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님은 모르는 청년부 블로그 2.0

이민애 기자  malee@chtoday.co.kr   |  

블로그 전성기, 수만 개 육박

				▲네이버에 개설된 한 교회의 찬양대 카페. 회원수가 4천4백명이 넘는다.
▲네이버에 개설된 한 교회의 찬양대 카페. 회원수가 4천4백명이 넘는다.

‘교회 홈페이지를 구축하자’는 구호는 이제 촌스런 말이다. 홈페이지는 이미 웹 상에서의 교회 간판과 같은 격이고 웬만한 교회는 다 갖추고 있다. 그러나 교회의 젊은 세대 대학부·청년부·중고등부는 교회 홈페이지와 ‘따로’ 움직인다. 이들의 주요 활동공간은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카페, 블로그, 혹은 UCC(User Created Contents) 전용공간 등이다.

사이버 공간은 거대 공급자들이 주도하던 웹1.0 시대에서 네티즌들이 정보를 직접 생산·유통하는 웹2.0 시대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보면 웹1.0은 지금까지 전 세계를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했던 홈페이지 정도고, 웹2.0은 네티즌들이 능동적으로 사이버 공간을 생성·활용·편집할 수 있는 카페·블로그·UCC 전용사이트 등이다.

웹2.0 시대

웹2.0의 가장 큰 특징은 ‘참여, 공유, 개방’에 기반한 활발한 지식교류다. 이런 특징은 요즘 대형 포털사이트들이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블로그2.0’ 시리즈들에서 더욱 확실해진다. 지금까지 일반적 홈페이지에서 네티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이미 만들어진 웹페이지의 열람과 게시판 글쓰기 정도였다. 카페, 블로그는 한층 더 자유로이 공간을 생성·활용할 수 있었지만, 출시를 앞두고 있는 2.0 시리즈들은 네티즌이 자유자재로 웹페이지를 구성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지금까지의 카페·블로그가 ‘아파트형’ 구조였다면, 이번에 출시될 것들은 개성이 넘치는 ‘단독주택형’ 구조다.

이같은 카페, 블로그들의 가장 큰 매력은 복잡한 과정이나 기술 없이도 클릭 한번으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빠른 속도를 추구하는 네티즌들의 욕구를 더할 나위 없이 충족시킨다. 또 하나의 매력은 접근성이 높다는 것이다. 기존의 홈페이지가 ‘가입회원’이 되어야 하는 수직적 구조인 데 비해, 카페·블로그는 ‘1촌’ ‘어깨동무’ 등의 장치로 집단과 집단·집단과 개인·개인과 개인이 수평적 관계를 맺을 수 있게 한다. 이 역시 정보의 평등화를 기치로 삼는 네티즌이나 젊은이들의 코드와 딱 맞아 떨어진다.

기독교 관련 사이트들도 마찬가지로 이 흐름을 타고 있다. 교회 홈페이지가 있어도 활동이 변화무쌍한 청년대학부나 그룹별 모임은 카페, 블로그를 더 많이 이용한다. 실제로 사이트순위정보사이트 랭키닷컴(rankey.com)에 등록되어 있는 기독교·교회 사이트는 약 2백여 개 인 것에 비해 포털사이트에 등록되어 있는 기독교 카페, 블로그는 수만 개다. 네이버에는 1만3천여 개 카페, 다음에는 12만4천여 개 카페, 싸이월드에는 5만6천여 개 클럽, 야후에는 1천여 개 카페가 개설돼 있다. 블로그 수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일인미디어의 ‘힘’

이같은 흐름은 ‘개인’에게 전에 없던 ‘힘’을 부여한다. 특별한 사회적 지위가 없고 공인이 아니더라도 홈페이지·카페·블로그에 올린 컨텐츠가 네티즌들에게 강력한 지지를 받게 되면 순식간에 유명인물이 되기도 하고, 여론이 형성돼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기도 한다.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들은 이미 네티즌들의 이같은 권력(?)을 인정해, UCC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어 별도관리하고 있고 메인페이지에도 UCC 컨텐츠를 좋은 자리에 배치해 시시각각 업데이트 한다.

개인미디어의 힘이 드러난 사례는 실제로 많다. 작년 11월 지하철 봉천역에서 일어났던 자살사고에 관한 기사는 국내 수십 개 언론사보다 개인블로그에서 1시간 22분 더 빨리 소식을 실어 개인미디어의 힘을 보였다. 작년 8월 미국 중간선거에서도 공화당 조지 앨런 상원의원이 UCC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은 사건이 있었다. 그가 인도계 선거운동원에게 마카카(원숭이를 뜻하는 속어)라 부르는 장면을 포착한 시민이 UCC 전문사이트에 동영상을 업데이트한 것이다. 차기 대통령 후보로도 거론되던 그는 결국 낙선했다. 최근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명빡이’ ‘피아노치는 근혜’ 동영상도 같은 맥락이다. 선관위는 개인이 올린 이 동영상이 네티즌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자 이것이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한다며 삭제요청을 했다. 이렇듯 인터넷 미디어는 이미 개인이 사회를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과 환경을 갖추고 있다.

美 시사주간지 타임은 2006년 올해의 인물 1위를 ‘You’(바로 당신)로 선정했다. 2006년 IT계 10대뉴스에 UCC의 등장은 빠지지 않았고, 2007년 각광받는 기대주에서도 UCC는 빠지지 않는다. 인터넷 세계는 더 평등해지고 개인의 힘은 더욱 커지는 것이다.

이에 비해 한국교회는 아직 보다 전통적인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대세라면 현재의 시스템은 언제 어떻게 변화될지 모른다. 어느날 인터넷 창을 열면, 우리교회 목사님이 혼자 교회청소를 하는 동영상이 보일지도, 혹은 내가 다니는 교회 이름이 포털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라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교회는 이러한 흐름을 충분히 감지하고 이해하고 대비하고 있는가? 2007년 한국교회·한국사회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대형교회 원로목사가 아니라 지방의 한 청년이 될 수도 있는 것이, 오늘 우리가 사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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