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성도를 기만하고, 신앙양심에 눈감았다”

신유정 기자  yjshin@chtoday.co.kr   |  

[기장 2] 신사참배 공식 회개.. 내년 삼일절 회개주일로 지켜

				▲기장 총대들은 13일(목) 경주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제92차 총회에서 신사참배 결의에 대한 공식회개와 사과표명 헌의의 건을 허락했다. ⓒ 신유정기자
▲기장 총대들은 13일(목) 경주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제92차 총회에서 신사참배 결의에 대한 공식회개와 사과표명 헌의의 건을 허락했다. ⓒ 신유정기자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장 임명규 목사)가 신사참배의 과오를 공식적으로 회개했다. 기장총회는 13일 경주교육문화회관에서 진행된 제92회 정기총회 회무에서 경남노회가 헌의한 ‘제29회 총회 신사참배 결의에 대한 공식회개와 사과표명 헌의의 건’을 허락하고 전 교단차원에서 신사참배를 회개하기로 했다.

기장총회는 이날 ‘신사참배와 부일협력에 대한 죄책 고백 선언문’을 발표했으며, 내년도 삼일절을 전국교회가 참여하는 신사참배 회개주일로 지키기로 했다. 수많은 순국선열들이 일제에 항거해 목숨을 잃었던 삼일운동을 기억하면서 진심으로 사죄의 입장을 밝힌다는 취지다.

기장총회의 전신인 한국장로교회는 지난 1938년 평양 서문밖교회 예배당에서 열린 제27회 정기총회에서 신사참배를 공식 결의했다. 이후 한국장로교회는 신사참배 취소 결의를 1946년, 1947년, 1954년 세 차례나 했지만 공식 회개문은 발표하지 않아 치욕적인 과거를 덮는데만 급급했다는 역사적 평가를 받고 있었다.

평양대부흥운동 1백주년을 맞아 결의된 기장총회의 ‘신사참배와 부일협력에 대한 죄책 고백 선언문’은 한국교회가 교묘한 논리로 신사참배를 정당화한 죄를 회개하고, 일제의 침략전쟁 수행에 헌금을 바친 죄와 신사참배로 인해 발생한 교단 분열의 책임, 또 그동안 이 같은 죄를 청산하지 않았던 죄까지도 참회하고 있다.

기장총회는 이 선언에서 “우리는 너무 오랜 세월동안 우리의 잘못을 시인하고 참회하기 보다는 책임을 회피해 온 것을 고백한다”며 “우리는 신사참배가 종교행위가 아니라는 일제의 거짓논리를 수용하여 성도들을 기만하고 신앙양심에 눈을 감았다“고 통회했다.

또 일제를 물질적으로 도운 부분에 대해서도 “우리는 교회의 재산을 국방헌금, 애국운동기금연보라는 이름으로 일제의 침략전쟁 수행에 갖다 바친 죄를 자복하며 회개한다”며 “국민총력의 허울 아래 일제의 군국주의 이념을 선전하고 일제의 전쟁물자 징발에도 가담했던 죄를 회개한다. 일제 군국주의 나팔수로 전락하여 젊은이들을 사지(死地)로 내 몰았다”고 고백했다.

또 기장총회는 해방 후 회개없이 과오를 덮으려고만 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우리는 해방 후 신사참배에 굴복했던 부끄러운 과거를 청산하지 못하고 회피했다”며 “신사참배의 죄악을 참회하고 거룩한 교회로 새롭게 거듭날 것을 주장하는 형제들과 분열했다”고 당시 신사참배에 가담하지 않고 정조를 지킨 교회들에 사죄의 뜻을 전했다.

이에 기장총회는 “수치스러운 죄악을 기억하며 역사의 교훈으로 길이 간직하고자 한다”며 “신앙과 양심의 자유, 민족자주의 정신으로 출발한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어떠한 불의와 폭력에도 굴복하지 않고, 하나님 말씀을 영원한 진리로 선포하는데 앞장서고자 한다”고 다짐했다.

