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거스틴, 마틴 루터, 테레사 수녀의 공통점은?”

김근영 기자  gykim@chtoday.co.kr   |  

우울증과 영성 공개강연회...‘신앙 성숙의 계기’ 되기도

				▲88년이후 두 번의 심각한 우울증을 경험했다고 말한 이만홍 박사. 그는 지금도  매일 주님을 바라보며 자신의 우울적인 기질과 싸워 나간다고 고백했다. ⓒ김근영 기자
▲88년이후 두 번의 심각한 우울증을 경험했다고 말한 이만홍 박사. 그는 지금도 매일 주님을 바라보며 자신의 우울적인 기질과 싸워 나간다고 고백했다. ⓒ김근영 기자

“아픔, 슬픔, 고통을 그리스도의 입맞춤으로 생각하십시오. 그것은 예수님께서 여러분들에게 입 맞추실 수 있을 만큼 여러분이 예수님께 매우 가까이 다가갔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테레사 수녀

한국목회상담협회는 ‘우울증과 영성’이란 주제로 12일 오전 종교감리교회에서 공개 강연회를 열었다. 오전 발제에는 이만홍 박사(한국영성치유연구소 소장)와 안석모 교수(감신대 목회상담학)가 각각 정신의학적 관점과 종교적 관점에서 본 우울증과 영성에 대해 강연했다.

이만홍 박사는 강연 서두에 마더 테레사가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 전에 쓴 편지글을 통해 신앙적 고뇌와 우울증적인 현상들을 소개했다. 안석모 교수는 ‘하나님의 사자들이 겪은 우울증’의 사례로 모세와 다윗, 사도 바울과 마틴 루터, 요한 웨슬리, 마더 테레사의 증언을 예로 들었다.

이만홍 박사는 우울증에 대해 “특정한 시점에, 특정한 사람에게 일어나는 문제가 아닌 인간의 실존적인 기질”이라며 “어떻게 다루느냐의 차이만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이 박사는 “인간 안에는 태초에 에덴 동산에서 쫓겨난 이후에 극복할 수 없는 인생의 고달픔이 있다”며 “평생동안 명랑한 것이 자랑이 아니라 고통과 회의감을 통해 주님 앞에 겸손해지는 축복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울증을 신앙적 성숙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이 박사는 “병리적인 우울증과 영적인 어두운 밤의 개념의 근원은 동일하다”며 “우울증을 통해 삶의 의미를 깊이 있게 다루고 영적인 의미로 전환하는 것이 과제”라고 밝혔다.

안석모 박사는 “기독교의 교리는 근원상 우울적인 구조일 수 밖에 없다”고 소개했다. 안 박사는 “거룩하고 전능하고 온전한 하나님 앞에 우리는 수치스러운 죄인이며 한탄할 수 밖에 없는 존재”라고 설명한다. 우울증의 근본 원인으로 그는 “상대에 대한 슬픔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지독한 관심(멜랑꼴리)과 자기 집중적 사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안 박사는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탈중심화할 것”을 제안했다.

안 박사는 우울증 치료를 위한 ‘인지 행동치료’와 ‘약물 치료’를 구분할 것을 제안했다. 인지 행동치료는 사고를 관장하는 전전두엽을 조절하기 때문에 생각에 의한 우울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약물치료는 전전두엽이 아닌 뇌의 변연계를 조절하기 때문에 생각을 바꾸는 방법만으론 치유될 수 없는 부위다.

그러나 항우울제 약물 치료는 약물을 끊을 경우에는 재발율이 높은 반면에 사고를 전환하는 인지 행동 치료는 재발율이 훨씬 감소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우울증을 과도하게 신앙의 문제로 접근할 경우에 우울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를 들어 ‘우울을 앓는다면 영적인 이상이 있거나 죄악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나 ‘과도한 회개나 신앙 활동 촉구’, ‘우울 자체를 사탄과 동일시’ 하는 접근 방식은 삼갈 것을 당부했다.

오후 순서에는 고영순 박사(크리스챤치유상담연구원 교수)가 ‘여성의 우울증과 영성’을, 이재훈 소장(서울대상관관계정신분석 연구소) ‘심층심리학의 관점에서 본 우울증과 영성’을 강연했다.

고영순 박사는 남성보다 여성 우울증 환자가 월등히 많은 이유에 대해 “불평등한 관계성 때문”이라며 “특히 여성들이 자기 역할에 대해 균형을 유지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 헌신의 대가를 치러 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여성의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그는 유대 공동체의 전통인 ‘애도부대’로부터 해답을 끌어왔다. 애도부대란 상실의 고통을 당한 미망인을 찾아가 고인에 대한 기억을 함께 나누고 함께 애통해하는 돌봄과 회복을 위한 전통이다.

고 박사는 우울증에 대해 “직접 싸우지 말고 우회적으로 싸워야 할 싸움”이라며 “우울한 마음에 집중할수록 우울한 일을 더 불러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여성들은 지지 그룹이나 멘토(mentor)를 만들고, 서로를 깊이 수용해 줄 수 있는 관계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제안했다.

이재훈 소장은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감상적인 자기 연민’이나 ‘거짓 죄책감’을 경계할 것을 요청했다. 또한 우울증 개선을 위해 진정한 회개의 과정을 꼽았다. 그는 “슬픔과 후회와 회개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마술적으로 도달하는 승리감과 의기양양함은 진정한 성령의 역사가 아니다”며 상황을 도피하지 말 것을 제안했다.

또한 이 소장은 ‘참 자기의 삶’을 살 것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남이 요구하는 삶에 집중하기보다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의 생각이 무엇인지를 묻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래는 안석모 박사가 말한 우울을 가중시킬수 있는 부주의한 신앙적 진단의 예다.

‧우울을 앓는다면 영적인 면에 뭔가 이상이 있다
->모든 우울이 죄 때문은 아니며 신체,환경,상황상의 변화로도 올 수 있다. 이런 잘못된 사고가 오히려 우울을 가중시킨다.

‧회개하라, 죄사함을 받으라, 그리하면 우울이 사라진다.
->죄와는 무관하게, 우울이 죄에 대한 감각을 과민하게 느끼게 할 수 있다.

‧진정한 기독교인은 우울에 빠지지 않는다
->진정한 기독교인은 우울에 빠져 오히려 신앙을 확인할 수 있다.

‧기도생활을 열심히 하는데 왜 우울이 없어지지 않는가
->기도나 자기 결심만으론 우울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우울은 자기 훈련, 자기 극기의 문제다
->의료적 질환이 훈련이나 극기로 되지 않듯이, 우울도 게으름이나 훈련이 되지 않아 생기는 것이 아니다.

‧우울은 사탄이 시험하는 것이다
->우울은 하나의 몸의 상태다. 우울 자체를 사탄과 동일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항우울제를 먹는 것은 신앙에 반하는 것이다
->항우울제도 하나님이 주신 치유의 방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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