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재 교수 “한국교회의 우월적 자세 개선돼야”

김근혜 기자  khkim@chtoday.co.kr   |  

[연재 인터뷰1] “제2, 제3의 강의석 나올 수 있다”

				▲“한국교회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을 시 제2, 제3의 강의석은 계속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하는 김경재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한국교회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을 시 제2, 제3의 강의석은 계속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하는 김경재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대광고 사태 등으로 인해 한국교회의 선교 패러다임의 전환을 촉구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크리스천투데이는 연재 인터뷰를 통해 한국교회 진보와 보수 신학자들을 만나 새로운 선교 패러다임의 방향성에 대한 그들의 의견을 균형있게 다룰 예정이다. 첫 번째 순서로 한국 진보신학의 줄기를 잇고 있는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와 인터뷰를 가졌다. -편집자 주

“그들이 가르치는 내용은 저 높은 곳에서 이 낮은 곳으로 인간을 찾아오신 하나님의 사랑이지만, 정작 그들이 이를 가르치는 방법은 자신의 우월성을 전제로 한 강요다.”

한신대 김경재 명예교수(68)가 최근 법원이 기독교사학에서 종교의 자유를 부르짖은 강의석 군의 손을 들어 준 사건과 관련해 한국교회에 따끔한 일침을 놓았다. 그는 “한국교회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강의석은 계속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하며 “한국교회의 보수성이 복음을 가로막으며, 사회에 반기독교적인 정서를 확대시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뷰 시종일관 ‘시대착오적’이란 단어를 사용한 그는 “한국교회가 이제는 19, 20세기의 포교방식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과 다른 종교를 배려하는 선교의 방법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 대광고 강의석 사건 등 종교를 강요하는 한국교회의 모습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올라 있다.

“이번 문제의 핵심은 한국교회가 다른 집단과 달리 유난히 시대의 변화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있다. 구태의연한 모습으로 독선, 독단적인 세계관에 빠져 있다. 시대는 변했는데 아직도 19, 20세기의 초의 사고방식과 선교의 방법에 머물러 있다.

19, 20세기 초까지는 기독교의 우월적인 선교가 통했다. 개신교 전래 120년 전인 개화기 때부터 20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국민 대부분은 기독교를 선진문화, 서양문화를 받아들이는 통로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 때는 선진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통로가 기독교뿐이었다. 아울러 그 시대에는 훌륭한 기독교 지도자들이 배출되어 사회로부터 많은 존경과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때와 다르다. 한국사회는 개화된 지 이미 오래이며, 기독교보다 오히려 더 성숙돼 있다. 한국사회의 의식있는 사람들은 인격적으로 아무런 감동도 주지 못하면서 자신의 우월성을 뽐내며 자신의 종교를 강요하는 기독교인들에게 질려 있다. 그들은 무조건 다른 종교는 열등하며 비진리이며 미신이라고 주장한다. 자신 외에 다른 모든 것은 틀렸다고 생각한다. 때론 법의 저촉이 되지 않는 한에서 다른 모든 종교들은 궤멸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시대착오적인 의식과 사고구조가 이번 문제의 핵심이자 뿌리라고 생각한다.”

- 기독교의 우월성이 틀린 말이 아니지 않는가.

“사자성어에 역지사지(易地思之)란 말이 있다. 만약 교회에 다니는 한 학생이 고교 평준화 정책으로 불교사학에 입학한다고 생각해 보자. 학교에서 불교의식에 강제로 참석하게 시킨다면 기분이 좋겠는가. 우리 집의 아이들이 불교 신상에 절하는 것은 안되고 다른 집의 아이들이 예배드리는 것은 괜찮다는 것인가. ‘우월한 존재’란 미명 아래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배려하지 않는다. 이러한 기독교의 우월주의는 기독교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더 나아가 경멸의 대상이 되게 하고 있다.

