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신학자 김영한 교수의 <밀양>에 나타난 기독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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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밀양>에 나타난 회개와 기독교의 회개

				▲김영한 교수
▲김영한 교수

1. 고통의 개념
2. 용서의 개념

3. 회개의 개념
1) 피해자의 회개와 가해자의 회개의 공통점

피해자 여인(신애)도 아들을 유괴하도록 한 허영이라는 원죄가 있다. 돈이 없으면서 마치 재력가가 되는 것처럼 땅주인을 만나고 재력가처럼 행동한 것이 아들 유괴살해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이에 대한 철저한 자기성찰과 반성이 없다. 여인 자신도 속물이고 정신질환까지도 보인다. 이러한 피해자가 교회에서 이에 대해 회개하는 장면도 없다. 단지 한 많은 여인의 마음이 고통스러워 소리 지르다 목사의 안수를 받고 그 마음에 위안을 받는 장면이 나올 뿐이다. 그리고 큰 금액을 요구하는 유괴범의 협박에 “실은 가진 돈이 이 이상 없다”는 무력을 토로하는 것으로 처리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복역 중인 유괴살해범의 회개 장면도 없다. 이 장면은 “나도 하나님으로부터 용서를 받고 마음이 평안하다”는 한 문장으로 처리되어 있다. 이러한 피해자와 가해자의 회개의 장면이 너무나 간단한 장면과 문장으로 표현되어 있다. 영화는 기독교의 용서라는 주제를 다루고자 한다. 그런데 이에 상응하는 회개의 장면이 너무나 가볍게 다루어져 있다. 그래서 기독교의 용서와 은혜는 왜곡될 여지가 많은 것이다.

<1> 기독교 용서 개념의 피상화
영화의 핵심 장면이라고 볼 수 있는 용서를 실천하러 간 여인이 살해범이 너무나 태연한 모습으로 ‘자기도 먼저 하나님의 용서를 받았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충격을 받는 태도는 과연 타당한 것인가? 영화는 이를 여인의 울분을 그려내기 위한 문학적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신학적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기독교의 용서를 가장 잘 그리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공관복음서에서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죽으실 때 함께 있던 두 강도가 묘사되어 있는데 한 강도는 자기의 죄를 회개한다. 이에 대해 예수님은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고 말씀하신다. 예수님은 이 강도의 신앙고백을 듣고 이 강도의 죄를 용서하신 것이다.

여인이 교회에서 가졌던 신앙 체험은 싸구려 은혜 체험이다. 목사의 안수 하나로 당장 모든 문제가 해결되어버리는 식의 용서 개념은 전통적 기독교의 용서 개념이 아니다. 용서 받기 전에 자신의 죄책에 대한 깊은 반성이 있어야 하고 죄책감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에 대해 하나님의 사랑의 용서가 따르는 것이다. 자신의 죄책에 대한 문제가 해결이 됐어야 한다. 복음의 진리가 그렇듯 진정한 구원은 죄로부터의 구원이기에 우리가 죄인인 것을 깨닫게 하는 진정한 회개가 있다. 그런데 신애는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한 진정한 성찰과 회개가 없다.

여인이 진정으로 하나님을 만났다면, 그녀는 자기에게 죄책을 고백하고 하나님으로부터 용서받고 새 사람이 되었다고 한 살해범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했을 것이다.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용서해 준 것처럼 우리 죄를 용서해 주옵소서”라는 주기도문이 그대로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와야 하는 것이다.

2) 기독교의 회개 개념

<1> 하나님의 용서에 대한 바른 이해
죄의 용서는 인간이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하시는 것이다. 용서란 바로 하나님이 독생자를 죄인인 우리에게 주시고 십자가에서 죽으셔서 대속하셨다는 하나님의 용서의 사건에서 시작한다: “사랑은 여기 있으니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요 오직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사 우리 죄를 위하여 화목제로 그 아들을 보내셨음이니라”(요일4;10) 그러므로 사도 요한은 우리가 용서하고 사랑해야 할 것을 말한다: “사랑하는 자들아 하나님이 이 같이 우리를 사랑하셨은즉 우리도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하도다”(요일4;11)

따라서 우리의 용서는 하나님의 용서를 따르는 것뿐이다.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용서해 준 것 같이 우리의 죄를 용서하여 주소서” 여인(신애)은 살해범이 자기가 용서하기 전에 먼저 하나님의 용서를 받았다고 한 데 대하여 충격을 받았고 기독교가 거짓이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인(신애)은 피해자인 자기가 아직도 용서하지 않았는데 먼저 가해자를 용서하시는 기독교의 하나님에 대하여 이럴 수 있느냐라는 반항을 하고 있다. 이러한 신애는 용서를 너무나 인간적인 차원에서 생각하고 있다. 인간적으로 생각한다면 용서는 당사자 사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당사자 사이의 인격적인 관계가 중요하다. 기독교도 이러한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상처 입힘과 상처 받음의 관계를 도외시하지 않는다.

