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주의자들 전폭적 지지 힘입어 첫 예비경선 압승
3일(현지시간) 치러진 미 대선의 첫 예비경선인 아이오와 주 공화당 코커스(당원대회)에서 마이크 허커비(Huckabee) 전 아칸소 주지사가 선두 다툼을 벌여 온 미트 롬니(Romney) 전 메사추세츠 주지사를 가볍게 누르고 압승을 거뒀다.
CNN 등 미 언론들과 크리스천포스트(CP)를 비롯한 복음주의 언론들은 허커비 전 주지사의 승리를 보도하며 이는 공화당 내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복음주의자들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커비 전 주지사는 이번에 34%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으며, 롬니 전 주지사는 25% 득표에 그치며 2위에 머물렀다. 그 뒤를 이어 프레드 톰슨(Thompson) 상원의원과 존 매케인(McCain) 상원의원은 13%, 론 폴(Paul) 상원의원은 10%를 얻었고, 그동안 공화당 내 1위를 고수해 왔던 루디 줄리아니(Giuliani) 전 뉴욕 시장은 3% 득표로 고전했다.
허커비 전 주지사는 최근 6개월 전만 해도 공화당 경선에 나선 예비 후보 중 지지율이 꼴찌였다. 그런 그가 미 대선의 풍향계로 인식되고 있는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승리를 거머쥐기까지는 확실한 보수주의 입장으로 복음주의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보수적인 복음주의자들은 모르몬교도며 낙태와 동성애에 대한 입장을 번복해 온 롬니 전 주지사와 가톨릭교인이며 두 번 이혼한 데다 낙태와 동성애를 지지하는 줄리아니 전 시장에 대한 지지를 망설여 왔다.
반면 침례교 목사 출신인 허커비 전 주지사는 낙태, 동성애는 물론 총기 규제까지 모두 강력히 반대하는 보수주의자며, “예수는 나의 러닝 메이트(부통령을 뜻함)”라고 밝히는 등 자신의 신앙을 분명하게 드러내 왔을 뿐 아니라 선거 유세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까지 했다. 그는 연설 중 자주 성경 구절을 인용했으며, 아이오와 주에서 방송된 선거 광고에서는 스스로를 ‘기독교 지도자(christian leader)’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이에 작년 11월부터 복음주의자들은 허커비 전 주지사에 대한 지지를 본격적으로 밀어 부쳤으며 이는 곧 ‘허커비 돌풍’으로 이어졌다. 작년 12월 라스무센 전국 지지도 여론 조사에서 당내 꼴찌였던 허커비 전 주지사는 줄곧 1위를 지켜 오던 줄리아니 전 시장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서는 대이변을 만들었다. 이어 코커스에 앞서 실시된 아이오와 주 여론 조사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무서운 기세로 급부상했다. 여기에는 故 제리 폴웰(Falwell) 목사의 아들인 제리 주니어 폴웰 목사를 비롯, 조지 W. 부시 현 대통령 재선의 최대 기반이었던 복음주의 지도자들의 공개적인 지지 선언도 크게 기여했다.
코커스 결과를 미 언론들은 한결같이 복음주의자들의 승리로 바라보고 있다. CNN 기고가 윌리엄 베넷(Bennett)은 “복음주의자들이 허커비를 위해 나섰다. 그의 메시지는 아주 명확히 전달됐고 복음주의자들은 마음을 굳혔다”고 평했다.
실제로 코커스 당일 출구 조사 결과 허커비 전 주지사의 지지자들은 10명 중 8명이 복음주의자였다. 공화당 코커스에 참여한 5명 중 3명은 자신을 복음주의자라고 밝혔으며, 공화당 당원 중 코커스에 참여한 비율은 예전의 40%를 훨씬 웃돌아 60%에 달했다.
AP에 따르면 이번 승리를 축하하는 자리에서 허커비 전 주지사는 “미국 정부와 정치에는 새로운 날이 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날은 여기서 시작됐다. 그러나 여기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며, 다른 주들에서도 계속되어 펜실베이니아 거리 1600번지(백악관 주소)에 이르러 끝날 것이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코커스 형식으로 경선을 실시한 아이오와 주는 소규모의 주지만 아이오와 코커스에서의 승자는 선두주자로서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각 대선 주자들은 이곳에서의 승리를 위해 전력을 바쳐 왔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1위를 차지함으로써 허커비 전 주지사는 오는 8일 치러지는 뉴햄프셔 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같은 날 치러진 민주당 코커스 결과 1위는 배럭 오바마(Obama) 상원의원(38%)이었으며, 그 뒤를 존 에드워즈(Edwards) 상원의원(30%), 힐러리 클린턴(Clinton) 상원의원(29%)이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