일제시대 당시 신사참배에 가담한 교회들 중에는 장로교단이 특히 많았다. 하지만 이번 기장총회의 회개를 제외하면 현재까지 장로교단에서 신사참배의 과오를 공식적으로 회개하고 있는 곳은 없다. 장로교단과 함께 초기 한국교회에서 큰 축을 이뤘던 성결교단은 지난 2월 교단 창립 1백주년을 맞아 신사참배 회개 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다.


신사참배와 부일협력에 대한 죄책 고백 선언문

한국기독교장로회는 1907년 평양에서 일어났던 영적 대각성 부흥운동과 이준 열사를 비롯한 여러 기독교인들에 의해 주도된 헤이그 특사 사건 100주년인 2007년을 맞아, 일제 강점기에 하나님과 민족 앞에 우리가 범한 죄에 대해 통절한 심정으로 회개합니다. 우리는 너무 오랜 세월동안 우리의 잘못을 시인하고 참회하기 보다는 책임을 회피해 온 것을 고백합니다. 교회의 참된 각성과 부흥은 지난날의 죄에 대한 참회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믿습니다. 따라서 오늘 우리의 죄책 고백문을 통해 우리 자신을 포함한 이 땅의 모든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새로운 영적각성과 부흥의 은총을 입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1.신사참배의 죄를 회개합니다.

우리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제국주의자들의 강압에 못 이겨 교회가 마땅히 지켜야 할 신앙의 정절과 양심을 지키지 못하고 신사참배에 가담하였습니다. 우리는 신사참배가 종교행위가 아니라는 일제의 거짓논리를 수용하여 성도들을 기만하고 신앙양심에 눈을 감았습니다. 하나님께 드리는 거룩한 예배의식에 묵도, 동방요배(東方遙拜), 황국신민서사 낭독 등 이른바 일본식 국민의례를 순서에 넣어 거룩하신 성삼위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하고 우상을 섬겼습니다. 그리고 목사들의 연수회에서 일제의 시조신(始祖神) 천조대신(天祖大神)의 이름으로 신도세례(神道洗禮)를 받은 죄를 고백합니다. 부당한 일제의 강압에 그리스도의 십자가 신앙으로 맞서지 못하고 일제 신사에 머리 숙였던 부끄러운 죄를 통절한 마음으로 회개합니다.

2.일제의 침략전쟁에 협력한 죄를 회개합니다.

우리는 교회의 재산을 국방헌금, 애국운동기금연보라는 이름으로 일제의 침략전쟁 수행에 갖다 바친 죄를 자복하며 회개합니다. 국민총력의 허울 아래 일제의 군국주의 이념을 선전하고 일제의 전쟁물자 징발에도 가담했던 죄를 회개합니다. 일제 군국주의 나팔수로 전락하여 젊은이들을 사지(死地)로 내 몰았던 죄악에 대해 민족의 역사 앞에 고개 숙여 사죄합니다. 일제 강점기에 우리 민족이 하나님의 교회에 걸었던 기대와 소망에 부응하지 못하고 도리어 일제에 굴복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민족의 가슴에 더욱 깊은 상처를 남긴 우리의 죄악에 대해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용서를 빕니다.

3.신사참배와 부일협력의 죄를 참회하고 청산하지 못한 죄를 회개합니다.

우리는 해방 후 신사참배에 굴복했던 부끄러운 과거를 청산하지 못하고 회피하였습니다. 이로써 신사참배의 죄악을 참회하고 거룩한 교회로 새롭게 거듭날 것을 주장하는 형제들과 분열하였습니다. 신사참배의 죄를 회개하지 않으려는 우리의 아집과 완악함 때문에 주님의 몸 된 교회를 분열시킨 책임이 우리에게도 있음을 통감합니다. 우리는 신사참배 때문에 갈라진 형제자매들에게 회개를 거부했던 우리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빌며 화해와 협력의 손을 내밉니다.

