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광고 강의석 군 사태 3년 갈등의 끝은?... 31일 공개 결심공판
지난 2005년 10월 7일 ‘학내의 종교 자유 보장’을 요구하며 대광고와 서울시교육청(피고)을 대상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공익소송을 제기했던 강의석 군(원고)이 오는 31일 최종 결심공판을 앞두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결심공판은 이날 오후 4시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법정 455호실에서 열리며, 참관이 가능하다. 강 군도 이날 공판에 원고 자격으로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강 군은 대광고와 서울시교육청에 5천만1백 원의 손해 배상금을 지급할 것과 종교자유를 위한 제도를 마련해 줄 것을 요구했다.
지난 3년간 ‘종교자유’를 두고 갈등을 겪어 온 양측의 결말이 이날 결정나게 된다. 법원이 누구의 손을 들어 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원고와 피고 모두 자신들의 입장을 견지하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이번 공판 결과가 양측의 갈등을 매듭지어 줄지는 미지수다.
아침방송에서 “수요예배 거부” 발언으로 시작된 대광고 사태
지난 2004년 서울 대광고 3학년 재학시절 강의석(현재 서울대 법대 재학) 군은 학교 측에 “종교를 강요하지 말고 예배선택권을 보장해 달라”고 주장해 종교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이 ‘대광고 사태’는 2004년 6월 16일 오전 강 군이 학내 아침방송을 통해 “수요예배를 거부하겠다”는 내용을 전교생에게 전한 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임으로 시작됐다.
학교측은 “기독교 사학에서 기독교의 진리인 ‘사랑’을 전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종교교육을 거부하고 교칙을 위반한 강 군을 불가피하게 제적시켰다. 이에 강하게 반발한 강군은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45일간 단식 투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전 대광고 교목실장인 류상태 목사가 예장 통합 목사직과 대광중 교사직에서 물러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강 군의 주장을 지지하다 “교단의 교리와 맞지 않다”는 이유로 대광학원측과 갈등을 겪은 그는 ‘예배선택권’이 채택된다면 자진해서 목사직과 교사직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했고, 이후 학교측에서 ‘예배선택권’을 받아들이자 류 목사는 자진 사퇴했다. 강 군은 학교측이 ‘예배선택권’ 수용과 함께 제적을 취소해 서울대 법대로 진학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강 군은 ‘예배선택권’이 수용된 후에도 여전히 대광고가 ‘종교자유를 억압하고 있다’고 판단하여 2005년 10월 초 종교자유정책연구원과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등 시민단체들과 함께 대광고와 서울시교육청을 대상으로 공익소송을 걸었다.
강의석 군의 주장이 신뢰받지 못하는 몇 가지 의혹들
학내 문제로 조용히 끝날 수 있었던 ‘대광고 사태’는 강 군이 언론을 끌어들임으로 전사회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당시 언론들 다수가 “종교자유를 억압한다”며 대광고를 지탄했지만, 사태를 촉발시킨 강 군의 행동을 볼 때 그의 주장이 ‘선’이고 정당하다고만은 볼 수 없는 점들이 남아 있다.
대광고는 본인이 예배를 원하지 않으면 이를 대체로 수용해 준다. 사실 요즘 학생들에게 학교가 예배를 강제한다면 전교생이 격렬히 반발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대광고에서 투쟁했던 학생은 강 군 한 명뿐이었다. 동조한 학생도 많지 않았다. 예배를 거부하는 학생의 경우 학부모에게서 분명한 의사를 확인한 뒤 예배 참석을 면제해 주기 때문이다.
당시 대광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여론도 강 군과는 다른 이들이 압도적으로 더 많았다. 학생들은 강 군의 방식이 점점 더 거칠어지자 그를 외면했고, 강 군의 단식이 한창 진행 중이던 때에 3백여 명의 기독인 학부모와 비기독인 학부모가 모두 모인 학부모회의에서도 예배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모두가 예배의 긍정적 영향에 대해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강 군은 학내의 이런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해 교내에서 아이스크림 및 과자 판매를 하겠다고 학교측에 요구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까지 보였다.
이 싸움은 약자인 강 군이 홀로 거대한 학교를 상대로 싸우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특히 대광고의 전 교목실장이자 강 군을 정신적으로 도왔던 류상태 목사는 공석에서 “기독교는 독선적이다. 천국에 무슬림, 불교도 등이 다 있어도 지금의 기독교인이 있기는 힘들 것이다”라고 말하는 등 다원주의적 신학 사상으로 인해 예전부터 동료 교사들과의 마찰이 심했던 인물.
대광고 교사들은 그가 강 군이 교내 종교자유 문제로 상담할 때마다 학교 측의 책임만을 강조하며 선동해 왔다고 증언한 바 있다.
