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목회자 중 최초 발언… ‘창조-진화론’ 논쟁 불붙나
“많은 사람들이 과학과 종교는 대치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잘못된 것입니다. 과학은 눈으로 볼 수 있는 영역을 다루는 것이고, 종교는 눈으로 볼 수 없는 세계를 다스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물질의 세계를 가지고 모든 것을 다 설명하려고 할 때 과학과 종교는 충돌하게 되는 것이죠.”
지난 26일 EBS 생방송 금요토론 ‘창조론-진화론, 끝없는 주제를 논하다’의 패널로 참석한 할렐루야교회 김상복 목사의 유신론적 창조론에 대한 설명은 명쾌했다. 사회자 좌우에 앉은 이형우 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 교수, 양승영 고생물학자, 김흡영 강남대학교 제1대학 신학부 교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4명의 전문가들은 창조-진화론에 대해 동일하게 “종교와 과학은 분리되어야 한다”면서 “극단적인 창조론이나 진화론은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종교와 과학은 각각의 역할이 있음을 강조했다.
김 목사는 이날 하나님의 지적설계에 따라 이 세상이 창조됐으며, 진화되고 있다는 유신론적 창조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유신론적 창조론에 대해 “진화도 하나님이 계획하신 디자인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종에서 종으로의 진화는 없지만 종 안에서는 얼마든지 진화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진화론자의 입장의 양승영 고생물학자가 김 목사의 말에 “일부 동감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원숭이가 사람이 됐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닙니다. 원숭이는 원숭이대로 진화하고, 개는 개대로 진화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제 종교와 과학은 구별되어야 합니다.”
이에 이형우 교수는 “원숭이가 사람으로 진화했다는 것은 틀린 말”이라면서 “다윈의 진화론도 지금은 많은 과학자들이 변형된 형태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목사는 또 “(진화의)출발을 하나님의 위대한 창조로 보고 그 다음에는 (과학이 어떻게 해석하고 발전하든지)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창조론이 과학을 반대할 이유는 없으며, 종교는 과학의 경지를 넘어 인간의 가치와 존귀함, 더 높은 인생을 살 수 있도록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양 고생물학자는 “사실 종교와 과학은 서로 특정 영역이 있는데, 성경에 이렇게 기록돼 있으니 과학은 틀렸다고 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그리고 과학이 전지전능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바보스럽다”고 말했다.
창조-진화론의 세계적인 추세에서 한국 학계가 많이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도 있었다. 김 교수는 “세계의 학계는 현재 종교와 과학의 독립적인 관계로 인식하는 단계를 넘어 종교와 과학이 상호보완할 수 있는 대화의 관계로 인식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면서 “그러나 한국은 아직도 ‘진화냐’ ‘창조냐’ 에 대해 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양 고생물학자는 “창조냐, 진화냐 이런 논쟁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앞으로 논쟁을 한다면 진화는 ‘왜 일어나느냐’ ‘어떻게 일어나는가’에 대해서 논쟁하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올라온 질문 중 ‘창조론은 성경에 기반하여 나왔다. 하지만 인간이 쓴 성경에 오류가 있다면, 창조론은 틀린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양 고생물학자는 “그것이 맞느냐, 안 맞느냐보다 그 안에 있는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고, 김 교수는 “성경책은 과학이 아니고 신앙고백”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