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박사 “딸이 눈 뜬 것만 기적이 아니다”

김근영 기자  gykim@chtoday.co.kr   |  

최근 교계 지도자들과 만남… 신앙에 대한 담론 나눠

▲이어령 박사.
▲이어령 박사.

“…딸 이야기를 하면서 기적 이야기를 해 달라고 합니다. 그런데 기적이 뭐 특별한 것입니까? 눈을 못 보던 사람이 눈을 뜬 것이 기적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 눈을 뜨고 있는 것이 기적이라고 말합니다. (중략) 가장 중요한 기적 중의 기적은 부활입니다.”

한국 최고의 지성으로 꼽히는 이어령 박사(문학평론가, 전 문화부장관).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그와는 거리가 있던 고백들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왔다. 지난해 온누리교회 일본 러브소나타 집회에서 기독교 신앙을 고백하며 큰 화제를 일으켰던 이어령 박사가 최근 기독교계 원로 및 문인들과 만나 신앙에 대한 다양한 담론을 나눴다.

이어령 박사는 서울의 한 호텔에서 임만호 장로(창조문예 발행인), 김성영 목사(전 성결대 총장), 홍정길 목사(남서울은혜교회 담임), 민영진 목사(전 대한성서공회 총무), 이향하 교수(시인), 서미원 수필가(창조문예 기자)를 만나 장시간 대화를 나눴고, 이 대화는 월간 「창조문예」 3월호에 게재됐다.

당초 기독교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던 이어령 박사는 자신의 딸이 잃었던 시력을 되찾는 기적을 목도하면서 기독교에 대해 마음을 열게 됐고, 이를 계기로 기독교 신앙에 귀의하고 세례까지 받게 됐다.

이어령 박사는 그러나 자신을 ‘(기독교 신앙에 있어서는) 아직 견습공’이라며 겸손해하며 조심스럽게 여러 가지 의견을 피력했고, 기독교계 원로들은 이 박사가 탁월한 식견으로 한국 기독교 발전에 이바지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어령 박사는 이 자리에서 자신이 기독교를 믿게 된 이유에 대해 “다른 종교와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종교는 ‘믿으면 준다’고 했는데 기독교는 ‘구하라 그러면 주실 것이다’라고 했다”며 “구하라는 것은 버리라는 것이다. 버리지 않고는 구할 마음이 안 생긴다. 하나님한테 구하는 것은 딱 하나, 생명이다. 우리의 영원한 생명을 구할 분은 하나님밖에 안 계시다”고 했다.

이어령 박사는 그러면서 자신을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이 사회가 아무리 잘 해보려고 해도 모순 덩이라고 부조리 덩어리”라며 “정죄한다는 자체가 죄라는 것을 느꼈을 때 신앙심도 나오고 의존하게 되는 것인데, 혁명하려는 사람들은 내가 죄인이라는 생각을 안 하고 구제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위선과 오만이 어디 있나”라고 말했다.

이어령 박사는 “오늘날 기독교인이 그런 것을 알아야 메시아를 믿게 되고 주라는 말도 나오는 것”이라며 “인간이 인간의 문제를 해결할 것 같으면 왜 기독교를 믿겠느냐”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아프간 사태에 대해서도 “극장형 폭력”이라며 한 마디 했다. 이어령 박사는 아프간 사태와 관련, “잡혀간 사람이 무슨 잘못이 있느냐, 잡아간 사람이 잘못이지”라며 “기독교인들에게 반성하라고 하는데 뭘 반성하느냐, 가지 말라는 구역을 갔다고 하는데 가지 말라는 것은 누가 정했느냐”고 반문했다. 또 “내 상식으로는 사회봉사가 아니고 전도 목적으로 갔다면 잘 된 것이다. 순교해서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이다”라고도 했다.

이날 이어령 박사와 동석한 인사들은 이 박사가 기독교 신앙에 귀의한 것을 축하하면서, 이 박사가 기독교에 선한 영향력을 끼쳐 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민영진 목사는 “기독교인이 되었더라도 기독교에 대한 비판은 계속 해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이 박사는 “이제는 기독교를 건강하게 하기 위한 비판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 박사는 신앙 간증에 대해서는 아직은 말을 아낄 때라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최근 자신에게 간증 요청이 쇄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정중히 거절하고 있다며 “제가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나중에 하나님께서 ‘네 입을 좀 빌리자’고 하시면 자신 있게 하려 한다. 내 지식에서 나오는 말이 아니라 내 신앙에서 나오는 간증을 할 만한 때가 될 때까지 기다려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어령 박사는 자신이 최근 자신이 겪어온 긴 세월의 기록을 담은 서적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김성영 목사가 “이제는 어떤 영적인 계기로 대작을 쓰셔야 하지 않겠느냐”고 질문하자 “어려서부터 현재까지를 한 권씩 한 권씩 세그멘트(segment, 구분)를 만들어 준비하려고 한다”며 “올림픽의 벽을 넘어서, 6.25전쟁 겪은 것, 묵시적인 발언을 한 것 등을 시대별로 해서 마지막 결론 부분이 「지성에서 영성으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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