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과 함께 작품 연재할 예정
‘기독문학이란 무엇인가?’ 이 주제는 소위 기독 작가라 불리는 나에게 있어서 언제나 하나의 커다란 부담이었다. 오래 전 등단이라는 절차를 거쳐 우쭐거리며 글을 쓰던 때도 이 부담은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어느 날 기독문학이 내게 주어진 하나의 사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 순간 내가 썼던 글들이 죽은 언어의 나열처럼 느껴져 부끄럽고 후회스러웠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그 때부터 나의 글쓰기나 읽기가 전 영혼을 활동상태로 이끌고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문학은 창조적 상상의 언어적 소산인데, 이러한 나의 문학관이 기독문학 안에서만 생명력을 지닐 수 있다는 깨달음이었다. 이 깨달음으로 나의 문학은 거대한 꿈과 연결됐다.
나는 기독문학이 일반문학과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두 다 문학이란 하나의 울타리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피어나는 것이다. 삶의 모든 정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사랑의 달콤함과 쓰라림, 그리고 그리움과 기다림, 삶의 뒤안길을 헤매며 부르짖는 처절한 절규, 혹은 진한 감동으로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 등 모든 것들은 문학으로 표현된다. 이처럼 인간의 삶에는 희노애락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기독작가에게서는 삶에서 직면하는 희노애락에서도 어쩔 수 없는 하나님에 대한 경외와 은총에 대한 감사가 묻어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과다한 종교적 열정 때문에 기독문학이 전도를 위한 수단으로만 인식돼 일반 독자들이 외면하는 변방의 문학으로 격하되고 말았다.
따지고 보면 모든 문학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크고 놀라운, 그러면서도 너무나 세세하고 치밀한 자연의 반영이다. 그분의 형상을 따라 지음받은 독특한 인간들이 서로 부딪히며 엮어내는 다양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정서와 사상을 상상력을 발휘해 형식에 맞춰 써 나가는 글이 문학이다. 이것들은 모두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벗어날 수 없는, 그 세계 안에서 이뤄지는 사건들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문학은 하나님의 창조세계 안에서만 가능하다 판단되고, 그 안에서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문학을 통해 하나님과 교류하는 것이며, 그 안에서 사는 방법 중 하나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기독문학을 전력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내게 있어서의 문학은 곧 기독문학일 수 밖에 없으며, 기독문학만이 진정한 의미의 문학이라 확신하기 때문에 기독문학이란 용어를 따로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기독문학을 강조하는 이유는 문학의 사명을 새롭게 깨닫게 하고자 함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내가 기독문학에 대한 사명을 깨달을 때 문학이 전혀 새롭게 내 속에서 생명력있게 용솟음친 것과 같은 이치라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하나는 기독문학 세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 그 하나의 준거를 제시하고자 함이다.
문학은 새로운 문화적 단계, 예를 들면 관심의 방향, 이데올로기, 철학 쟁점 등이 나타남으로써 그에 대응하여 혁신될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문학의 속성을 한정적으로 확정짓는 논리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문학이라는 광대한 영토에서 기독문학을 논하는 것은 적어도 문학 이론 중 몇 가지는 문학세계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탁월한 기준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지난 3년 동안 이 지면을 통해 기독문학 이론을 연재하는 한편, 기독문학을 학문의 영역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논문을 발표했으며, 이것을 토대로 이번에 한국학술정보 출판사의 도움으로 <기독문학이란 무엇인가>를 출간하게 됐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이 지면을 통해 기독문학 이론과 함께 문학작품을 연재하고자 한다. 독자들로 하여금 문학이라고 하는 하나의 울타리 안에서 기독문학을 향유하는 한편, 이제까지 논의된 일반 문학이론이 결국 성서에서 상상할 수 있는 내용을 뛰어넘지 못함을 작품 속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어서이다.
기독문학 이론이 아무리 좋아도 작품을 통한 감동이 없이는 그 생명력을 지니지 못한다. 나는 지금까지 기독문학의 길에 하나님의 은총이 함께하셨음을 고백한다. 앞으로의 행보도 그분이 인도하실 것이다. 우리가 문학이라는 광대한 영토에 하나님의 깃발을 힘차게 휘날리며 하나님의 문화를 이 땅 위에 이룩해 가는 과정을 분명히 도우실 것임을 확신하고 있다.
-송영옥 박사는
<한국수필>에서 수필로, <문단>에서 단편소설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국제 PEN클럽 정회원이다. 창작집으로는 <미운 남자>, <하늘 숲>, <해지는 곳에서 해 뜨는 곳까지>, <閃 囚구를 떠돌고 쏀덛>,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언어>와 영한시집
세종대, 미국 텍사스 주립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경북대 대학원에서 헨리 제임스 전공으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75개국이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는 Y's Man International에서 국제여성부장(International Director for Y'Menettes)을 두 차례 역임했고, 신문·잡지의 연재계약으로 전 세계 60여 나라를 여행, 문화 예술 기행을 했다. 현재 대신대에서 기독문학을 강의하고 있다.