해결하고 가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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