우리는 교회가 또다시 하나님과 민족의 역사 앞에 부끄러운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우리 자신의 수치스러운 죄악을 기억하며 역사의 교훈으로 길이 간직하고자 합니다. 신앙과 양심의 자유, 민족자주의 정신으로 출발한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어떠한 불의와 폭력에도 굴복하지 않고, 하나님 말씀을 영원한 진리로 선포하며 한국교회의 개혁과 올바른 성장, 그리고 새 시대를 준비하는 화해·평화선교에 적극 앞장서고자 합니다.

자비로우신 주님께서 지난 날 우리의 죄악을 너그럽게 용서하여 주시고, 100년 전 이 땅의 교회 위에 내려주셨던 성령을 오늘 다시 이 땅 모든 교회와 성도들의 가슴에 부어주시기를 엎드려 간구합니다.

2007년 9월 13일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총회장 임명규 및 총회원 일동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김정석 감독회장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서울시청 합동분양소 조문

김정석 감독회장, 무안공항 사고 조문으로 새해 시작

방명록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 기도와 지원에 최선 기울일 것 사회 주요 문제 적극 나서겠다 기독교대한감리회 김정석 감독회장과 본부 임원들, 그리고 부장들은 을사년 새해 첫 날인 1월 1일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희생당한 179명의 합동분향소가…

3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관저 주변 상황.

“현직 대통령 체포 시도, 운동권 출신들의 폭거”

내란죄 확정도 안 됐는데 공공연히 확정범? 고도의 통치 판단인지 헌재 결정 기다려야 대행의 대행도 탄핵 압박, 헌법재판관 임명 대통령 체포 영장에 ‘법 예외’ 적시 기막혀 대통령, 직무 정지됐으나 ‘현재 국가 원수’ 체포 동조하는 세력, 민주주의 죽이는…

엔딩 파티

살아 있는 사람 위한 장례식 ‘엔딩 파티’, 긍정적 인식 높아져

건강한 장례문화 확산을 위한 ’엔딩 파티(Ending Party, 餘生宴)’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엔딩 파티’란 ‘살아있는 사람을 위한 장례식’으로, 죽음을 앞둔 이가 지인들을 초청해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자리다. (사)하이패밀리가 지난 12…

세이브코리아(SAVE KOREA) 국가비상기도회

“기도로 세워진 대한민국, 다시 기도로 일어나자”

대한민국이 헌정질서 붕괴라는 초유의 위기를 맞이한 가운데, 이를 기도와 행동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세이브코리아(SAVE KOREA) 국가비상기도회가 오는 11일 오후 2시 여의도 국회의사당대로에서 시작된다. 이 기도회는 이후 매주 토요일 여의도를 비롯한 전국 주요 도…

수도권기독교총연합회 사무총장 박종호 목사

수기총‧세이브코리아 “‘내란 수괴’ 단정? ‘무죄추정’ 따르라”

세이브코리아, 수기총을 비롯한 1200여 시민단체들이 최근 대통령 탄핵 및 내란죄 논란과 관련해 국회와 언론, 공수처의 행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들은 국회가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하고 있으며, 언론이 확정되지 않은 ‘내란죄’ 프레임을 그대로 받아쓰…

WEC 국제선교회, OW, 오퍼레이션 월드

‘세계 기도 정보 결정판’ 오퍼레이션 월드, 출간 60주년

“세계 기도 정보의 결정판”으로 불리는 ‘오퍼레이션 월드’(Operation World, 이하 OW)가 출간 60주년을 맞았다. WEC 국제선교회(WEC International)의 패트릭 존스톤(Patrick Johnston) 선교사가 1964년에 발행한 초판은 불과 32페이지로 구성돼 있으며, 여기에는 손으로 그린 지…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