그러나 독실한 기독교는 모든 것에 있어서 하나님의 관계를 일차적으로 설정한다. 만물의 주관자되시는 하나님은 신애의 아들 준이 유괴살해된 것에 관하여 가슴 아파하시며 살해범의 죄책에 대하여 심판하시는 하나님이시다. 그러나 살인범이 복음을 듣고 자신의 허물을 뉘우칠 때 하나님은 용서해 주신다.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되 오라 우리가 서로 변론하자 너희 죄가 주홍 같을 찌라도 눈과 같이 희어질 것이요, 진홍같이 붉을 찌라도 양털같이 되리라”(사1;18)

하나님은 죄인이 돌아오기를 원하시고 그 돌아온 죄인에게 용서해 주신다. 하나님은 자신과의 관계의 회복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에게 가서 용서를 빌고 그 피해를 최대한 보상해 줄 것을 말씀하신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이 부분이 너무나 간략하게 다루어져서 마치 하나님의 용서하시는 것으로 모든 죄책의 책임이 끝나는 것으로 오해되는 부분이 있다. 사회학적으로 가해자는 일생 동안 피해자인 신애에 대하여 잘못한 심정과 빚을 지고 사는 것이다. 가해자는 그리고 상하여 병든 신애의 마음이 회복되도록 하는 윤리적 책임을 부여받고 있다.

<2> 죄책을 엄격히 밝히시는 준엄하신 하나님의 심판
하나님은 아무리 큰 죄라도 용서해 주시나 그 죄책을 은폐하지 않으시고 우리의 죄가 얼마나 무섭고 큰 지를 먼저 알게 하신다. 그리고 나서 항상 피해자에 대한 빚진 자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여기에 인간적인 보상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이 용서하셨으니 인간적인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살인범 고재봉은 비록 감옥에서 전도 받아 회개하고 새 사람이 되었으나 국법이 그를 용서해 준 것은 아니다. 하나님은 그를 용서해 주셨으나 국법은 그에게 사형을 집행하였다. 새 사람이 된 고재봉은 매일 그에게 희생당한 피해인들과 유족들에 대한 참회의 마음으로 살았다. 이것이 바로 기독교의 용서 개념이다. 그러나 영화는 기독교의 용서 개념을 하나님이 용서하면 인간적인 채무가 모두 벗어진다고 너무나 단편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 복음주의 교회를 탄생하게 한 1907년 평양대각성운동에서는 하나님의 성령의 역사가 나타났고 죄책의 각성운동이 일어났다. 신자들은 그냥 하나님 앞에서만 회개하고 끝난 것이 아니라 남에게 빚진 자는 그 빚을 갚고자 실천에 옮겼다. 죄책고백운동은 사회적으로 그 열매를 맺었다. 재정적으로 손해를 입히거나 신체적으로 상해를 입힌 사람들은 손해를 보상하고 사과하는 일이 생겨났다.

당시에는 아들을 낳기 위하여 축첩하고 노비를 가지는 것이 사회의 관행이었다. 그런데 이축첩자들이 예수를 믿고 영접한 후 회개한 후에 이에 대한 배상행위에 나섰다. 이들은 첩을 돌려보내었다. 그리고 천 냥이나 주고 노비를 부렸던 양반들은 노비가 보는 앞에서 노비문서를 태워 소각하고 노비를 수양딸로 삼는 일이 일어났다. 당시 한국선교사 곽안전은 다음과 같이 보고한다: “신자이든 불신자이든 구별없이 자신이 손해를 끼친 사람에게는 손해배상을 해 주었기에 성 안에 소문이 자자했다.” 이 각성운동은 말씀을 통한 회개와 기도운동으로 실생활의 회심을 가져온 영적이며 도덕적 갱신운동이었다.

<3> 죄책에 깊이 통회하고 옛 사람과 투쟁하는 인간의 삶
유괴살해범이 진심으로 하나님을 만났고 그래서 만약에 참 평안함을 찾았다고 한다면 물론 하나님께뿐 아니라 사람에게도(신애) 죄에 대한 진정한 뉘우침의 표현이 있었어야 했다. 정신적 물적 배상도 뒤따랐어야 했다. 교도소 안에서라고 할지라도 회개한 살해범은 진지한 참회와 피해자가 입은 마음의 상처에 대한 값비싼 용서라도 먼저 구했어야 했다. 영화의 기독교에 대한 어설픈 이해는 이러한 중요한 부분을 너무 가볍게 스쳐 지나가고 있는 것 같다. 영화는 살해범이 감옥에서 하나님을 영접하고 하나님으로부터 이미 용서받았으니 가해자에게는 단지 유감의 뜻을 전달하고 자신의 괴로움이 하나님의 용서 안에서 해결되었다는 식으로 줄거리를 전개하고 있다. 이것은 기독교의 은혜를 본회퍼가 말하는 바같이 싸구려 은혜로 만들어버리는 심각한 왜곡을 야기하고 있다.

/김영한 교수(숭실대 기독교학 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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