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직 이후 ‘영락교회 역대 담임목사’ 비교분석

김근혜 기자  khkim@chtoday.co.kr   |  

소기천 교수, 평신도 목회 전통…후임 목회자와 갈등 불러

				▲한경직 목사 이후의 영락교회 역대 담임목사들을 비교분석한 장신대 소기천 교수
▲한경직 목사 이후의 영락교회 역대 담임목사들을 비교분석한 장신대 소기천 교수

장신대 소기천 교수가 최근 ‘한경직의 개혁신앙 재조명’이란 주제로 열린 한국개혁신학회(회장 정일웅 교수)에서 한경직 목사 이후의 영락교회 역대 담임목사들을 비교하는 글을 발표해 주목을 끌고 있다. 이날 소 교수는 한경직 목사의 신앙노선을 ‘성서적 복음주의’로 정의 내리며, 이를 역대 후임 담임목사들이 얼마나 지키고 계승하고 있는지에 대해 비교분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내외적인 카리스마를 갖춘 박조준 목사’

한경직 목사의 목회 바통을 바로 이어받은 목사는 박조준 목사.(재임기간 1973~1984) 소 교수는 박조준 목사에 대해 “한경직 목사님의 많은 부분을 따라하려고 노력했던 분”이라며 “이를 위해 한경직 목사의 몸짓과 제스처, 설교할 때의 목소리와 억양 등을 그대로 모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소 교수는 “박조준 목사는 영락교회가 요구하는 대내외적인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었으며, 교회가 추구하는 영적인 이미지에 가장 부합된 목사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가 강남으로 예배당을 이전하려 했을 때 본의 아니게 마찰을 빚었다. 일부 교인들은 6∙25 전쟁 당시 교회에 남아 순교한 김응락 장로의 피가 서려있는 현재의 예배당 떠나기를 원치 않았다. 1985년에는 박조준 목사가 영락교회를 사임하게 되는 큰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박조준 목사는 건강상의 이유로 치료차 미국으로 출국하게 된다. 출국하던 날 그는 교인들이 개인적으로 마련해 준 미화를 지참하고 있다가 외환관리법을 위반하게 돼 출국장에서 구속되는 등 큰 수모를 겪는다.

’변호사답게 정확하고 꼼꼼했던 김윤국 목사’

박조준 목사의 다음 목회자는 김윤국 목사(재임기간 1985~1988). 그는 변호사답게 정확하고 꼼꼼하게 목회사역을 감당했다. 그가 영락교회에 머문 기간은 3년 정도의 짧은 기간이었다. 그는 사람들과 친화적이었으며, 영어를 잘해 대외적인 인물로 손색이 없었다. 이러한 김윤국 목사를 많은 교인들이 좋아했다.

그러나 그는 건강이 악화돼 담당 주치의의 ‘무조건 쉬어야 한다’는 경고를 받고, 갑작스럽게 교회를 사임한다. 소 교수는 “김윤국 목사 안에 ‘영락교회는 담임목사가 목회하는 곳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친히 목회하시는 곳’이란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며 “이는 그가 쉽게 교회를 사임할 수 있게 한 밑바탕이 됐다”고 발제했다.

’외적인 치장보다는 내면을 중시한 임영수 목사’

현재 모세골 공동체 대표 임영수 목사(1988~1997). 소 교수는 “그가 내면적으로 한경직 목사를 가장 많이 닮았다”고 평한다. 그는 재임 초 팀목회를 추진했다. 교육목사 김동호 목사(높은뜻숭의교회)와 행정목사 이성희 목사(연동교회)를 청빙하고 자신은 설교에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하지만 평신도가 주도하는 힘이 강한 영락교회에 이러한 목회는 중직자들의 많은 반대가 있었다.

개개인의 영적 성숙에 목회의 초점을 둔 그는 영성목회에 큰 힘을 쏟았다. 그는 외적인 치장보다는 진실하게 내면적의 의미를 추구하는 일에 더 큰 보람을 가졌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모습은 영락교회가 요구하는 큰 목회자의 리더십에 부합되지 않았다. 이른바 내적으로 큰살림을 하고 대외적으로 업적을 남기는 ‘슈퍼스타 목회자상’이 아니었다.

’기도하는 목회자, 이철신 목사’

마지막으로 현재 영락교회를 맡고 있는 이철신 목사(1997~현재). 그는 여러 경우의 문제들로 영락교회를 떠난 전임 목회자들의 사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처음부터 기도하는 목회를 표방했다. 그는 교인들로부터 ‘기도하는 목회자’라는 평판을 듣고 있다.

하지만 그는 교회개혁을 추진하다가 당회, 제직회와의 마찰을 초래했다. 그럼에도 그는 개혁교회의 전통인 말씀을 중심으로 설교하는 자세를 잃지 않고 있다. 한경직 목사가 토요일에는 전적으로 설교준비에 매달린 것처럼, 그 역시 토요일에는 설교준비 이외에 다른 사역은 하지 않고 있다.

소 교수는 “영락교회는 평신도의 자부심이 강하고 장로가 목회 일선에서 사역을 주도하는 평신도 목회의 전통이 강한 교회”라며 “그 결과 전통에 익숙하지 않은 후임 목회자들이 당회와 갈등을 빚을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님께서 과거 한경직 목사를 사용하신 것처럼 후임 목회자를 향한 계획을 가지고 계시다”며 “당회와 교인들은 여러 장점을 지니신 분을 후임자로 청빙한 이후에는 일단 그가 소신을 가지고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감당할 수 있도록 기도하고 도와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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