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신학교수 ‘부적격 서류로 박사학위’ 파문

김근혜 기자  khkim@chtoday.co.kr   |  

서정민 교수 “학위 취소 결정 겸허히 수용, 차후 책임질 것”

연세대 신학과 교회사 서정민 교수가 박사학위와 관련해 공식적인 사과를 표명했다. 서 교수는 최근 연세대 교수, 학생, 동문들에게 인터넷 메일을 보내 “연세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때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부적격 서류를 제출해 학점을 인정받았다”며 “이를 깊이 반성하고 깊은 책임감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학교 당국의 본인의 박사학위 취소 결정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또 박사학위 취소 결정에도 불구하고 교원신분을 그대로 유지하게 해주신 정창영 총장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학위 취소과정과 이로 인한 논란의 과정에서 연세 신학공동체가 겪은 혼란과 갈등, 그리고 구성원간의 심각한 대립 등을 이용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 했던 것에 깊이 통감한다”며 “이 모든 원인의 출발은 자신의 부덕과 안이한 판단의 결과”라고 고백했다. 마지막으로 서 교수는 “차후의 모든 책임감을 깊이 통감하며 연세 신학공동체의 발전과 화합에 미력을 다해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서정민 교수 박사학위 왜 취소됐나’

연세대 대학원 운영위원회는 올해 3월 서정민 교수의 박사 학위를 취소했다. 서 교수는 1990년부터 2년 동안 일본 동지사(同志社)대학에 연수원 자격으로 머무르며 두 과목을 청강했다. 이후 99년 연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때 이를 6학점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동지사대의 박사과정이 아닌 연수원 과정은 합법적으로 학점 인정이 되지 않는다. 즉, 일본 동지사대에서 청강한 2과목을 정규 학위과정 취득 학점으로 환산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한 것이다. 그 동안 그는 “동지사대 신학연구과 박사과정을 수학했다”고 신문 인터뷰, 홈페이지 등을 통해 밝혀 왔었다.

그가 학점을 인정받기 위해 제출한 서류는 학업 증명서였다. 박사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성적 증명서가 불가능하여, 동지사대 도희 아키오 지도교수에게 학업 증명서를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또 한번의 무리수를 두었다. 일본에서 배운 과목들은 4학점(2과목)이었지만, 6학점(2과목)으로 고쳐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세대 측은 성적 증명서가 아닌 학업 증명서를 학점이수 근거로 받아들였다.

∇‘연세대, 학위는 취소하나 교수직은 계속 허락’

정창영 총장은 9월 ‘서 교수의 박사학위는 취소하되 교수직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일부 연세대 교수, 동문들은 교수직도 박탈해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서 교수가 ‘박사 학위 소지자여야 한다’는 교수 채용조건을 충족 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임용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박사학위가 없는 교수가 박사과정의 학생을 가르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한다.

또 일각에서는 학교 측의 잘못을 지적하고 있다. 서 교수가 학교에 낸 경위서를 통해 공식 성적증명서를 못 받는다는 점을 처음부터 얘기했으며, 대학도 알면서 학점을 인정해줬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학 측이 한때 눈감아줬던 사실을 뒤늦게 문제 삼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편, 서 교수는 일본 동지사대에 박사논문을 제출했으며, 현재 심사 중에 있다. 하지만 올해 그는 5명 학생의 박사학위 논문 주심을 맡고 있어 논란의 불길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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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 교수가 연세대 교수, 학생, 동문들에게 보낸 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