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부흥 이후의 신학(Post-Revival Theology)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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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흥, 그 새로운 조명 2] 배본철 교수

본지는 평양대부흥 1백주년을 맞아 ‘부흥, 그 새로운 조명’이라는 제목으로 기획칼럼을 연재합니다. 배본철 교수(성결대)가 신학적 관점으로 부흥을 조명하고, 박동찬 목사(일산광림교회)가 부흥하는 교회의 이상적 모델을 제시, 이동현 목사(미션라이즈업코리아)가 한국부흥의 흐름을 짚어봅니다.

2007년 1월 14일 주일 오후 5시.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은 이미 빼곡하게 경기장 안을 채운 수많은 성도들과 함께 부흥을 사모하는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었다. 이른바 ‘역사를 이루는 기도, Revival 2007'! 24시간 연속기도회에 이어진 세 시간에 걸친 축하예배의 시간까지 합치면 총 27시간에 걸친 마라톤기도집회가 펼쳐진 것이다. 기독교 계통의 TV와 라디오 그리고 인터넷 매체들이 앞을 다투어 박진감 있는 보도를 하는 가운데, 이른바 한국교회 부흥 백주년을 맞아 새로운 부흥의 서곡을 선포하는 기도집회는 성황리에 끝났다.

그 집회가 끝난 후 어느 연로한 권사님의 볼 맨 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분은 기도집회의 처음 몇 시간을 직접 참석했으며, 노구의 몸인지라 오래 머물지는 못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그 후 온 밤을 새우고 그리고 그 다음날 저녁 마지막 축하예배의 시간이 다 끝날 때까지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그분이 그렇게도 고대하던 부흥이 과연 어느 순간에 찾아올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런데 내게 들려준 그분의 실망스런 어조의 한 말씀. “그런데 그날 부흥이 안 찾아 왔던데요?”

우리는 한국교회 부흥 백주년을 맞아 새로운 부흥을 위해 수많은 기도와 드높은 간구를 드리고 있는 중이다. ‘부흥이여 다시 오라!’고 소리 높여 외치기도 하고 또 ‘부흥이 시작되었다!’고 자축하는 찬양의 열기도 만만치 않지만, 집회가 끝나고 나면 마치 잘 차린 축하연에 다녀온 듯한 여흥의 분위기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점이 없는 듯하다. 어떨 때는 여기에 또 저기에 진짜 부흥이 왔다고 외치는 소리들도 있지만, 그러나 그 떠들썩한 함성들이 지나고 난 다음에는 과연 언제 부흥이 왔었나 하고 의아해한다. 온 하늘을 가르고 이 땅 가운데 마치 폭포수처럼 임하는 부흥의 순간은 우리 눈에 결코 목격되지 않았다. 하늘 문이 활짝 열리면서 모인 모두의 머리 위에 불의 혀처럼 임하시는 성령의 불길은 그 어느 방송 매체를 통해서도 보도되지 않았다.

부흥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부흥이 찾아온다면 과연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가 하는 말이다. 이 아리송한 질문에 대해 나는 단 한 마디로 답변하고 싶다. 그것은 곧 ‘부흥의 핵심가치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곧 부흥’(The Revival is to live with the core values of revival)이라는 것이다. 지금부터 이 점에 대해 설명하겠다. 우선 묻고 싶은 것은 우리가 부흥, 부흥 외치지만 정작 부흥에 대한 뚜렷한 정체성을 갖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실제로 부흥이 찾아올 때 그 어떤 점을 보고서 ‘부흥이 왔다’ 또는 ‘부흥이 오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좀 심하게 말한다면 우리 중에는 부흥에 대한 어떤 미신적 관념 속에 쌓여 있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부흥이라는 것을 마치 어떤 현상학적인 즉 육감적(肉感的)이거나 가시적(可視的)인 판별기준을 통해 가늠해보려는 경향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참 부흥은 어떤 사건이라기보다는 언제나 지속적인 삶을 통해 그 증거가 나타난다. 어느 한 개인 속에 부흥이 찾아올 때 그 증거는 그의 변화된 삶속에 분명히 드러난다. 어느 교회나 지역의 공동체 속에 부흥이 임할 때 그 증거는 그 공동체의 변화된 삶의 질속에 여실히 드러난다. 그러므로 어떤 이들은 부흥이 한 순간적으로 임한다고도 하는데, 이 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것은 그 부흥이 어느 한 시점부터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참 부흥이냐 아니냐를 분별하기 위해서는 그 이후의 개개인이나 공동체 속에 나타나는 변화의 양상을 지속적으로 살펴보아야만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필요한 시금석이 바로 ‘부흥의 핵심가치’이다.

부흥의 핵심가치는 특정한 시대와 지역적 상황에 따라 어느 정도의 특수성이 있을 수는 있으나, 그러나 그것은 핵심가치가 변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그 가치가 적용되는 상황의 다양성 때문일 것이다. 이 말은 한국적 상황에는 부흥에 대한 한국적 핵심가치의 특수성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동안 나는 수년간 Korean Revival(KR; 한국교회 영적 갱신을 위한 신학교수 신학생 기도모임)에 속한 신학자들과 함께 부흥에 대한 의미 있는 관찰과 연구를 지속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 속에서 우리는 한국적 상황 속에서 분별해낼 수 있는 부흥의 핵심가치를 다음 다섯 가지로 확인할 수 있었다.

1. 신자의 회개(repentance of believers)
2. 교회의 일치와 갱신(unity and renewal of the Church)
3. 사회 변혁(social transformation)
4. 민족 복음화와 통일(evangelization and unification of nation)
5. 세계선교의 완수(accomplishment of the world mission)

이 중에서 네 번째 핵심가치인 ‘민족 복음화와 통일’의 항목에는 한국적 특수성이 반영되어 있지만, 나머지 모든 항목은 시대와 이념 그리고 지역을 초월하여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정신이라고 본다. 그런데 놀랍게도 2007년 새해 첫 달부터 큰 규모로 진행된 기도집회인 ‘Transformation 2007’이나 ‘역사를 이루는 기도, Revival 2007’에서는 이러한 다섯 가지 핵심가치가 분명하게 추구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후 연속적으로 열리고 있는 여러 기도집회들에서도 이러한 가치관에 대한 강조가 현저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필자의 부흥에 대한 글의 한 순서인 ‘부흥이여 다시 오라!’에서 따로 지면을 할애할 것이다.

다만 필자가 이 처음 글에서 강조하는 바는 ‘부흥의 실체는 곧 부흥의 핵심가치가 신자들과 교회들의 삶 속에서 명백하게 구현되어가는 것’이라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부흥을 꿈꾸는 모든 이들이 부흥의 핵심가치에 대해 선명한 이미지를 인식하고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인식을 확산시켜 나가는 가장 근본적인 작업이 바로 신학자들이 담당해야 할 중요한 몫이라고 본다. 그래서 이러한 신학 연구의 영역을 이름 짓는다면 ‘부흥 이후 신학’(post-revival theology)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제는 부흥을 위한 신학이라기보다는 부흥의 명백한 핵심가치를 지니고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신학이 요청되는 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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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본철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