강 군이 가장 강력하게 요구했던 것은 바로 “예배 참석을 선택할 권리를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학교 측으로선 쉽지 않은 문제였다. 기독교사학인 대광고는 학교의 건학 이념을 지켜야 하는데, 추첨식으로 학생을 배정하는 고교평준화 제도로 인해 그 정체성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 군이 종교자유에 대한 억압을 항의하려 했다면 학교에 대한 항의뿐 아니라, 추첨식으로 자신이 원치 않는 종교의 학교에 배정한 교육부에 대한 항의도 있어야 했다. 그러나 강 군의 주장은 학교측에 대한 항의로만 가득 차 있었다.
강 군은 제적이 취소되고 복학한 이후에도 학교장을 상대로 '예배선택권'을 요구하며 단식 투쟁을 벌였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학교장에겐 그것을 줄 수 있는 권한이 없다. 그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은 대광고의 총회와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예장 통합 교단이다.
강 군은 수없이 있었던 전학의 기회도 결정을 번복하며 스스로 차버렸다. 뿐만 아니라 교내에서 조용히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를 사회적으로 들고 나와 오히려 더 복잡하게 만들었고 복학 결정이 내려진 이후 단식 기간 중 단독 기자회견을 자청, 언론사 기자 수십 명을 몰고 오는 등 강군의 인권을 존중하며 문제를 해결하려던 학교측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강 군과 일부 언론들은 학교측이 강 군의 신념과 고집 때문에 그를 퇴학 조치 했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일반 국민들에게 매우 부당한 결정으로 비쳐졌고, 기독교 전반에 대한 엄청난 반감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학교측이 강 군을 제적한 이유는 그가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려고 하는 과정에서 교칙에 위반되는 행동들을 많이 저질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제적 결정에 대해 서울북부지법이 9월 1일 퇴학처분효력정지를 내린 것은 이 사건이 단기간에 해결되기 힘들 뿐더러 강 군이 수능을 앞둔 학생인 점 등을 참작해 퇴학 결정을 ‘임시’로 정지한 것이었다.
대광고 “진리와 사랑으로 아이들을 가르칠 자유가 있다”
31일 결심공판을 앞두고 있는 대광고는 학생들에게 종교교육을 강압하지 않고 있으며, 종교교육은 기독교사학에서 당연한 것이기에 위법이 아니다는 입장을 초지일관하고 있다.
대광고측은 강 군이 주장한 종교교육 강압에 대해 “학생들에 대한 종교교육은 신앙을 가지지 않을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실시되고 있으며, 전도나 종교인 양성보다 진리와 사랑에 기초한 보편적 교양인을 양성하는 데 목표가 있다”며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또 학교측은 “설립목적인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교육을 실천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거부감을 표시하는 학생에 대해서는 종교교육 참여를 면제하고 독서 등의 대체 교육을 시행해 왔으며, 간혹 전학을 허용함으로 종교교육을 강압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학교측은 “사립학교의 자주적 운영권이 침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학생들의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최대한의 배려를 기울였으며, 신의성실의 원칙과 공서양속 등 사법상의 법원칙을 위반하지 않았다. 강 군이 요구한 손해배상책임은 마땅히 부인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사립학교의 설립목적은 존중돼야”
서울시교육청 또한 사립학교의 설립이념을 무시할 수 없으며, 비종교인들이 종교사학에 적응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측은 “사립학교의 설립목적은 존중되어야 하며 사립학교에서 종교교육을 하는 것은 위법이 아니다. 서울시는 고입 배정시 학생들의 종교별 종교계 학교 배정을 높이려고 노력해 왔으며, 종교계 학교의 종교과목 편성시 복수로 과목을 개설 지도하도록 종용해 왔다”고 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종교교육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선택권 달라는 것”
강 군과 함께 공익소송을 제기한 종교자유정책연구원측은 “강 군 사건 당시 종교교육 등에 참여할 때 자율적으로 해달라고 학교측에 요구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낀 것”이라며 “배상금의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문제가 학생의 인권 차원에서 다뤄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 연구원측은 “우리의 공식적 입장은 학교에서 종교교육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으로 선택하게 해달라는 것”이라며 “그런데 이것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강의석 군이 승소하면, “기독사학 이념 지키기 어려워져”
대광고 사태는 기독교 진리를 수호하려는 예장 통합 교단과 스스로 다원주의자라고 하는 류상태 목사 간의 대립으로까지 번지기도 했다. ‘복음에 입각한 진리와 사랑으로 학생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입장과 ‘종교는 결코 강요될 수 없다’는 입장이 서로 충돌한 것이다.
대광학원 이철신 이사장 등은 류상태 목사에게 경고 조치를 내리는 등 그의 주장을 강하게 지탄한 바 있다. 결국 류 목사가 예장 통합 목사직과 대광학원 교사직에서 사퇴하면서 일단락됐지만 그는 여전히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등에서 활동하며 ‘종교자유’를 외치고 있다.
한 기독사학 관계자는 “만약 이번 판결에서 법원이 강 군의 손을 들어준다면, 선례가 남아 앞으로 기독사학과 종교자유를 외치는 세력 간의 마찰은 더욱 커질 것이며, 기독사학의 설립이념을 지키기 어려워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