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을 통해 비친 미성숙한 기독교인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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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신학자 김영한 교수의 <밀양>에 나타난 기독교

				▲김영한 교수(숭실대 기독교학 대학원장)
▲김영한 교수(숭실대 기독교학 대학원장)

1. 고통의 개념
2. 용서의 개념
3. 회개의 개념
4. 일반 대중에 비친 기독교 상

5. 미성숙한 기독교인, 우리의 자화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신자들에게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신자들에게는 우리들의 미성숙한 신자의 모습, 또는 믿다가 실망한 우리 자신의 자포자기한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1) 싸구려 은혜 신자 - 우리의 모습

기독교에 대한 피상적인 신앙과 이해에 갇혀 있는 주인공 신애는 다름 아닌 신자인 우리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여러 가지 한 많은 우리 자신들이 교회에 나가서 무조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받아 마음에 평화를 발견하고 기독교인이 된다. 그리하여 여러 모임에 나가서 간증도 하고 신앙생활에 열심이다. 그리고 원수까지 사랑하라는 강단에서 선포되는 말씀에 따라서 이 말씀을 실천하기 위하여 살해범을 만나 주님의 사랑을 전하고자 한다. 그런데 막상 원수를 만나 용서와 사랑을 전하고자 하면 이것이 나의 뜻대로 되질 않는다. 내 속에 치밀어 오르는 이 원망과 한의 적개심은 억누를 수가 없다.

기독교 신앙은 단지 자기 마음의 평안만을 구하는 기복적 신앙에 그칠 수 없다. 마음의 평안과 자기 구원이 일차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을 발견하고 그리스도의 구속의 은혜를 체험하게 되면, 자기 행복과 구원과 평안은 저절로 따라 오는 것이다. 한국 기독교는 번영과 축복과 자기 구원에만 전념한 나머지 신앙의 중요한 사명인 우리 주위의 이웃과 사회를 향한 빛과 소금의 역할을 등한시하였다. 사회의 모범이 되어야 할 교회가 오히려 자기 권리와 이권을 추구하는 장으로 변모하면서 사회의 지탄거리가 되고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진정한 신앙이란 갖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며,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포기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감동 속에서 다시 얻는 것이다.

기독교 신앙의 성숙한 차원은 이기주의적 삶의 방식, 자기 행복과 평안과 번영의 추구에서 머물지 않고 이제는 그 은혜에 감격하여 옥합을 깨뜨린 여인처럼 자기 자신을 하나님과 이웃과 사회를 위하여 헌신하는 이타주의적 삶을 영위하는 데 있다. 본회퍼가 말한 대로 기독교 신자는 타자를 위한 존재(the being for the Others)다. 타자를 위한 존재는 섬김과 나눔의 존재다.

2) 원수를 철저히 용서하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

신애처럼 우리 스스로를 들여다보면 모순투성이이며, 우리에게 허물진 자를 용서하지 못한다. 우리 신자들이 입으로는 원수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실상 원수를 용서할 수 있는 처지에 이르면 용서하지 못하는 우리 자신이 아닌가? 우리에게 조그만 상처를 입힌 형제를 용서하지 못한 까닭에 오늘 한국 기독교는 백 개나 넘는 교파로 갈라져 있다. 그리고 옛보다는 많이 감정이 개신되었다고는 하나 아직도 장로교 장자교단이라는 예장 합동, 통합, 고신, 예장 교단과 기장 사이의 감정은 불신자에 대한 감정의 골보다 작다고 볼 수 없는 지경이다.

이러한 원수사랑은 인간적인 노력이나 애씀에서 이루어질 수 없다. 하나님이 주시는 성령의 깊은 은혜, 인간의 차원을 넘어선 초월의 차원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 초월의 차원에서 신자들은 자기중심적 관점에서 나와서 하나님의 관점을 볼 수 있게 된다. 자기의 두 아들을 살해한 좌익계 학생을 용서하고 자기의 아들로 삼았던 손양원 목사님의 사랑의 원자탄도 인간의 마음에서 온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초월적 사랑에 감동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3) 하나님의 은밀한 은혜 햇볕을 느끼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

마지막 장면에는 신애가 자르는 머리카락 더미가 바람에 휘날려 굴러가는 데 은밀한 햇볕이 비친다. 자기 외아들의 살해범의 딸이 자기 머리카락을 잘라 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신애가 자기 마당에 돌아와 스스로 자르는 머리카락 더미에 은밀한 은총의 햇볕이 비추인다. 이것은 하나님의 은혜를 알지 못하고 원망하고 낙심하는 우리 신자들, 또는 절반 신자인 우리들을 향하여 여전히 비추시는 하나님의 은총의 햇볕을 상징한다.

우리는 이처럼 매일 아침과 저녁, 밤, 매 시간, 매 순간 우리에게 은밀한 은총으로 다가오시며 우리를 감싸 주시고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은밀한 은혜를 모르고 지내고 있다. 밀양은 이러한 우리의 자화상을 그려 주고 있다. 신애는 하나님에 대하여 반항하며 기독교 신앙에 저항하는 행동을 하지만 여전히 하나님의 은총의 햇볕은 신애를 떠나지 않고 비추인다. 이것이 인간을 향하신 하나님의 선행적인 은총이다. 인간은 하나님의 은총을 거부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은총 없이는 우리는 태어날 수도 죽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선행적 은총은 인간됨의 존재론적 가능성이요, 신비한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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