하나님이 인간과 세상을 대하시는 모습은 우월적인 존재로서의 강요와 강압이 아니었다. 하찮은 인간을 감히 하나님과 대등한 사랑의 관계로 두시며 끝없는 긍휼과 사랑을 베푸셨다.”

- 현 시대의 기독교사학이 어떻게 운영돼야 한다고 보는가.

“종교사학이 공교육 제도 하에 있다면 공적인 책임을 다해야 한다. 특정 종교의 가르침은 이차적이다.

기독교 신앙이 인격으로 육화된 교사들이 그들의 인격과 삶을 통해 학생들에게 기독교를 소개해야 한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인격적인 감화를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교사의 곁에는 학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그 교사와 대화를 나누고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그 때 교사는 학생에게 자연스럽게 기독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이번 사건이 터진 원인 중 하나가 기독교사학을 운영하는 이사회의 시대착오적인 사고 때문이다. 이들은 시대가 변했는데도 계속 기독교를 일방적으로 주입시키려고 한다. 이들은 채플과 성경과목이 진행만 되고 있으면 학교에 기독교 정신이 유지된다고 생각한다. 채플을 듣는 학생들의 자세와 표정, 채플을 드리는 모습 등은 전혀 알지 못하고 말이다. 이들은 현 시대에도 형식적인 커리큘럼을 통해 그저 복음이 전파되고 기독교인이 양산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현 채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 대학교의 채플에 참석해 봤다. 신문 보고 짹짹거리며 떠들고 간식 먹고 이보다 더한 신성모독이 없었다. 이게 무슨 예배인가.

중∙고등학교나 대학에서 드리는 채플은 일반 교회에서 드리는 예배와 달라야 한다. 지금의 채플은 학생들을 집단으로 모아놓고 가장 짧은 시간에 선교를 극대화하려는 행위이다. 교육공간에서는 기독교의 진리를 교리적 방식 혹은 성경 내용을 주입시키는 방식으로 가르쳐서는 안된다. 학교는 전도기관이 아니다. 교육기관이다. 학생들에게 거부감 없이 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채플 시간에 기독교 진리가 녹아져 있는 문학이나 예술적인 작품을 소개하는 것이다. 또는 학생들에게 인격적인 감화를 줄 수 있는 인사를 초청해, 그들의 강연을 듣는 시간을 마련한다. 강연자들은 강연의 마지막에 자신의 사상을 기초로 기독교를 소개하는 것이다. 이는 강압적으로 찬송하고 기도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학생들의 마음에 기독교에 대한 존경이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해야 한다.”

- 한국교회 안에 다른 사람과 다른 종교를 배려하는 모습은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지나친 배려는 자칫 기독교의 정체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기독교 정체성이 약화된다는 것은 기독교에 대해 자신이 없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성육화란 보이지 않는 진리가 가시적이 되고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실질적인 생명의 떡으로 바뀌어지는 형태 변화를 말한다. 기독교는 시대의 언어와 문화 속에서 끊임없이 성육화된다. 이 시대 속에 임하는 성육화를 부인하는 것은 마치 사람에게 익히지 않은 생고기를 먹으라고 갖다 주는 것과 같다.”

- 최근 근황은 어떠한가.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의 지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의 초기에 활동했다. 지금은 그만두었다. 안수 받은 목사로, ‘내 얼굴에 침 뱉기’란 생각이 들었다.

신자가 40여명 되는 삭개오작은교회에서 목회하고 있다. 매주일 이화여대 김옥길기념관 내 지하채플에서 예배를 드린다. 성경에 나오는 ‘삭개오’는 난쟁이이자 부족한 인물로 나온다. 그처럼 겸허하게 살자는 의미에서 교회의 이름을 붙였다.

삭개오작은교회는 평신도와 청년들이 중심이 돼 초교파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예배를 보고 성경공부를 한다. 타 종교 경전도 공부하며 종교간 이해와 대화를 꾀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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