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서 전향한 이요나 목사 이야기 (1)-어머니의 죽음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동성애가 선천적이라고요?... 동성애는 죄였습니다”

				▲이날 이요나 목사는 두 시간 반 동안 자신의 인생과 동성애에 대한 많은 발언들을 쏟아냈다. ⓒ이대웅 기자
▲이날 이요나 목사는 두 시간 반 동안 자신의 인생과 동성애에 대한 많은 발언들을 쏟아냈다. ⓒ이대웅 기자

최근 입법예고된 동성애 차별금지법안을 바라보는 이요나 목사(58)의 심정은 착잡하다. “지금 반대해서 비록 입법이 되지 않더라도, 저는 언젠가 이 법이 통과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러한 법안 제정은 현재 세계적인 추세라며 씁쓸해 했다. 그리고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각계각층에 이미 동성애자들이 상당수 포진돼 있어 이러한 흐름을 막을 수 없다고도 했다.

잘 알려진 대로 그는 동성애자 출신이다. 이러한 사실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건 지난해 7월 출연했던 한 케이블채널 토론 프로그램에서다. 그는 패널로 나와 동성애자들과 ‘맞장 토론’을 하면서 자신도 과거 동성애자였다고 ‘커밍아웃’했다. “저는 동성애자 출신이라는 것이 전혀 부끄럽지 않아요. 목사가 과거를 부끄러워해서야 되겠습니까?” 그가 당당하게 밝힌 덕에 지금도 동성애 성향으로 고민하지만 누구에게도 밝힐 수 없었던 사람들, 특히 크리스천들이 그와 터놓고 상담할 수 있게 됐다.

그가 처음 동성애에 빠지게 된 것은 초등학교 시절이었다. 어려서부터 주변에서 이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던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동성애를 처음으로 경험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 경험이 싫지 않았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이성에 대한 관심도 가지게 됐지만, 동성에 대한 욕정이 불길처럼 본능적으로 솟아올랐다. 그는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서 남모르게 갈등해야 했던 젊은 시절을 생각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은 것이 기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세월이 갈수록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자신과 같은 사람들과 점차 어울리게 됐다. “사실 지금도 당시 제가 왜 동성애자가 됐는지 잘 모르겠습니다.”예수님만이 알고 계실 거라고 그는 말한다.

‘트랜스젠더’나 ‘커밍아웃’이라는 용어 자체가 없던 시절이었다. 철저히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이중생활을 해야 했다. 하지만 이미 동성애에 빠져 있던 그는 친구들 중 상대를 찾아야 했고, 그러면 소문이 퍼져 대학생활도 스스로 접어야 했다고 한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이러한 생활은 계속됐고, 결국 정상적인 대학 생활이 어려워졌다. 그가 어려서부터 키워 왔던 작가의 꿈이 무너져버리는 순간이었다.

그는 대학을 그만둔 이후 현실도피를 위한 해결책으로 군대를 선택했다. 하지만 군대에서도 이러한 성향은 고쳐지지 않았다. 그는 늘 동성애에 빠져 있으면서도 그의 생각은 늘 ‘왜 나는 동성애에서 벗어나지 못할까’였다고 한다. 제대 이후 그는 결국 패션 디자이너가 돼 충무로에 의상실을 열었다. 하지만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그에게는 가문의 재산만 탕진하는 꼴이었다. 그는 결국 27세의 나이로 승려가 되기로 결심한다. 승려가 되면 동성애에 대한 갈등과 번민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승려가 되기 위해 계까지 다 받아놓은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반대가 너무 크셨죠.” 그를 학자로 키우고 싶어하셨던 어머니는 그가 속세를 떠나 승려가 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다. 결국 그는 어머니에게 처음으로 자신이 왜 승려가 되려 하는지를 고백했다. 아들만이 소망이셨던 그의 어머니는 큰 충격을 받았고, 결국 모든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아들에게 내린 저주를 끊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기에 이르렀다.

자신을 위해 목숨까지 내버린 어머니의 결행에 그는 다시 세상으로 돌아왔지만, 이젠 가진 것도 없었고 동성애자로 살면서는 무엇 하나 할 수 없었다. 다행히 그 시절 어울리던 패션계와 연극계 동성애자 친구들이 돈을 모아줘 이태원에서 카페를 열게 됐다. 하지만 동성애자들이 주로 모이는 ‘이반 카페’가 잘 될리 없었다.

그렇게 힘겨운 삶을 계속해 나가던 그에게도 첫번째 희망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수년 전 절에 함께 다니던 누나가 그를 전도한 것이다. “그 누나는 일본의 한 클럽에 가수로 진출해서 연락이 안 됐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전화가 온 거에요.” 그녀는 일본에서 하나님을 믿게 됐는데, 귀국하던 비행기 안에서 기도하는 중 그를 찾아서 전도하라는 주님의 음성을 들었다고 했다.

“내가 모르는 예수가 누나를 통해서 나에게 자기의 이름을 전하라고 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이제 내가 예수를 믿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는 누나의 말을 듣는 순간 서른 일생동안 쌓였던 고통의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쏟아졌다. 그리고 그 때부터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동성애적 성향은 없어지지 않았다. 교회 생활은 정말 열심히 했다. 출석했던 교회에서는 그 시대 유명한 목회자에게 안수도 여러 번 받았다. 하지만 그러한 종교적 투쟁도 내 안에 도사리고 있는 동성애의 존재를 쫓아내지 못했다. 오히려 ‘5년간만 축복해 주신다면 이후에는 모든 걸 버리고 당신을 위해 살겠다’고 했던 그의 기도 덕분인지 게이바였던 그의 카페는 날이 갈수록 번창해 갔고, 여전히 그는 밤만 되면 그렇게 살아갔다. 게이바의 대모가 돼 이태원에서는 3개의 클럽을 운영했고, 누구에게도 꺼릴 것 없이 커밍아웃한 사업가로 변신한 것이다.

예수를 영접하고 10년이 지났지만 그는 아직도 동성애자였다. 서원했던 5년이 지났지만 그는 사업을 정리하지 않았고, 그 후부터 신기하게도 사업은 내리막을 걸었다. 화려하게 불타오르는 이태원의 밤이 깊어갈수록 그는 자신도 알 수 없는 자괴감에 빠졌다. 결국 마음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이태원 생활을 끊고 일본으로 신학을 하기 위해 떠났다.

신학을 배우는 과정에서도 그 육신의 멍에는 벗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43세가 된 그해 7월 4일, 다시 한번 그에게 기적을 베풀어주셨다. 두번째 희망의 빛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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