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의 싱글생글 데이트 칼럼 (5)
“주위의 소개로 비교적 제 이상형에 맞는 자매를 만나 교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 번 만나다 보니 한두 가지 결점이 보이기 시작했고, 때마침 제 이상형에 좀더 가까운 다른 자매가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마음 같아선 다른 자매를 만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안타까운 악순환
이성 간에 교제가 시작되면 처음에는 서로 호감과 매력을 느끼면서 설렘을 가지고 데이트를 한다. 그러다가 상대에 대해 객관적인 눈이 조금씩 열리면 고민이 슬슬 시작된다. ‘이 사람이 진정한 내 짝일까?’ ‘좋기는 좋은데, 뭔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조금만 키가 컸으면’ 이런 고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것인데, 개인의 주관적인 느낌과 감정에 따라, 그리고 두 사람의 관계의 성숙도에 따라, 또한 여건과 상황에 따라 다른 모양으로 나타난다.
연인들이 종종 이런 갈등을 느끼는 원인 중 하나는 평소 자신이 그려왔던 ‘자기 이상형’이 있기 때문이다. 어딘가에는 나의 이상형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인 사람들은 교제 초기에 이러한 고민이 시작되면 쉽사리 다른 이성에게 눈을 돌린다. 서로를 알아가는 ‘관계’ 과정에 들어가려고 하지 않고, 이상형 찾기만을 계속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현재 파트너의 단점을 가지고 있지 않은 다른 이성이 나타나면 쉽게 파트너를 바꾼다. 이렇게 되면 마치 신기루를 좇아가는 사람처럼 방황하게 된다.
‘처음에 사귀던 여자는 다 좋은데 키가 약간 작은 게 흠이야’라고 생각하는 남자는, 그 다음에는 키가 큰 여성과 사귄다. 그러다가 다시 그 여자에게도 단점을 발견하고는 ‘성격이 밝지 못한 게 안타까워’ 라고 하면서 성격이 쾌활한 여성을 찾게 되고, 다시 그 여성에게서도 자기와 다른 점을 발견하게 된다. ‘다 좋은데, 비전이 같지 않아.’ 그리고는 또 다른 여성을 찾아 나선다. 끊임없이 이 여성 저 여성을 전전하는 안타까운 악순환만 계속되는 것이다.
다 좋지만 뭔가 한두 가지가 부족하다?
어느 청년이 상담을 요청해왔다. 그는 20대에는 공부하느라고 제대로 이성교제 한번 하지 못하고 30대 초반이 됐다고 한다. 이제는 직장도 생기고 여유가 생기다 보니 결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주위에서는 그와 잘 어울릴 것 같은 좋은 여성들을 소개시켜 줬다. 그런데 문제는 소개받은 여성들이 전부 다 좋아서 누구를 선택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이 말을 거꾸로 해석하면 자기 이상형과 맞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 좋은 것 같으면서도 다들 뭔가 한두 가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청년의 경우에는 자기와 잘 어울리는 짝이라도 평소 꿈꿔오던 이상형과 조건이 완전히 같지는 않다는 것을 알지 못한 것 같았다. 사실 이상형의 사람과 결혼하는 것은 우리의 바람일 뿐이다. 이상형의 상대를 발견하는 것 자체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더군다나 그러한 상대를 찾았다 하더라도 그도 당신을 사랑하게 돼 결혼할 수 있다는 보장이 있는가?
이상형은 어찌 보면 자기가 만들어낸 하나의 ‘허상’일 뿐이다. 이상형의 사람과 만났다고 생각하는 부부라 하더라도 처음에 생각했던 이상형과 완벽하게 맞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고 봐야 한다. 약간 부족한 면이 있지만, 그래도 자기가 생각하는 어느 정도의 조건을 충족시킨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자기에게 잘 어울리는 짝이 자기가 생각했던 것처럼 얼굴이 아주 미남이나 미녀가 아닐 수도 있다. 키가 약간 작을 수도 있고, 가난할 수도 있고, 학벌이 그리 좋지 않을 수도 있고, 그다지 밝은 성격이 아닐 수 있다. 인간은 완전하지 않으며, 우리가 만나고 사귀게 되는 상대 역시 불완전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오히려 두 사람의 관계 속에서 서로의 마음을 열고 불완전한 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상대를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어쨌든 이 문제로 상담을 요청해 온 청년에게 자신이 바라는 이상형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소개받은 여성 중에서 가장 우선순위에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여성을 선택하라고 했다. 그런 후에 서로를 잘 알 수 있을 때까지 교제해 보기를 권했다. 서로를 잘 알아가다 보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수용할 수 있게 되고,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면 더 많은 장점도 알게 되어서 ‘진정한 짝’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존 그레이 박사는 『화성남자 금성여자의 사랑의 완성』에서 “대부분이 이상적인 파트너의 모습을 미리 정해두고 있지만, 그 이상형이 현실에 부합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상적인 파트너는 대개 환상 속의 이상형에 불과하다. 그(녀)가 현실 속의 한 여자(남자)와 진정한 유대감을 경험한 다음에야 환상 속의 사람이 약화되고, 그 자리에 현실의 여자(남자)가 들어설 수 있다”고 했다.
꿈에서 깨어나 상대의 진면목을 볼 줄 알아야
상담을 요청했던 청년에게서 세 달이 지난 어느 날 전화가 왔다. 자기는 활달한 여성이 좋은데, 그 여성은 너무 조용한 것 같아서 주저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서로 깊이 사귀다 보니 그녀는 사실 활달하고 쾌활한 성격인데 가정의 분위기와 주위 환경이 그녀를 조용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자기와 데이트 할 때는 너무 쾌활해서 만족한다고 했다. 서로를 좀 더 잘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자기 짝을 발견한 좋은 경우였다. 다음달 결혼한다는 청첩장을 보내왔다. 물론 신부는 주저하던 바로 그 여성이었다.
지나치게 폭이 좁거나 복잡한 이상형의 기준을 갖다 보면 마음에 드는 짝을 찾기도 힘들고, 막상 기회가 생겨도 너무 재면서 주저하기 쉽다. 심지어 마음에 꼭 드는 사람을 찾다가 영영 결혼의 기회를 놓치는 수도 있다. 좀 더 성숙하고 만족스러운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이상형의 기준을 폭넓게 갖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더 넓은 범위의 사람들을 ‘사랑’하고 ‘수용’할 수 있어야 하며, 서로를 충분히 잘 알 수 있을 때까지 이성교제의 과정을 차근차근 잘 밟아 나가면서 ‘진정한 유대감’을 느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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